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불교는? 2
동남아시아 불교를 말하다
황순일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동남아시아 불교는 일반적으로 남방불교 또는 테라와다(Theravāda) 불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광대한 지역과 다양한 민족적 종교적 분포를 간주한다면 동남아시아 불교는 단순화해 이야기하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동남아시아 반도의 중앙부에 있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불교, 동남아시아 반도의 서부에 있는 미얀마 불교, 동남아시아 반도의 동부에 있는 베트남 불교, 그리고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에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불교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태국은 1800년대에 동남아시아 반도의 중앙부 대부분을 통치하며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불교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태국의 양대 종파인 마하니카야(Maha-nikaya)와 탐마유티카니카야(Thammayutika-nikaya)가 이들 국가에서 나타났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불교 국가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93.1%인 6,442만 명의 불교 인구가 있고, 승려가 거주하는 불교 사원이 3만6,412개에 승려가 거주하지 않는 불교 사원이 5,924개이며, 전체적으로 26만7,939명의 비구와 6만5,937명의 사미, 1만4,691명의 여자 승려인 메치(Mae Chi)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테라와다 불교의 경우 최대 종단인 마하니카야와 개혁 종단인 탐마유티카니카야로 나누어지며 신흥 종단인 담마카야(Dhammakaya) 또한 성장하고 있다. 한편 태국에는 약 30개 정도의 대승불교 사원이 있고 각각이 중국계의 친니카야(Chin-nikaya)와 베트남계의 안남니카야(Anam-nikaya)에 속하며 소수의 승려들을 보유하고 있다. 테라와다 불교의 경우 원래 교단의 구분이 없었지만 1800년대 중반 뭉꿋(Mongkut) 왕자의 불교 개혁 운동이 많은 지지를 얻으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탐마유티카니카야가 성립되었고 기존의 종단은 마하니카야로 칭하게 되었다. 이들 양대 종파가 부처님의 가르침과 명상 수행에 있어서 테라와다 불교의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입장을 지지한다면, 신흥 종단인 담마카야는 밀교적인 관상법에 기초한 파격적인 명상 수행을 보급하고 있다. 태국 불교는 왕가의 후원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의 테라와다 불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도 방콕은 동남아시아 불교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캄보디아는 원래 쉬와계 힌두교와 대승불교가 강했었지만, 1500년대 이후 태국의 전신인 시암(Siam) 왕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테라와다 불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1800년대 중반에 태국 불교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태국 불교의 개혁 종단인 탐마유티카니카야가 캄보디아 왕가의 후원하에 성립되었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96.9%인 1,369만 명의 불교 인구가 있고 전체의 90%가 마하니카야에 속한다고 한다. 1961년 기록에 의하면 마하니카야는 2,700개 사원에 5만2,000명의 비구가 있었고 탐마유티카니카야는 100개의 사원에 1,460명의 비구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크메르루주 공산 혁명 시절에 95% 이상의 비구들이 사라져버렸고 1978년 이후 서서히 캄보디아 불교 교단이 복원되어서 1990년 6,500명의 사미와 9,900명의 비구가 보고되었다. 현재 캄보디아 불교는 마하니카야가 중심이 되어 국가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있고 탐마유티카니카야는 왕가의 후원이 사라지고 태국 불교적 색채로 인해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라오스는 메콩강 유역의 저지대와 북부 고산지대로 나누어진다. 테라와다 불교는 메콩강 유역의 저지대를 중심으로 전체 인구의 66%인 409만2,000명이 받아들이고 있다. 북부 고산지대는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토착 종교와 불교가 혼합된 형태의 종교를 받아들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5,000개의 불교 사원에 9,000명의 비구와 1만3,000명의 사미가 있고 여자 승려 또한 4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오스는 란쌍왕국의 전성기인 15~17세기까지 독립적인 국가로서 번영했지만 18세기 이래 태국에 점령되면서 태국 불교의 영향권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라오스에도 태국 불교의 양대 종파인 마하니카야와 탐마유티카니카야가 나타나게 되었다. 양대 종파는 라오스에 공산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하나로 통합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라오스 불교는 태국 불교의 영향하에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아픔을 겪었고 공산당 정부의 통제 속에서도 중단 없이 명맥을 이어왔다. 