싱고는 신미나 시인이 그림을 그릴 때의 이름이다. 시인은 최근에 ‘서릿길을 셔벗셔벗’이라는 한뼘일기 형식의 시집을 펴내면서 이렇게 썼다. “평생 농사를 지었던 어머니는 하늘과 땅을 살피며 날짜를 셈하고, 농사일을 계획했습니다. 가령 모 심을 무렵에 비가 오면 풀이 질겨진다거나 무에 바람 들기 전에 김장을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에도 자연과 어울려 사는 농심(農心)이 잘 드러난다.
할아버지께서 받아 들고 가시는 새 달력에는 음력과 농사와 관련된 절기가 적혀 있을 것이다. 그 큼직한 새 달력을 새 마음처럼 할아버지는 안방의 벽에 걸어놓으실 것이다. 할아버지가 맞으실 새해 새날을 위해 밝고 깨끗한, 무를 잘라낸 면같이 흰 달빛이 할아버지의 앞길을 비춘다.
새해에는 모든 분들이 평화롭고 행복하시길 기도 올린다. 근심에서 벗어나 안심을 얻으시고, 마치 구름으로부터 벗어나 달이 환하게 나오듯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회복되시고, 무한한 자비심을 내시고, 수행 정진하시길 기도 올린다.
문태준 시인, 『BBS불교방송』 제주지방사 총괄국장,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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