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과 불교적 리더십 | 불교와 리더십 3

불교와 리더십 3


기업 경영과 불교적 리더십


조기룡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과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수익의 창출은 부(富)의 창출과 다르지 않은 말이다. 기업에 있어서 수익과 부의 창출은 곧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수익 내지 부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업 경영, 수익 창출, 부의 축적 등을 불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위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불교는 그런 행위들을 부정하게 간주해 거부한다고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와 같이 인식하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불교를 무소유의 종교라고 여기는데 있는 듯하다. 정말로 불교는 무소유를 주장하는 종교인가? 그렇지 않다. 그 주장은 무소유와 무집착의 차이를 간과한 잘못된 논리라고 하겠다. 무소유는 가지지 않음을 의미함에 비해 무집착은 가졌는지, 못 가졌는지, 또는 안 가졌는지 등에 마음을 쏟아 매달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무소유는 아예 가지지 않는 것이지만 무집착은 소유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불교의 경제관은 무소유가 아닌 무집착이다. 불교는 소유를 인정한다. 불교는 소유의 소멸이 아닌 집착의 소멸을 지향한다. 재물을 소유했을지라도 그에 집착하지 않아야 되는 것이다. 또한 무소유의 상태라면 재물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불교는 무소유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지, 굳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상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은 “벌이 온갖 꽃을 채집하듯 밤낮으로 재물을 모으라”고 설하셨고, “처자 권속을 거느리고 세속에 살며 재물을 얻기 위해 사업을 위해 힘쓰더라도 법을 얻는 길이 열려 있다”고도 설하셨다. 기업 경영은 ‘정법(正法)에 따라 경영하고 열심히 재산을 모으되 그것에 집착하지는 말아야 하는 행위’라 하겠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정법에 따르는 것이다. 불교의 정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렇기에 불교의 경영 정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경영하는 것이다. 이것이 곧 기업 경영의 불교적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리더십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설하신 기업 경영에 대한 불교적 리더십의 정법은 무엇일까? 

첫째, 도덕적이고 올바른 수단으로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올바른 직업관의 확립이며, 팔정도 중 정명(正命)에 해당한다. 경전에서는 그릇된 직업을 나열하는 것으로 정명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 Nikāya)』는 무기 매매, 매춘, 인신매매, 마약 매매, 도축업, 술 판매, 사기, 기만, 위약(違約), 고리대금업, 점술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에 의한 부의 축적을 금하는 기준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의 정당성에서 찾을 수 있겠다. 『앙굿따라 니까야』에 따르면 재산은 강제나 폭력이 없이 합법적 수단으로 모아야 한다. 또한 부를 축적함에 있어서 속임수가 없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기업 경영인은 수익을 창출하고 부를 축적함에 있어서 반드시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법을 사용해야 함을 시사한다. 사람들을 속이거나 폭력을 사용하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수익을 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품의 원산지나 첨가물을 속이거나 이권을 다투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는 도덕적이고 올바른 수단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경영이라고 할 수가 없다.