오늘날 라오스는 독실한 불교 국가로서 대부분의 남성이 인생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출가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라오스 교권의 중심인 루앙프라방(Luang Phranang)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의 불교가 주로 중국 윈난성에서 남하한 타이족을 중심으로 한다면 동남아시아 반도 서부의 미얀마의 불교는 버마족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수 민족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80.1%인 3,841만 명이 불교 인구다. 2016년 통계에 의하면 전체 46만4,025명의 승려들 중에서 87.24%가 투담마니카야에 속하고 9.47%가 쉔지엔니카야(Shewgyin-nikaya)에 속하며 나머지는 7개의 소수 종파에 속한다고 한다. 버마족이 중심인 투담마니카야는 1700년대 후반 꼰바웅 왕가의 보다파야(Bodawpaya)왕 시기에 만들어졌는데 계율의 적용에 유연하며 승려의 정치적인 활동을 금지한다. 쉔지엔니카야는 1800년대 중반에 개혁 종단으로 출범해 민돈(Mindon)왕 때 투담마니카야에서 독립했다고 한다. 이들은 계율의 적용에 있어서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보수적인 종파로서 중앙집권적이고 주로 미얀마 중남부지방에 위치한다. 한편 미얀마 동부 산악 지역에는 타이계 샨(Shan)족들이 독자적인 불교의 영역을 유지하고 있고, 미얀마 서부의 해안 아라칸(Arakan)에도 라카인(Rakhine)족이 독자적인 불교의 영역을 지속하고 있다. 오늘날 미얀마 불교는 불교 교단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과 함께 위빠사나 명상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1800년대 중반부터 일반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미얀마의 위빠사나 전통은 식민지 시대에 점차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다가 미얀마의 독립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미얀마의 위빠사나 명상 센터는 출가 중심의 불교 교단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승가와 제가가 공존하는 아슈람의 형태로 발전했다. 다양한 위빠사나 행법들이 레디(Ledi) 사야도를 시작으로 마하시(Mahasi), 우바킨(U Ba Khin), 파옥(Phaauk) 사야도로 이어지며 위빠사나가 동남아시아 불교의 대표적인 명상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반도의 동부에 있는 베트남에서는 대승불교와 테라와다 불교가 공존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6.4%인 1,438만 명의 불교 인구가 있으며,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쪽은 대승불교가,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하는 남쪽에는 테라와다 불교가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4만6,495명의 승려들이 있으며, 3만4,062명이 대승불교에, 9,379명이 테라와다 불교에, 3,054명이 대승불교와 테라와다 불교가 혼합된 불교에 속한다. 전체 1만4,778개의 사원들 중에서 1만3,710개는 대승불교에, 527개는 테라와다 불교에, 541개는 혼합 교단에 속한다고 한다. 베트남 불교는 월남의 패망과 공산주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중단 없이 이어져왔고 베트남의 개혁 개방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많은 베트남 유학승들이 인도, 미얀마, 태국, 미국으로 향하고 있고 국가적인 뒷받침하에서 대승불교와 태라와다 불교가 베트남에서 성장하고 있다.
한편 동남아시아의 남부에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도 불교가 자리 잡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주로 중국계 화교들을 중심으로 불교 인구를 형성하고 있으며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7.7%인 501만 명이 불교도다. 독실한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불교는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800여 개의 불교 사원에 1,000명이 넘는 승려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는 대승불교, 태국 미얀만 스리랑카계 테라와다 불교, 티베트 불교가 들어와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계 화교들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33.21%인 108만7,995명의 불교 인구가 있다. 주로 중국계 화교들로 대승불교가 중심이지만, 테라와다 불교 또한 점차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때 동남아시아 밀교의 중심지였다. 보로부두르와 팔렘방은 인도네시아 불교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했지만, 현재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가 되었다. 2008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88.8%가 이슬람이고 불교는 0.6%인 130만6,248명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불교인들은 자카르타와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국계 화교들로서 주로 대승불교를 따른다. 하지만 자바섬의 중동부와 발리섬을 중심으로 오래된 토착 대승불교를 따르는 마을이 발견되고 있으며, 태라와다 불교 또한 태국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로 전해지고 있다.
황순일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인도철학과 석사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태국 출라롱콘대와 카자흐스탄 알파라비국립대, 일본 사이타마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및 학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테라와다불교의 동남아시아 전파』, 『한국의 사원과 세계 불교문화』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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