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뒤꼍에서 | 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공광규 시인은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신라문학대상, 윤동주상 문학대상, 동국문학상, 김만중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재무 시인은 공광규 시인의 시편들에 대해 “무엇보다 그가 축조한 언어의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견고하면서도 극미하기만 하다. 그는 타고난 시의 농사꾼이다. 그의 전답에서 소출된 시의 알곡들은 쭉정이가 하나도 없다”라고 극찬했다. 공광규 시인은 동시 그림책에도 관심을 갖고 여러 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특히 근년에는 『서사시 금강산』을 집필했는데, 이 시집은 전체 5부 129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려 1만여 행에 달한다. 2004년 7월 금강산 외금강과 해금강을 다녀온 경험에 기초해 창작했다고 한다. 공광규 시인이 펼쳐 보이는 시세계의 한 분야에는 이처럼 통일문학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공광규 시인은 불교와의 인연도 깊다. 스님들과의 오랜 인연과 일화는 자연스럽게 시에도 곧잘 등장하고, 그것은 화엄의 시학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시인은 한 산문에서 “사람은 조수와 초목에 대한 교양으로 이들과 어울려 살 때 양생이 가능하다. 그것이 요즈음 강조하는 생태적 삶일 것이다. 그러니 사람과 조수와 초목이 어울리는 화엄의 세계를 이해하고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감동적인 시라고 본다”라고 썼다.

시 「수종사 뒤꼍에서」는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하고 있는 수종사를 방문한 경험을 다루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운길산에 자리 잡고 있는 수종사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길이 만나는 두물머리, 즉 양수리가 훤히 내려다보여서 무엇보다 경관을 자랑한다. 시인도 이 풍광을 바라보되, 물의 흘러옴과 물의 흘러감을 사색한다. 온 곳과 갈 곳을 가늠한다. 생겨난 곳과 사라질 곳을 생각한다. 이 질문은 인간의 삶에 대한 사고로 확대된다. 그리고 “수목장한 나무 그늘”에 앉으면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실로 신록의 시간으로부터 조락의 시간으로 나아가는 것이 생명 세계의 실상일 것이다. 이처럼 공광규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바깥 풍경은 불교적 내면을 거쳐 새로운 풍경으로 발견된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BBS불교방송』 제주지방사 총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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