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에도 운동이 중요|일상 속 건강 지키기

치매 예방에도 운동이 중요

구병수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치매라는 질환은 대체로 늙은 부모님이나 초로기의 중년이 많이 걸리는 퇴행성 뇌 질환 중의 하나다. 이 질환은 알츠하이머 질환과 흔히 중풍인 뇌혈관이 막히거나 출혈로 인해 뇌 세포의 사멸을 초래해 기억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근래에 한국은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2050년 치매 유병률은 노인 10명 중에 1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현재까지도 치매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치료제 개발은 요원한 상태이다.

치매 증상을 상세히 살펴보면, 초기에는 요리할 때 간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맛이 이상해도 가족들은 병의 증세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가족을 힘들게 하거나 물건을 숨기거나 타인을 의심하는 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이미 증상이 많이 악화된 단계다. 초로기의 중년기에도 주차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순간적으로 기억이 사라지는 느낌, 지인들의 이름이나 사건들을 잘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이 자주 생기거나 지속된다. 치매 중증인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정신적 능력이 저하되고, 심각한 사고력과 지적 능력 저하로 본인 혼자서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치매는 다른 증상들과 정확히 구별되고 진단되어야 한다. 건망증은 치매와는 다르게 예측할 수 있는 증거를 보이면 바로 기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어가 금방 기억나지 않아서 입 안에 맴돌 때에는 건망증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뇌의 기질적인 문제로 인해서 생기는 뇌혈관 질환, 파킨슨병, 알코올의존, 희귀한 뇌의 퇴행성 질환 등으로 기억이 흐려질 수 있으므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치매를 한의학에서는 흔히 노망이라고 하는 매병( 病), 치애(癡 )라고 표현한다. 비생리적인 체액인 담(痰)과 나쁜 피로 알려진 어혈(瘀血) 및 정서상의 문제가 원인이 된다고 본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의 「영추, 본신」에서는 정서와 기억의 상관성에 대해 화를 지속적으로 내면, 기억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전에 나타난 증상을 보면, 묵묵히 말이 없고, 우울해하고, 며칠간 앉아 있고, 잠을 자지 않으며, 물건을 감추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밤낮이 바뀐 수면, 불면증, 음식 섭취 이상, 감정 기복의 이상 등 현재 우리가 치매라고 여기는 경우와 상당히 유사한 증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불교 입장에서 치매라는 개념을 보면 삼독(三毒) 중의 하나인 탐·진·치(貪·瞋·癡)에 나오는 어리석다는 의미의 ‘치(癡)’가 눈에 들어온다. 이때 ‘치’라는 단어의 사용은 의학적인 용어와는 범주가 다르지만, 어리석다는 것은 연관이 있다. 어리석음이 오기 전에 먼저 탐하는 마음이 선행되고 성내는 불같은 마음이 지속되면, 결국 어리석게 되어 고통을 수반한다. 이것으로 치매의 병증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임상적으로 보아도 물건이나 마음을 탐하는 사람, 화를 많이 내는 사람들의 노년에는 대부분 외로워하고 우울해하는 경향이 강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따라서 부처님이 가르치신 대로 탐하는 마음보다는 보시하는 마음을, 화내는 마음보다는 자비심을 내려고 노력한다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은 줄고 고통스러운 삶에서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적인 대안을 살펴보면, 단연코 치매에 안 걸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브레인 케어(Brain Care)’라는 말이 이미 서구에서도 많이 상용되고 있듯이 머리의 기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뇌에 충격을 주지 말아야 한다. 충격이라는 것은 단순히 뇌에 타격되는 충격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 역시 뇌에 영향을 미친다. 말, 눈빛, 몸짓이 주는 상처는 다른 이로부터 받지도 말고 다른 이에게 주지도 않기 위해 평소에 자기를 관찰하는 내공을 많이 쌓아야 한다.

둘째, 피를 맑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종의 콜레스테롤 같은 것을 말하는데, 혈액순환이 잘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이 뇌 기능 활성과 기억력 증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이다.

셋째, 고혈압, 당뇨, 우울 등의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넷째,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잠을 잘 때 뇌의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것이 쥐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다섯째, 신경안정제, 수면제, 진통제 등의 복용 약물을 남용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이 외에 뇌를 건강하게 하는 양생법으로는, 아침마다 일어나서 치아를 가볍게 상하로 부딪히는 ‘고치법(叩齒法)’이 있는데, 뇌에 가벼운 울림을 주며 치아 건강과 뇌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또 하나는 머리 꼭대기나 뒤통수 부위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방법이다. 검지가 중지 위로 가게 해서 검지를 두피에 대고 튕기듯 자극을 준다. 마지막으로 침을 함부로 뱉지 않는 것이 있는데, 입 안에서 분비되는 타액은 수련법에서 대단히 소중히 다루며 『동의보감』에서는 옥액(玉液)이나 금단(金丹)으로 표현될 정도이므로 건강을 위해 함부로 뱉지 않도록 한다.

양생을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여서 본인 스스로 만사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한 지속적인 감정 교류도 중요한데 요즈음의 사회적 분위기상 여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본인 스스로 상처를 덜 받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행으로 자기를 성찰해 내면의 즐거움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 수행 역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불가(佛家)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 재료인 백단향이나 고수 같은 향신료는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어 논문으로 발표된 바가 있다. 또 ‘소합향원(蘇合香元)’이라는 한약재는 옛날에는 어린아이의 경기에 많이 사용한 약으로, 기원은 인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약재 중에 흔히 사용하는 백출은 흘력가(吃力伽)로, 가자는 가리륵(訶梨勒)으로 표현되었는데 산지 역시 인도 북부인 것으로 미루어 인도에서 유래된 처방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이 처방을 바탕으로 새로운 치매 처방을 개발해 현재 임상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양·한방 융합 뇌 건강 클리닉’을 개설해 양방 의사와 한방 의사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진료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양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불교에 기반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해 치매 치료약을 개발하고 그 치료약을 치매 진료에 널리 효용해 불자들이 자부심을 갖는 그러한 날을 기대해본다.

어르신들의 경우, 식사로 섭취하는 영양이 뇌에 큰 영향을 준다. 때문에 혼자 계신다면 식사를 거르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충분한 영양 공급에 한 번 더 신경을 써드려야 한다. 자칫 이를 소홀히 해 우울증, 불면증 등이 지속되면 치매로 진행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구병수|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한방신경정신과) 및 박사(한방 내과) 과정을 졸업했다(한의학 박사).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동국대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에 『유문사친』, 『의학심리학』, 『전간치료영험방』, 『중서의학결합 정신병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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