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불갑산 불갑사
아직도 설명되지 않은 것이
많은 절, 불갑사
불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白羊寺)의 말사이다. 이 절이 크게 번창한 것은 고려의 진각국사(眞覺國師)가 머무르면서부터이다. 그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오다 정유재란 때 전소된 뒤 법릉(法稜)이 중창했고, 인조 1년 대웅전의 본존불상을 조성해 봉안했다. |
전라남도 영광의 불갑사는 최초로 우리나라에 불교를 전파한 마라난타가 법성포로 상륙한 후 이곳에 와서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창건했다고도 하고, 도선국사가 도갑사, 봉갑사, 불갑사 등 호남 3갑 가운데 하나로 창건하고 그중 불사의 으뜸이라 하여 불갑사(佛甲寺)라 했다고도 한다.
또 한 설로는 인도 스님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는 점을 반영해 절 이름을 부처 불, 첫째 갑으로 하여 불갑사라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기록들이 모두 조선시대 말기의 문헌들에서 나온 것이며 구체적인 관련 유물마저 없어서 언제 누가 창건했는지는 불분명한 채로 남아 있다.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후반에 중창했고, 고려 후기에 각진국사가 머물면서 크게 중창했는데 당시 수백 명의 승려가 머물렀으며 절에서 경작하는 밭이 10리 밖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 시절 불갑사는 500여 칸에 이르는 대규모 절을 이루어 일대 중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때의 건물들이 정유재란 때 모두 불타 선조 31년(1598) 법릉(法稜)이 중수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조선 중기 이후의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대웅전(보물 제830호)을 비롯해 팔상전, 칠성각, 일광당, 명부전, 만세루, 범종루, 향로전, 천왕문(전남유형문화재 제159호) 등이 있다. 이 외에 각진국사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이 700년 정도 된 참식나무(천연기념물 제112호)가 있다.
영광의 ‘법성포’라는 지명도 성인이 법을 가지고 들어온 포구였다고 해서 ‘아무포’ 또는 ‘부용포’라고 부르던 것을 법성포로 바꾸었다고 한다.
불갑사의 여러 문화 재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불갑사 대웅전(보물 제830호)으로 단청을 칠하지 않아서 더욱 고풍스럽다. 특히 대웅전 처마 조각과 연꽃 문양을 세련되게 조각해 끼워 맞춘 대웅전 문살 등에서는 옛 선인들의 정성 어린 손길이 엿보인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정면과 측면, 가운데 칸의 세 짝문을 연화문과 국화문, 보상화문으로 장식했고 좌우 칸에는 소슬 빗살무늬로 처리해 분위기가 매우 화사하다.
불갑사 주변에는 소나무로 대표되는 침엽수보다 활엽수림이 많아서 봄이 오기 전에는 앙상한 가지들만 가득하다. |
최근 법성포 서쪽 끝 구릉지 아래에는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성역화 사업이 한창이다. 법성포의 법은 불교를, 성은 성인 마라난타를 의미한다고 한다. |
영광군의 밭은 경지 면적의 4할 정도를 차지한다. 고구마, 콩, 녹두, 잡곡 등의 작물을 비롯해, 특용작물로는 참깨 재배 면적이 가장 넓고, 땅콩도 전국에서 그 비중이 높은 특용작물로 알려져 있다. |
법성포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전라도 제일의 포구였다. 충청도와 전라도 일대의 어물상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가을 세곡을 받을 때는 큰 도회지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이제 법성포는 회상 속에나 등장할 뿐이고, 화려했던 모습은 옛이야기 속의 한 토막이 되었다. |
내부와 문살의 조각이 특이해서인지 문사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이 법당을 지을 때 한 조각가가 찾아와 일을 하겠다고 자청하면서 일이 끝날 때까지 여자가 안을 들여다보지 말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전설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밥 짓는 공양주가 들여다보고 말았다. 조각가는 곧 피를 토하며 죽었고 그 피는 까치가 되어 날아갔다. 대웅전 꽃살무늬가 미완성인 것은 그 때문이고 또 그 조각가를 기념하기 위해 불상 뒷벽에 까치를 그렸다고 한다.
대웅전 용마루에는 독특한 모양의 기와가 올려져 있어, 서쪽을 향해 앉은 대웅전 부처님들과 더불어 이 절의 또 다른 수수께끼가 되고 있다. 대웅전 뒤편 축대 위에 올라가 용마루 가운데를 보면 도깨비 얼굴 위에 우진각 지붕집이 올라가 있고 또 그 위에 보주가 얹힌 모습의 특이한 기와가 잘 보인다. 모두들 특이하다고만 할 뿐 그 유래와 용도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불교 도래지 법성포와 최초의 절이라는 불갑사 등 지명과 절 이름이 주는 의미는 다른 어떤 기록보다 깊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닐지. 한편 불갑사는 우리나라 3대 상사화 군락지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매년 가을이면 ‘꽃무릇큰잔치’라는 축제가 열릴 정도로 불갑사 일대가 상사화 붉은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불갑사가 자리 잡은 불갑산의 정상인 연실봉(해발 516m) 정상에 서면 사방팔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가까이는 영광, 함평, 나주의 평야지대와 서쪽 산 너머로는 철산 바다의 올망졸망한 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글|이민(자유기고가)
사진|신병문(다큐멘터리항공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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