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모두를 살리는 지름길 | 캠페인 “육식을 줄이자”

캠페인 “육식을 줄이자”


채식은 

모두를 살리는 

지름길


이수덕 

전 BTN 대표이사



 내가 채식을 시작한 지는 약 50년 전 대학교 3학년 때부터다.
 원래 닭고기를 제외한 육식을 하면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와 육식을 즐기지 않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면서 육식을 배웠다. 3월 꽃샘바람이 부는 50사단 신병 훈련소에서는 주는 대로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으니 육식을 해도 두드러기가 나지 않고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그러나 훈련 기간이 끝난 후 복무지에 배치를 받은 후부터는 서서히 육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 다행히 식사를 골라서 할 수 있는 부대에서 복무하게 되어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해, 불교에 대해 관심이 많아 동아리 활동을 하며 몇몇 회원들과 완전 채식주의자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철저하게 채식을 시작했다. 당연히 불교에서 지키는 파, 마늘, 달래, 부추 등 오신채를 먹지 않았다. 주위에서 한국에서 채식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여차하면 건강을 잃을 염려가 있다며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던 친구가 영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완전 채식을 시작한 후 수개월이 지나도 힘이 없다거나 몸에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몸이 가볍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단지 외식하기가 너무 어려운 점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불편했다.
 내가 채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양친 부모님께서 철저하게 정통 사찰 음식만 드셨던 덕분이다. 두 분의 식습관 때문에 우리 집은 늘 두 가지 식단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신채가 들어간 김치와 된장과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밥상에 함께 올랐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나의 채식 생활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핵심은 ‘이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없다’는 동체자비(同體慈悲)의 체화가 아닌가? 뭇 생명이 내 생명 아닌 것이 없는데 내 어찌 한치 혀의 순간적 즐거움을 위해 또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데 방조할 수 있겠는가? 내가 어릴 때 시골 동네에서는 명절이나 좋은 날이면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핵심은 ‘이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없다’는

동체자비(同體慈悲)의 체화가 아닌가? 뭇 생명이 내 생명 아닌 것이 없는데

내 어찌 한 치 혀의 순간적 즐거움을 위해

또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데 방조할 수 있겠는가?

 돼지를 잡을 때 돼지 목을 따면 목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흐르고 사람들은 ‘선지’라는 음식을 만든다고 그 피를 받았다. 짧지 않은 시간을 돼지는 고통스러워하다 숨을 거두었다. 그 모습을 본 후 나는 돼지고기는 일절 먹을 수 없었다.
 ‘소 또는 돼지가 도살장에 끌려갈 때 흘리는 눈물과 한, 그 한이 만드는 독기와 탁한 피를 함유한 고기를 먹고서 얻어지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몸에 소름이 끼친다. 결국 우리는 육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한(恨)과 독(毒)을 즐기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에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채식이라는 교육 교재를 유튜브를 통해 보았는데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지구의 온도가 100년 전보다 섭씨 1℃ 올랐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섭씨 1℃ 오르자 중동의 날씨가 최고 섭씨 54℃까지 오르고 건조해진 숲에서 대형 산불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작년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7개월간 지속되어 호주의 숲 20%를 불태웠고, 5억 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잃었으며 코알라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온실가스라고 한다. 2020년 기준으로 자동차가 내뿜는 CO2 가스가 ‘1’이라면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56’이고 곡식과 채소를 재배하는 데 사용한 비료에서 발생한 아산화질소는 ‘258’이며 산불로 숲이 타면서 발생한 탄소량이 ‘2,530’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금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배출량을 줄이려고 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없애더라도 비료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의 258분의 1, 대형 산불로 발생한 탄소의 2,530분의 1밖에 줄일 수 없으니 자동차의 CO2 가스 배출량만을 줄여서는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물 소비량을 비교해보면,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물 1만 6,000L가 필요하고, 감자 1kg을 생산하는 데 물 130L가 필요하다. 쇠고기 1kg 생산에 7~16kg의 곡물이 필요해 세계 전체 곡물의 37%가 목축을 하는 데 소비된다. 이 37%의 곡물은 20억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민 한 사람이 채식을 하면 하루에 4kg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우리 전체 국민이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을 해도 450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을 멈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농경지의 75%가 필요 없게 된다고 한다.
 채식 운동은 세계 각국에서 전개되고 있다. 세계 어디든 식당에 가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이 따로 있다. 대한민국만 빼고….
 정통 대승불교국인 대한민국에서 기본 계율인 5계 지키기가 내가 다녀본 나라 중 가장 어렵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수덕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 문과대학에서 수학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불교텔레비전(BTN)』 사장, 참여불교 재가연대 공동대표, 생명나눔실천본부 후원회장, 대한불교진흥원·불교방송 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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