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숨으로 숨쉬기!
불교의 호흡법
공일 스님
봉은사 교육지도법사
일체의 흙(地)과 물(水)은 다 나의 먼저 몸이요, 일체의 바람(풍), 불(火)은 다 나의 본체이니 산 것을 풀어서 살려주라.(『범망경』)
『범망경』의 구절들에서 보듯이, 지수화풍의 환경적 요소들과 몸의 본체인 생명체들은 불가분리의 관계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일차적으로 통합적 관점으로 환경과 우리네 삶을 돌아봐야 한다.
흙(地), 개발로 인해 땅은 황폐화되었고, 농토는 제초제와 화학비료로 뒤범벅이다.
물(水), 강과 바다에 이르기까지 생활용 폐수와 산업용 오폐수로 오염되었다.
화(火), 온난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기상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풍(風), 미세 먼지 가득한 대기로 인해 숨쉬기조차 불편한 현실이다.
작금의 우리네 현실은 불온한 시대다. 땅과 물, 불과 바람! 일상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처참한 지경이 되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대해 그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건강의 문제는 일체에 대한 회복을 기획하는 것이 된다. 이처럼 환경 문제와 더불어 건강은 우리 시대의 최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건강은 자본주의의 질서 속에서 계량화되고, 자산으로서의 건강 개념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건강은 관리 능력의 확장이라는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인간과 환경의 문제다. 그리고 환경의 황폐화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시대는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으로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 그러므로 구조적 원인 규명이라는 명분의 두 번째 화살에 대한 어설픈 이야기는 접어두어야 한다. 일상 회복을 위한 건강 지침이 필요하다.
숨, 즉 호흡을 배우고 숨을 쉬는 생명체가 있을까? 생명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전통의 경전과 가르침들은 새삼스럽게도 숨을 가르치고 있다. 숨은 생명의 첫 시작이며 기본이므로 숨에 대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요가 행법과 선도 수행법은 결국 호흡의 조절과 통제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숨에 대한 불교적 가르침은 단지 호흡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처럼 숨을 관찰하는 불교의 호흡법은 숨을 통제하며 조절하는 선도류와 요가류의 호흡법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불설대안반수의경(佛說大安般守意經)』의 호흡법은 깨달음을 성취하는 비법이므로 ‘부처님의 호흡법’이라 한다.
안반수의에는 열 가지 지혜가 있다. 숨을 헤아리는 수식(數息), 숨에 따라 마음으로 지켜보는 상수(相隨), 마음을 숨에 머물게 집중하는 지(止), 마음으로 숨을 살펴보도록 하는 상태인 관(觀), 숨에 집중하며 관찰하던 마음을 자신으로 돌이키는 환(還), 마음과 숨에서 비켜난 그 자체로 있음으로 맑아지는 정(淨) 그리고 네 가지 진리인 사제(四諦)다.(『佛說大安般守意經』 T15, p164a13~15)
안나반나념(修安那般那念)인 수수지관환정(數隨止觀還淨)의 호흡법은 세존께서 자신의 친자인 라훌라에게도 장려한 것이다.
라훌라야! 그대는 마땅히 호흡의 들고 나는 것에 마음을 모으는 수행[修習出入息念]을 해야 한다. 라훌라야! 이 수행으로 말미암아, 호흡의 들고 나는 것에 마음을 모으는 수행을 많이 하게 된다면 곧 좋은 결과가 있으며 커다란 복덕의 이로움[大果大福利]이 있게 된다.(『중부경전』 N10, p185a6~7)
호흡법이 가져다주는 이로움에 대한 호흡생리학과 뇌과학 그리고 면역학 등에서 제시하는 실증적 데이터들은 차고도 넘쳐난다. “좋은 결과가 있으며 커다란 복덕의 이로움[大果大福利]”이 있다고 추천되는 『불설대안반수의경』의 수식관 체계는 복잡하지 않다. 그저 숨을 헤아리며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분주한 그대! 아주 잠깐만 멈추고서 털퍼덕 주저앉아 그저 숨이 숨 쉬시게 하시라! ‘숨이 숨 쉬게 한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들린다면 즉시 가벼워지는 ‘무아’의 경지를 맛볼 수 있다. 피곤함에 찌들어 잠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이 잠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이 잠들어 잠에서 깨어나듯 삶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면 일상이 순조로워질 것이다. 이것이 불교 호흡법이 선물해주는 좋은 결과이며 커다란 복덕의 이로움이다. 그러니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그저 털퍼덕 주저앉아 숨을 숨 쉬시라! 이것이 첫걸음이다. 그저 숨이 숨으로 숨쉬기! 이것이 불교의 숨으로 쉬기 위한 가르침이다.
공일 스님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수의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봉은사 교육지도법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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