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나”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일상 속 건강 지키기’를 연재한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일상 속’이다 보니, 삶의 여러 행동 가운데 건강한 나를 찾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었다. 먹고, 자고, 걷고,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호흡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2021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조심조심하면서 근근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롭고 멋진 삶보다는 주의하며 안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글을 쓰면서도 그런 조심함이 그대로 배어 있었던 것 같다.
일상에서의 삶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많이 달라졌다.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일주일 휴가 동안 무엇을 하겠습니까?” 코로나 이전 휴식과 힐링에 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항상 1순위는 여행이었고, 친구들과의 만남이었고, 또 자신의 취미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그러지 못했다. 이른바 ‘코로나19’라는 용어를 사용해 어느새 2022년을 향하고 있으니 근 3년을 코로나와 함께 살고 있다. 불안에서 시작해 분노를 느꼈고, 무기력과 우울이 바탕에 깔려 있다. 때로 희망이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래의 불확실로 인해 자신 있게 나가지 못하는 삶의 연속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도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움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무기력,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단절되면서 생기는 고독감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의 시대를 ‘홀로’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혼자서 이해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또 살아가는 시대인 것이다. 바이러스의 공포뿐 아니라 백신의 공포 역시 불투명, 불명확의 연속이고, 이런 상황에서 나의 생활을 어떻게 할지, 심지어 백신을 맞아야 할지조차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결정하게 되어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든, 그 사람 옆에 있으면서 자가 격리나 능동 감시자가 되든, 백신의 후유증을 앓든, 백신 맞는 두려움으로 백신을 맞지 않으면서 감염의 두려움을 안고 있든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홀로’의 책임 속에 놓여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가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는 모두 2년간 늪에 빠져 지내는 동안, 주어진 화두를 풀어가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나를 찾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중이다.
◎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우리는
- 여러 감정을 느꼈다. 불안에서 시작해 분노를 경험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우울을 느꼈다.
-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기본적인 네트워크의 붕괴를 경험했다. 직장 동료, 친구, 심지어 가족 간의 만남도 제한되어 고립감을 호소하게 되었다.
- 그동안 누렸던 삶의 패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들도 위축이 되었고, 하고 싶은 것도 제한되었다.
◎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 상태에서 지금 나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지금 나의 감정은 어떤가? 그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가? 지금 이 감정은 나의 상태를 온전하게 반영하고 있는가? 나의 감정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감정만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 반대편에는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 그 감정 역시 나의 감정임을 확인하고 활용해야 한다.
- 나에게 주어진 혼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1시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시간 동안 온전히 평화로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 그 행동이 재미있는가? 그 행동이 의미 있는가? 그런 행동을 찾았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바로 실행으로 옮긴다. 나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 자신이 삶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미니멀리즘에 기반해 자신의 삶을 비우고, 상황에 맞춰 채워나가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원점에서 시작한다. 내가 하는 것에 머물러 있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지 말자.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실행해야 한다.
환자분이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직장을 잃은 충격에 불안을 지나 우울에 빠져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싫어 집에 고립되어 있다.
주어진 빈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일단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을 제안했다. 자연 치유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키우기 위한 것은 단연 움직임이다. 그것도 자신의 리듬에 맞춘 움직임이다. 인간이 리듬을 주면서 반복할 수 있는 행동이 바로 걷기다. 시간을 내어 리듬 있는 걷기를 실천한다. 최소한 몸에는 도움이 된다.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풀기 위한 기초는 만들어놓는 것이다.
아예 작정하고 충분히 쉬도록 제안했다. 긴 인생에서 잠시 쉬어 가는 시간으로 지금을 설정하는 것이다. 작정하고 충분히 쉬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 충분한 휴식 상태에서 복잡한 생각을 비우면 열은 아래로 내려와서 안정을 찾는 것을 경험한다. 최적의 상태를 만들고 이를 몸과 마음으로 확인한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시간, 혼자서도 잘하는 나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간에 작정하고 휴식을 하면서 몸은 걷기를 통해 많이 움직이도록 한다.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 코로나19, 앞으로 우리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이번 호를 끝으로 김종우 교수의 <일상 속 건강 지키기> 연재를 마칩니다.
김종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육연구부장, 기획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며 한국명상학회 회장, 한방신경정신과학회, 신심스트레스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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