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정한 건강을 위한
비건 빌드업
이도경
비건 보디빌더
이도경 보디빌더의 운동하는 모습. 비건의 삶을 선택한 이후 건강한 근육질 몸을 만들려는 비건 보디빌더로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즉 살을 빼고 근육질 몸을 만드는 것은 ‘채식이 육식이냐’보다 ‘운동’을 통해 바꾸는 것이고, 오히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한 신체와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확신이다. |
우연히 건강과 환경을 위해 채식을 권장하고, 육식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체육대학에 진학해 운동건강관리학을 전공하며 누군가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7년을 공부한 나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지식으로는 채식을 권장하고 육식을 비판하는 내용들을 하나도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연구와 정보를 찾아보았다. 마찬가지였다. 나의 지식이 부족해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연구들이 과학적 사실, 즉 진실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이전에 공부했던 ‘운동과 스포츠 생리학’과 ‘건강과 스포츠를 위한 운동영양학’을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비건(Vegan, 완전 채식주의자)의 관점으로 다시 공부했다. 채식의 비율이 높을수록 오래도록 건강한 신체를 만들 수 있고 모든 생명체가 같이 사는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비건의 삶을 선택한 이후 건강한 근육질 몸을 만들려는 비건 보디빌더로서 나의 의문 두 가지는 완전 채식으로 ‘근육을 늘릴 수 있는가?’와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다이어트가 가능한가?’였다. 두 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을지에 대한 연구와 직접 비건 식단을 병행한 운동을 해왔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비건 채식으로 하루에 5~6끼 먹으며 운동하면 78kg에서 93kg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건강과 근육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자연식물식을 섭취하며 하루 2번 총 6시간씩 주 6회 운동하며 6개월을 산 나는 체지방률 2%의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즉 살을 빼고 근육질 몸을 만드는 것은 ‘채식이냐 육식이냐’보다 ‘운동’으로 바꾸는 것이고, 채식으로도 가능하며 오히려 육식보다 건강한 신체와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런 결과를 얻을 때까지 스스로 채식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채식이 건강하다는 과학적 근거와 성공 사례가 많이 있음에도 채식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람들이 채식을 망설이는 이유는 채식이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것에서 오는 의심과 두려움, 불편함으로 인해 시작부터 겁이 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노력이 그 의심과 두려움,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98% 일치하는 침팬지는 식사량의 대부분이 채식이다. 채식을 하는 영장류와 사람의 유전자가 2%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잡식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사람이 잡식동물이라고 단정하며 98%의 일치를 버릴 것인가? 고대 인류 중 네안데르탈인은 이 유전을 거스르고 육식 위주의 식사를 했다. 네안데르탈인의 평균 수명은 30세로 전해지고 있다. 살기 위해서 먹었겠지만 몸에 맞지 않는 식사를 한 결과다. 고기가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먹기엔 하나뿐인 소중한 몸은 그것을 소화하기 벅차며 오히려 몸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육식을 많이 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암, 당뇨,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질환의 위험에 노출된다. 게다가 육식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서구화와 산업화로 인해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문제가 생기고 가족, 사회, 국가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누구나 다 먹는다”, “없어서 못 먹는다”, “귀해서 있을 때 먹어야 한다”, “힘을 쓰려면 먹어야 한다”, “근육을 키우려면 필요하다”, “키가 크려면 먹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남녀노소 너도나도 육식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육식의 섭취량이 늘었음에도 우리 주변에는 아픈 사람들이 증가하고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는 역설적인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식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채식을 권한다. 동물성 단백질이 근육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조직과 비슷해 단백질 가용성(생체 이용률)이 높아서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필수아미노산을 공급한다. 그리고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은 인슐린도 과다하게 분비한다. ‘근육’ 합성을 촉진한다고 솔깃할 수 있으나 이때 암세포 등 비정상적인 조직의 생성 확률 또한 증가한다. 실제로 육식을 많이 할수록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특히 공장식 축산과 양식으로 생산된 고기와 동물성 식품에서는 각종 항생제, 항균제, 호르몬제, 환경호르몬 등이 검출되는데 이 성분들이 체내에 유입되면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고 성조숙증, 생리 불균형, 유산, 심리 및 성격 변화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각종 환경오염, 이상기온, 자연재해 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는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년 동안 식단을 연구하고 실천하며 가장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정답을 찾았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채식 식단의 구성과 양만 적절하다면 영양 결핍 따위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더 건강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채식을 시작하고 느낀 점들은 너무나 선명했다.
자연식물식(WFPB, Whole Food Plant Based), 사찰음식 같은 채식 식단으로 복합 탄수화물, 단백질, 필수지방,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들을 충분히,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섭취할 수 있고 운동과 병행한다면 건강한 삶을 살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비건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래도 채식을 믿기 힘든가? 채식을 시도하기 힘든가?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원래 먹던 음식에서 ‘동물’을 빼면 된다. 원래 먹던 육식, 동물성 식품의 칼로리만큼 과일과 채소로 더 채우면 된다.
“진짜 건강을 위한다면, 육식을 줄이자.”
건강한 몸을 위해, 몸에 ‘시간’과 ‘과일’과 ‘채소’, 그리고 ‘노력’을 주자. 지금 나의 능력과 상황에서 비건 채식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건강하지 않은 근육 크기를 포기하고 진짜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나에게는 근육을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과일과 채소를 감사히 즐기는 마음이 있다. 이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비건 빌드업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공감과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모든 사람과 동물, 지구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이번 호를 끝으로 <2021년 캠페인 “육식을 줄이자”> 릴레이 칼럼 연재를 마칩니다.
이도경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운동생리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운동생리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석사 과정 중에 스포츠영양학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스스로 비건(Vegan)이 되었다. 현재 채식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으며 비건 보디빌더 및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국가 공인 건강운동관리사와 생활스포츠지도자 2급(보디빌딩) 및 실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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