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시즈카의 『인터넷 카르마』

인터넷 카르마, 무서운 업의 반복 

『인터넷 카르마』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다가 현재는 잠정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던 한 SNS가 최근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약 20년 전의 사진과 글들이 복원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진이 당시의 추억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비스 재개를 환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특정한 누군가에게 ‘추억’인 사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거나 지우고 싶은 과거의 산물이기도 하다. 개인 한 명을 찍은 사진이 아닌 경우 사진 속 인물들은 각각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록되어 있고 그 기록은 연동되어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인터넷에 저장된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잊히지 못한 괴로운 과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사회는 특정한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록(저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과 그 속의 기록은 양가적인 속성을 지닌다.

인터넷에 저장되어 부유하는 ‘기록’에 집중한 사사키 시즈카는 『인터넷 카르마』에서 이 기록의 특성을 ‘인터넷 카르마’라고 명명하고 있다. ‘카르마(Karma)’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불교에서의 ‘업(業)’에 해당한다. ‘업’은 인간이 행한 모든 일이 기록되어 여러 가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불교에서의 업은 고통을 야기하는 것으로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붓다(부처님)가 불교를 창시할 당시에 업은 저지른 행위에 대한 결과가 나타나면 그 에너지가 완전히 소비되는 성질의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고 인터넷에 인간의 삶이 기계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업, 즉 ‘인터넷 카르마’가 생겨났다. 사사키가 ‘인터넷 카르마’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계적으로 기록된 정보들이 부유하다가 누군가에게 어떠한 계기로 ‘편집’되어 재등장하게 되고 실제 인물과는 다른 새로운 인물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편집된 결과물(인터넷 카르마의 ‘과보’)은 다시 인터넷에 기록되어 사라지지 않고 소멸되지 않는 에너지를 지닌 ‘업’으로서 특정한 개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이러한 인터넷 시대를 사사키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고통’, ‘잊힐 권리가 사라진 세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으로부터 완전히 도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인간은 ‘인터넷 카르마’에 어떻게 대항하고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사사키는 2,500년 전에 붓다가 설한 ‘번뇌를 없애는 법’, 즉 ‘계(戒)’, ‘정(定)’, ‘혜(慧)’로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계’는 “생활을 바르고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며 ‘정’은 “본래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온전히 고정시키는 ‘정신 집중’, ‘명상 상태’를 의미”한다. 끝으로 ‘혜’는 지혜를 가리킨다. 사사키는 “붓다가 설한 계, 정, 혜의 세 가지 시스템을 현대적인 의미로 이해함으로써 우리들은 ‘인터넷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서 ‘자기 수행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9월의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인터넷 카르마』의 역자인 법장 스님을 초청해 인터넷 세상에서 불교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 불교적 실천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김선우|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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