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2)
깨달음을 위한 명상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명상을 잘할 수 있을까요?”
“명상을 하면 너무나도 평화롭고 행복한 황홀경을 경험하나요?”
명상 학회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모임은 특강이나 집단 수련과는 달리, 대여섯 명 남짓의 그룹이 모여서 진행한다. 학회에서의 지도자급에 속하는 멘토와 명상 초보자인 멘티의 만남인데 명상에 대해 궁금한 점이 튀어나온다.
“명상을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벽을 바라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좌하고 있는 선사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명상을 잘하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서는 존경과 함께, “왜”, “무엇 때문에?”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고 명상을 잘하는 것인가?를 반문하게 된다. 그런 반문에 이어서 분명히 명상이 좋다고는 하지만, 나는 저렇게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면서 당장 30분 가부좌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애초에 명상은 내가 범접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고 마음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렇게 돌린 마음으로 다른 명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저 풍경을 바라보며 슬렁슬렁하며 걷고, 음식 앞에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단지 앉아서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명상이라고 하니 이제는 나도 명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더구나 일상에서의 일을 놓지 않고, 도리어 더 집중과 몰입하면서 업무를 할 수 있고, 게다가 휴식 시간에 깨달음도 얻는다고 하니 명상이 요즘의 나에게 딱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동의보감』에서 제시하고 있는 마음 훈련에 “허심합도(虛心合道)”를 소개하고 있다. 한의학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마음이 가지고 있는 최적의 상태로 설명한다. 욕심을 비우게 되면 그 빈자리에 단(丹)을 형성해 건강하게 된다는 전통 도가(道家)의 건강 비법인데, 이를 정신의학적으로 해석하면 마음을 비우게 되면, 그 빈 공간에 깨달음의 지혜가 온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빈 것을 그대로 두면서 채워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요하고 텅 빈 마음 헤드스페이스(『HeadSpace』, 엔디 퍼디컴 지음, 불광출판사, 2012)는 생각이 사라진 마음속 평화 공간이다. 그리고 “하루에 10분만 마음을 비우면 인생이 가벼워진다”로 명상을 설명하고 있다. 고요하고 텅 빈 마음이 주는 평화로움을 느껴보라고 설명하면서 일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명상 연습을 제공하고 있다.
“나의 명상 공간에서, 여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옷차림을 하고, 의젓한 자세를 만들고 작정하고 명상 시간을 가져본다. (…) 하루에 꼭 지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본다. 매일 반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다. 불과 10분의 시간이어도 좋다. 단지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명상을 하기로 한다. (…)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기로 한다. 들리는 것, 보이는 것, 피부로 느껴지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자신의 감정이 일어난다면 이 또한 관찰한다. 생각이 든다면 이 역시 그저 관찰한다. 감각, 감정, 생각 모든 것을 단지 관찰하고 받아들인다. 관찰의 결과를 메모해도 좋다. 이것을 나에게 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2018)에서 제시한 마지막 주제는 명상이다. 그리고 “오직 관찰하라”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몸과 마음은 ‘관찰’이라는 것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찰을 통해 우리가 진정 누구인가를 알고,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도 매일 2시간의 명상과 1년에 두 달간의 명상처에서의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명상을 잘한다는 것은 관찰을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찰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빈 공간을 만들어놓아야 하고, 빈 공간을 만든 후에는 깨달음과 지혜가 들어오기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김종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육연구부장, 기획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며 한국명상학회 회장, 한방신경정신과학회, 신심스트레스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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