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노래 | 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오형근 시인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8년 『불교문학』 신인상과 2004년 『불교문예』 신인상을 수상했다. 돈독한 불심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오형근 시인은 동명의 시 「침묵의 노래」를 몇 편 썼다. 다음과 같은 시도 특별하다. “가로수에게까지/ 손님 대하듯/ 컵으로 물을 주면/ 햇물에도 늘 물 고여/ 세상은// 온통// 초록/ 잔치” 

‘햇물’은 장마 뒤에 잠시 났다가 없어지는 샘물을 뜻한다고 한다. 한 컵의 물을 공손하게 주는 행위는 자비심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는 세상의 다른 존재의 갈증을 해소해 초록빛으로 무성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게 될 것이다. 이 선한 마음의 사용을 시인은 시편 곳곳에서 강조하고 드러낸다.

인용한 이 시에서는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말한다. 참고 견디며 묵묵하게 기다리다 보면 완숙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세상의 일은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만 술술 풀리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 정도로 잘 절제하고 인욕 수행을 하다 보면 무심한 돌도 감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나운인욕경』의 말씀이 생각난다. “인욕하면서 자비를 베풀면 근심이 사라진다. 인욕은 편안한 집, 재앙과 유혹에 깃들지 아니한다. 인욕은 신들의 갑옷, 어떤 무기도 침범하지 못한다. 인욕은 커다란 배,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인욕은 좋은 약, 중생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오형근 시인의 시에는 ‘소’가 곧잘 등장한다. 물론 ‘소’는 곧 심우(尋牛)의 뜻이다. 시 「소 7」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소는 자기들끼리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다// 소는 움직이는 섬” 

‘소’는 곧 자아를 일컫는다. 소를 몰아서 닿는 곳은 심원(心源)일 테고, 그곳에 이르기 전까지는 미혹과 미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미혹과 미망을 끊고, 참기 어려운 경계가 닥쳤을 때에도 의연하다면, 그때에도 “돌이 눈 뜨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넝쿨과 같은 문장을 버리고 간소한 문장으로 맑고 깨끗한 마음에 이르는 것, 그것이 오형근 시인이 얻으려는 시 세계라고 하겠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방송(BBS)』 제주지방사 총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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