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세계에 대한 철학적 이해의 시도
『쇼펜하우어와 원효』
인간은 삶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욕망’은 그중에서 생존 의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리 삶에서 여러 종류의 고통을 유발한다. 고통은 결핍 상태에서도, 풍족의 상황에서도 작동한다. 우리는 고통의 이러한 작동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하루하루를 경영하는 것에 바빠 우리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 혹은 이 고통과 충분히 마주해 생산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를 할 시간을 갖기 어렵다. 『쇼펜하우어와 원효』는 두 철학자를 불교라는 사상적 공간으로 불러내 대화를 이끌고 이를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고통의 원인을 욕망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이는 불교에서 일체가 고통인 것이 무상한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기인한다고 본 것과 같은 시각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와 불교의 이러한 유사성을 “고통의 궁극적인 원인을 인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인간 내면에서 찾고 있다”고 지적한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궁극적인 길을 욕망을 부정하는 금욕주의에서 찾고있으며 자신의 사상에서 ‘모든 종류의 욕망을 극복한 상태’가 바로 불교의 열반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쇼펜하우어는 불교도로 자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의저자 박찬국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물질이 풍족하면 권태로 인해, 풍족하지 않으면 결핍감으로 인해 인간은 괴로워한다”고 고통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서 “귀족의 고통은 권태이고 가난한 자들의 고통은 결핍감”이라고 했다.
한편 저자는 원효가 불교 내의 다양한 흐름을 회통(會通)시키고자 했다는 측면에서 원효를 불교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유사성 위에서 『쇼펜하우어와 원효』는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불교 사상 간의 생산적인 대화를 매개함으로써 단순히 사상 간 유사성과 차이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쇼펜하우어 사상의 내적 모순을 분석하고 이를 원효의 철학을 통해 극복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점은 불교, 특히 원효의 사상이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동일 선상에서 논해져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2부에서 ‘인생의 고통과 그 극복 방안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정리하고, 3부에서 ‘쇼펜하우어와 불교’를 비교한 뒤, 쇼펜하우어 사상의 내적 모순의 철학적 극복 방안을 3부 ‘쇼펜하우어와 원효의 비교’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고통으로 점철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 저자 박찬국은 쇼펜하우어와 원효의 ‘세계관’을 세밀한 서술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쇼펜하우어와 원효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시도해보길 권하고 있다.
3월의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쇼펜하우어와 원효』의 저자인 박찬국 선생을 초청해 저자가 분석하고 제시한 쇼펜하우어와 불교 사상(원효) 간의 생산적인 대화를 청해보고, 이를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김선우|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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