둘째, 기업 경영을 통해 얻은 부를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회에 일정 부분 회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섭법(四攝法) 중 보시행(布施行)이다. 『맛지마 니까야(Majjhima Nikāya)』에서는 “만일 법답게 재물을 구해 자기 스스로 수고로이 얻은 것을 남에게도 대어주고 자기도 쓰며, 또한 널리 베풀어 복도 지으면 이것은 다 덕이 있나니, 욕심 부리는 중의 최상이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인이 지켜야 할 사회적 회향과 보시는 무엇인가? 『앙굿따라 니까야』는 축적한 부를 “① 부모, 아내, 자식, 일꾼과 다른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② 친구와 동료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③ 왕난(王難), 수난(水難), 화난(火難), 도적의 난과 전쟁 등에 대비하기 위해 ④ 친족, 손님, 아귀, 왕, 신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⑤ 인내와 겸손으로 자아를 성취한 성자들을 공양하기 위해” 써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이를 기업 경영인의 리더십 관점에서 다시 설명하면, 기업의 수익은 ‘① 경영자와 그 가족 이외에도 직원과 타인을 위해 ② 가까운 지인들을 위해 ③ 천재지변과 사회혼란을 대비해 ④ 사회적 의무를 위해 ⑤ 수행자와 같은 인내하고 겸손한 사람들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이 창출한 수익은 경영인과 직원뿐만 아니라 사회와 이웃을 위해서도 바르게 쓰여야 한다. 『숫타니파타(Sutta-Nipāta)』는 “엄청난 부와 황금이 있고 먹을 것이 많은 사람이 다만 혼자서 누리고 먹는다면 그것은 파멸의 문이다”라고 설함으로써 기업이 이기적 욕망만을 따르고 주위를 돌아보지 않으면 결국 망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상기한 두 가지, 즉 정명(正命)과 보시(布施)는 기업 경영인이 지켜야 할 대사회적 리더십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인이 지켜야 할 리더십은 대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기업 내에서 실천해야 할 것들도 있다. 모든 기업의 생존과 번영은 재정의 안정과 임직원의 화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재정 안정에 대한 부처님의 교설은 사분법(四分法)에 나타나 있다. 『맛지마 니까야』는 “열심히 노력해서 모은 재물의 1/4은 생계비로 쓰고, 1/4은 생산비로 쓰며, 1/4은 저축하고, 나머지 1/4은 농부나 상인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얻도록 하라”고 설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기업 경영인은 수익의 1/4만 소비하고, 1/4은 생산에 재투자하고 이외의 수익은 저축하거나 이자를 통한 수입을 발생하는 데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경영인의 과소비와 무리한 투자로 인한 기업의 부실과 도산을 종종 접한다.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서 재정 안정은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사분법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제시한 부처님의 가르침이기에 기업 경영에 있어서 재정 안정을 위한 불교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덕목이라고 하겠다.

임직원의 화합은 기업의 생명이다. 불교가 화합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는 승가(saṃgha)의 어원이 화합이라는 것과 화합을 깨뜨리는 행위를 오역죄(五逆罪)의 하나로 다스리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역죄는 다섯 가지의 극악무도한 죄인데, 화합을 깨뜨리는 행위는 부모를 살해하거나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몸에서 피가 나게 하는 것과 동일한 죄로 취급된다. 그리고 오역죄는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불교는 화합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육화(六和)를 제시하고 있다. 계화(戒和)·견화(見和)·이화(利和)·신화(身和)·구화(口和)·의화(意和)가 그것이다. 즉 계율과 견해와 이익을 같이함으로써 화합을 지키고, 몸과 입과 뜻을 화합되게 써야 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다시 풀어 이해하면, 첫째, 계화동수(戒和同修)다. 같이 규칙을 지켜야 화합되게 일할 수 있다. 규칙을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지키지 않는다면 갈등과 다툼이 생긴다. 기업의 규칙을 임직원이 다 같이 준수해야 화합할 수 있다. 둘째, 견화동해(見和同解)다. 목표와 방향 그리고 방법을 보는 견해가 일치해야 화합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임직원이 동의하는 공동의 견해를 세워야 그를 바탕으로 화합할 수 있다. 셋째, 이화동균(利和同均)이다. 이익을 화합되게 균등히 분배해야 한다. 기업의 수익을 노사가 서로 조화롭고 균등하게 나눠야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화합할 수 있다. 넷째, 신화동주(身和同住)다. 몸을 화합되게 해야 함께 머물 수 있다. 임직원 간에 편한 일 궂은일을 가리지 않고 함께해야 화합할 수 있다. 다섯째, 구화무쟁(口和無諍)이다. 입을 화합되게 해야 쟁론이 생기지 않는다. 많은 불화가 입으로 말하는 것 때문에 생긴다.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거짓말, 이간하는 말, 상처 주는 말 등을 하지 않아야 화합할 수 있다. 여섯째, 의화동사(意和同事)다. 뜻을 모아 화합되게 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의 뜻이 모이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 기업에서는 뜻을 모아 함께 일해야 원하는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화합할 수 있다.

전술한 불교의 기업 경영 리더십을 한마디로 함축하면 상생(相生)이라 할 수 있다. 노와 사, 기업과 소비자,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 불교적 리더십인 것이다. 그 길은 부처님이 부촉하신 전도선언의 길과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 

세상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고, 

신들과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


세상의 뭇 생명이 이익 되고 행복해지는 상생의 길을 걷는 것, 그것이 곧 기업 경영의 불교적 리더십이다.  


조기룡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찰경영과 종무행정’을 전공하고 있고, 동 일반대학원 부디스트 비즈니스학과의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불교리더십’과 ‘전법교화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종무행정론』, 『불교리더십과 사찰운영』, 『사찰경영, 부처님 법대로 하면 잘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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