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6
불교와 기독교에서 믿음의 의미
앨프리드 블룸
하와이대학 명예교수
최근 불교와 기독교 간 쟁점에 대해 의견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특히 ‘믿음(faith)’이라는 용어를 불교에서 써도 괜찮은지를 물었다. 서양에서 ‘믿음’은 기독교적 의미를 띠고 본질적으로 인격신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이는 은총과 구원, 천국과 지옥 등의 다른 기독교 개념에도 적용되지만 다른 종교 전통과의 논의에선 좀 느슨하게 용어를 사용하는 편이다.
업(karma)과 윤회(transmigration)가 미국인의 언어와 사고에 최근 몇 년 사이 스며들어 현대적 사고의 일부가 되었다. 또한 인간 삶의 궁극적 조건으로서 열반(nirvana)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엇이든 최상의 행복과 고요한 마음이 관련되었다면 열반에 비교되곤 한다.
선불교에서 ‘명상, 참선’을 의미하는 선(Zen)은 무엇이든 긍정적 가치를 지녔거나 성공하려면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특별한 믿음을 요구하지 않고, 전통적 서양 믿음에의 합일도 요구하지 않는 문화적 변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는 문화 간 소통과 교육을 통해서 일어났다.
‘믿음’의 경우 기독교는 믿음이 신의 선물이고, 성령의 작용을 통해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믿음의 목적은 원죄로 인해 생긴 신과 피조물의 분리(estrangement)를 극복하는 것이다. 신과의 화해는 예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일어난다. 기독교는 신을 작동 원인으로 보는 유신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불교에서 믿음은 신복의 바탕으로서의 신을 포함하지 않고, 기독교처럼 인격신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신복으로서의 믿음은 전인의 경험이고, 우리 생이 삶을 지원하고 가능케 하는 가족, 사회,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간 존재의 참 본성을 깨닫는 ‘아하’의 순간의 경험이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인 것이다.
불교 수행의 목적은 형상과 개념을 넘어서 실재 자체와 보편적 삶의 과정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신앙은 우리가 모든 존재를 고양시키고 충족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는 ‘커다란 순리’의 일부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런 알아차림-신앙을 통해 우리는 모든 존재에 대한 상호성, 상호의존감, 자비심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실재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를 가진다. 이런 이해는 우리 자아가 바른 시각을 갖도록 해주고, 현대인의 삶에서, 국가 대 국가의 전쟁부터 가족, 지역사회의 단순한 갈등에 이르기까지, 골육상쟁적인 치열한 경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기독교와 불교 양 종교의 신앙의 의미를 탐색해볼 때 모든 존재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헌신을 하기 위해 전인이 될 것을 말하는 공통점이 있다. 동시에 신앙의 토대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이 인격신에 대한 신앙이든 또는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알아차리고 우리가 실재라 부르는 과정과 하나가 되는 것이든 말이다. 우리는 신앙이란 용어를 사용하되 더 큰 이해를 위해 거기함축된 다양한 의미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발 췌 ・번역|로터스불교영어연구원
앨프리드 블룸(Alfred Bloom; 1926~2017) 신학대학을 나와 하버드신학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던 중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일본에 가서 신란(親鸞)을 연구한 후 하버드신학대학에서 신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학, 오리건대학, 하와이대학 등의 교수로 재직하며 영어권에서 정토진종을 연구하는 선구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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