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과학의 만남이 지니는 의미와 가능성 탐구한 안내서 『불교와 과학』|이 책을 소개합니다

불교와 과학의
만남이 지니는 의미와
가능성 탐구한 안내서

대원불교학술총서 『불교와 과학』

박재용 『불교와 과학』 번역자

앨런 윌리스 편집, 박재용 옮김, 도서출판 운주사 刊

불교를 종교적 교리 체계의 차원 넘어,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탐구의 요소 동시에 품은 독특한 지적 체계로 조명한 책

『불교와 과학: 불교의 지혜와 서양의 과학이 만나다』는 불교의 오랜 지혜와 현대 과학의 대화를 심도 있게 탐구한 역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불교와 과학의 관계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 책의 배경에는 달라이 라마의 선구적인 시도가 있다. 달라이 라마는 1987년부터 격년으로 열린 ‘마음과 생명’ 콘퍼런스에서 서양의 과학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만약 과학 이론과 경전의 불교 교리가 모순된다면, 우리는 그 교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라는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그는 교조적 태도를 벗어나 실증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과학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이 10여 년에 걸친 대화는 불교의 오랜 지혜와 현대 과학의 새로운 발견이 서로를 보완하며 놀라운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본서의 가장 큰 특징은 달라이 라마와 서양 학자들 사이의 그간의 대화를 단순히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을 불교적 관점과 긴밀하게 연결해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특히 불교를 종교적 교리 체계의 차원을 넘어,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탐구의 요소들을 동시에 품은 독특한 지적 체계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지닌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탐색하는 중요한 학문적 성과이다.

본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불교와 과학의 교류 배경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이어서 불교와 인지과학의 관계를 상세히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불교와 물리학의 흥미로운 접점을 탐구한다. 이를 위해 인문학 분야에서 7인, 생물학과 정신생리학에서 각각 1인, 물리학 분야에서 6인의 전문가가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축적한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불교와 과학의 대화가 단순히 두 영역을 비교하거나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서, 서로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불교와 과학의 대화 방식이다. 필자들은 불교와 과학의 방법론적 접근법을 공유하면서, 불교의 통찰을 과학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 예컨대 불교 수행법의 현대 심리 치료 활용 사례, 불교의 무아 개념에 대한 인지신경심리학적 탐구, 불교의 시간관에 대한 현대 물리학적 분석, 중관철학의 양자역학적 해석 등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한다. 이러한 학제 간 접근은 두 분야의 대화를 한층 더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 주제들은 오늘날 더욱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불교의 자비와 중도 사상이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에 어떤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지, 현대 뇌과학의 발전이 불교의 명상 수행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심화시킬 수 있는지 등, 불교와 과학 간의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이 계속해서 확장되는 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교와 과학의 대화는 단순한 학문적 교류를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서는 AI의 윤리성, 인간의 의식과 마음에 대한 이해 등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들에 대해 불교와 과학이 어떤 통찰과 해답을 도출할 수 있을지, 그 의미 있는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시대에 불교와 과학의 만남이 지니는 의미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귀중한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불교의 오랜 지혜와 현대 과학의 만남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해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박재용|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식불교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불교대학원대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현재 동 대학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명상 100문 100답』(공저), 『명상 어떻게 연구되었나』(공저)가 있고, 『붓다 마인드: 욕망과 분노의 불교심리학』(공역) 등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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