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치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학교 법당 이야기|나의 불교 이야기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치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학교 법당 이야기

신병훤
보문고등학교 교법사, 대원상 수상자


불교와의 인연

봄날 홍천은 연등으로 가득했다. 나는 외할머니 댁인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외할머니는 시골 산속 고즈넉한 수타사에 외손주인 나를 늘 데리고 다니셨다. 매달 법회 때마다 시골 버스를 타고 수타사 대웅전에 따라다니며 비빔밥도 먹고 사찰 앞마당에서 뛰어놀곤 하던 기억이 있다. 외할머니는 아침저녁으로 늘 『천수경』을 독송하셨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불경을 독송하시었기에 그 시절부터 부처님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생긴 것 같다. 조기교육이 중요하듯이, 지금도 학생들만 보면 학교 법당, 인근 사찰에 자주 오게 해서 놀고 간식을 먹이곤 한다. 그래야 불교와 친해질 수 있다. 지금도 절에 가서 공양할 때마다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절에 가서 실컷 놀아라. 부처님하고 같이 하루 종일 놀고먹는 것도 공부하는 것이다.” 노는 김에 불교 공부하듯이.

동국대학교에서 시작한 불교 공부
1980년대 인기 도서였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서 있는 사람들』 등을 읽다가 불교의 선사상에 매료되었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에 입학해 지관 스님, 인환 스님, 법산 스님, 보광 스님 등 여러 교수 스님들께 불교를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당시 선학과에는 출가하신 대학생 스님들이 많이 계셨기에 함께 사찰 순례도 다니고, 학인 스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교법사 생활을 하는 지금도 연락해서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곤 한다. 대학 2학년 때에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모두 교직에 계셨기에 종교(불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놓았는데 그 인연으로 학교 교법사로 학생들과 함께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교수 스님들이 대학 수업 때마다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포교를 잘해야 한다. 너희가 마지막 불교 신자가 될 수도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적극적인 포교가 진정한 불교 공부하는 것이다.”

보문중·고등학교에서 꽃피운 청소년 포교
어학연수 시절에 미국 불타사 화랑 스님과의 인연으로 1년 정도 머물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덕분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취직해 과장까지 5년 정도 근무했으나, 늘 마음속엔 못 다한 부처님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즈음 대전의 보문중·고등학교 이사장 덕해 큰스님으로부터 교법사로 근무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일생을 불교 교육과 포교에 진심이신 덕해 큰스님을 뵙고 존경심이 저절로 생겨 곧장 교법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서울에서 높은 보수와 안정적인 자리를 마다하고, 대전에서 불교 공부도 하며 청소년 포교 활동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유년 시절 외할머니의 불심, 대학 시절 스님들과의 인연, 무엇보다 청소년 포교 교육에 헌신하시는 이사장 스님을 친견하니 용기가 생겨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보문중·고등학교에서 교법사로서 생활한 지 어느덧 25년 차가 되었다. 이사장 큰스님은 구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청소년 포교를 강조하신다. “보문고등학교 법당에 천 분 부처님을 모셨는데 학생들 천 명 모두 부처님이다. 열심히 포교하는 게 곧 수행이다”라고.

젊고 공감 필요한 불교, 청소년 불자 포교가 최우선이 되어야
요즈음 탈종교 시대에 불교 인구의 노령화 및 젊은 불자의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 법당이나 절에 처음 와보는 학생들이 한 학급에 90~95%가 넘는다. 또한 지나친 입시 경쟁으로 학업 스트레스가 심해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청소년들도 많다. 교법사로서 그들에게 다가가 부처님의 안심법문을 전달하기 위해 학생 눈높이에 맞는 사찰 문화를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우리 전통 사찰과 사찰 문화에 깃든 역사성, 예술성, 상징성, 학술성 등을 보여주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드론, VR, 3D 프린팅 등)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청소년들이 좋아하고 시대에 부합하는 사찰 문화 콘텐츠를 연계해 학교 법당에서 학생들과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청소년들과 학교 법당에서 함께 놀고 공감했던 내용들이다.

첫째, 사찰 문화재에 대한 3D 프린팅 전시, VR 체험, 드론 항공 촬영, 디지털 영상 탱화 등을 법당 옆에 상설 전시관으로 마련해 불교 문화유산을 항시 홍보하며 학생들이 언제든지 법당에 오게 했다.

둘째, 가상·증강 현실(VR·AR) 앱을 활용한 명상 활동, 싱잉볼 명상 등 다양한 명상 활동을 실시하면서 바쁜 학생들에게 ‘여유와 쉼을 주는 명상의 생활화’를 도모했다.

셋째, 불교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새로이 인식하고 회수 및 보존을 위해 끊임없는 관심을 유도하고자, 국외 반출 불교문화재 환수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넷째,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사찰 드론 항공 영상 홍보, 온라인 게임 활용 사찰 복원, VR 앱 명상, 3D 프린팅 사찰 문화재 복원, 생명 존중 치유 명상 등과 관련한 다양한 불교적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공유함으로써 잠재적인 불교적 정서를 고취하고자 노력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학생들이 가르쳐준다.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치는 일상이 수행인 것 같다. 학생과 교법사가 서로 공감하며, 행복한 존재 붓다임을 깨닫게 되는 듯하다.

이렇게 공감했던 세월이 흐르니 함께 활동했던 보문고등학교 파라미타 동아리 출신 학생들이 지금은 대다수가 대학생불교연합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10여 명이나 넘게 수학하고 있다. 이미 졸업한 제자들은 불교계 기자, 종무원, 교법사, 군법사 등 사회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스님들도 서너 분씩 배출되어 이제는 같이 포교 활동을 하니 든든하고 뿌듯하다.

오늘도 청소년 법회, 파라미타 캠프 등 모든 불교 행사에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초롱초롱한 선재 동자 학생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힘을 내곤 한다.

농부 발소리에 벼가 익어가듯이, 포교 현장에서 이곳저곳 뛰어다니면서, 청소년들이 부처님처럼 행복하게 성장하는 데 더욱 근념해야겠다. 포교가 곧 수행이라는 큰스님 말씀처럼.


신병훤|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를 졸업하고 대전대 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기아자동차 및 한국자산관리공사를 거쳐 현재 보문고등학교 교법사, 파라미타지도법사, 전국교법사단 부단장으로 있다. 청소년 포교 활동으로 조계종 총무원장상, 대한불교진흥원 대원상, 문화체육부장관상,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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