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전도사와 노숙인
임웅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는 행복 전도사가 있다. 그가 글이나 강연으로 전파하는 행복 메시지는 어수선한 시대에 “왜 사느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단순하고도 본질적인 인간 본능을 직설 화법으로 파고드는 데 있다. 바로 행복해지려는 욕구다. 그는 행복 추구형 인간의 아이콘이다.
그가 어느 겨울철 흐린 날에 서울역 앞 광장에서 대중 연설을 한다. 100명가량 모인 군중에 둘러싸여 행복론을 설파하고 있다.
“여러분! 행복해야 합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야 합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몽땅 행복해야 합니다. 결코 행복을 놓치지 마십시오. 그런데 행복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제가 그 답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찾는 최상의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누리는 행복’입니다. 난해한 철학 이론에서 행복을 찾지 마십시오. 무진 고생 끝에 행복이 오는 것이라고 믿고, 젊은 시절을 혹독하게 보내지 마십시오.
누구든지 자신이 처한 그 시각, 그 자리에서 맛보는 행복이 으뜸가는 행복입니다.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마십시오. 내일의 행복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행복을 구하십시오. 행복이 다른 곳, 저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이 정도쯤의 영어는 알고 계실 것입니다. now and here!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 이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강렬한 행복입니다. 행복의 열쇠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미래에 약속된 행복, 여기를 넘어 멋진 신세계에서 누릴 행복은 꿈일 뿐입니다. 소소하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두 손으로 꽉 쥘 수 있는 행복이 진정하고도 확실한 행복입니다. 사기꾼은 미래에 도래할 행복으로 사람을 현혹합니다. 나는 현재, 이 자리에서의 행복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여러분은 단 한 번 사는 겁니다. 얼마나 귀한 인생입니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인생에서 행복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십시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리고 단 한 번 맛볼 행복을 움켜쥐십시오. 여러분! 지금 제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않습니까?”
행복 전도사의 질문에 듣고 있던 군중들이 열렬한 박수로 화답한다. 행복 전도사에게 한 노숙인이 손을 번쩍 쳐들고 질문을 한다.
“참으로 훌륭한 행복론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누리는 제 행복을 한번 보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군중 속에 있던 그 노숙인은 한쪽 다리를 힘겹게 끌며 앞으로 걸어 나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홀쭉해진 뺨에 꾀죄죄한 몰골을 한 그는 말을 이어나간다.
“저를 살펴봐주십시오. 저는 지금 세 끼를 굶었고, 어젯밤에 밀어닥친 한파로 제대로 자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추위에 떨고 있으며, 온몸은 관절염인지 신경통인지 모르는 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 몸은 오래 씻지 못해 불결하기 짝이 없고, 입고 있는 옷에서는 악취가 진동합니다. 제가 지금 여기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의외의 사태에 당황한 행복 격앙된 음성으로 외친다.
“여러분! 지금 저런 사람의 말에 귀를 닫고, 저런 모습에 눈을 감아버리십시오. 안타깝고 불쌍하긴 하지만, 행복해지려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을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행한 사람을 가까이하면 불행해집니다. 여러분이 행복해지려면 지금 옆자리에 있는 불행한 사람을 멀리해야 합니다. 불행한 사람이 지금 여기에 함께한다면, 여러분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이 점은 확실합니다. 행복한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질문했던 노숙인이 다시금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은 항상 행복하고, 불행한 사람은 항상 불행하단 말입니까? 당신의 현란한 말보다도 따끈한 빵 한 덩어리, 따뜻한 차 한 잔, 따사로운 햇볕 한 뼘이 지금 여기에 있는 제게는 크고도 확실한 행복입니다.”
그 자리에 모인 군중들 모두가 숙연해진다. 행복 전도사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다. 행복 전도사는 그가 처한 그 시각과 장소에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임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법과대학 교수로 31년간 재직 후,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로 있다. 전공 서적 이외에 장편소설 『영성지수(靈性指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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