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속지 않는 공부|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생각에 속지 않는 공부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허상인가? 실상인가?
자신의 공부를 돌아볼 수 있는, 혹은 괴로운 온갖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이것은 생각(허상)인가? 실상인가?’ 하는 질문!

어떤 한 가지 때문에 괴롭다면, 그것이 생각인지 진실인지를 돌아보라.

한 사람이 욕을 해서 괴롭다면, 그것은 생각일까 실상일까? 당연히 생각이다. 왜 생각일까? 욕을 얻어먹은 그 일은 이미 지나갔고, 과거에 욕먹은 일을 기억하고 생각해야지만 그로 인해 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5분 전에 욕먹은 일 때문에 괴롭지만, 사실 지금의 실상은 무엇일까? 지금은 아무 일이 없다. 그 누구도 욕하지 않는다. 이 일 없는 이것이 지금의 실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억을 끄집어내고 사로잡혀, 거기에 생각으로 온갖 해석을 붙임으로써 더욱더 괴로움으로 몰고 갔을 뿐이다.

그것이 생각이며, 생각은 허상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안다면, 그 생각을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없다.

지금 여기에 있는, 있는 이대로의 아무 일 없는 이것만이 실상이며, 진실이다. 허상에 뿌리내리면 괴롭지만, 실상에 서 있으면 아무 일이 없다.

참된 실상은 이것이다
허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상(實相)을 보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무엇이 허상이고 무엇이 실상일까?

볼 때 보이는 대상은 계속 바뀐다. 또한 그 대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보이는 내용물, 대상은 있는 그대로의 실상이 아니다. 보이는 대상, 내용물을 따라가서 무엇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실상이 아닌 허상이다. 100% 진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상은 무엇일까?

보이는 내용, 대상은 전부 허상이지만, 보고 있다는 이 사실, 이 작용은 실상이다. 이것을 보고 저것을 볼 때, 보이는 것은 계속 달라지지만, 보는 작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만이 변하지 않는 실상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중생들은 이 실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보이는 대상에만 사로잡히고, 집착하며, 그 대상에 대해서만 온갖 생각으로 헤아릴 뿐이다. 그러니 허상에 빠진 중생이 아닌가.

매 순간 볼 때, 그 보이는 내용물과는 상관없이 보는 ‘이것’을 회광반조(廻光返照)해보라. 볼 때 그저 볼 뿐이면 그것이 바로 실상이다. 실상은 달라지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괴롭거나 즐거운 것도 아니며, 좋거나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허상, 즉 보이는 대상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그로 인해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실상에는 그런 것이 없다. 허상이 아닌 실상을 보면, 아무 일이 없다. 이 단순함이 곧 깨달음이다.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바르게 사는 것일까? 지혜롭게 사는 것일까? 어떤 것이 바른 수행일까? 어떻게 해야 괴로움 없는 참된 행복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아주 단순하다. 거짓을 좇지 말고, 진실만을 보면 된다. 거짓을 따라가지 말고, 진실의 삶을 그저 살면 된다.

그러면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일까? 지금 여기에 있는 ‘이것’, ‘이대로’만이 진실하다. 지금 이대로라는 이러한 진실에 대해 내 식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분별한다면 그것은 곧장 거짓이 되고 만다.

머릿속의 생각은 거짓이다. 그것은 내 식대로 만들어진 것이고, 조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어떤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실상으로 있다. 진실로 있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해 좋으니 나쁘니, 키가 크니 작으니, 능력이 있느니 없느니, 나와 친하니 안 친하니 등등 온갖 생각을 개입시키면 그 사람은 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 허상, 거짓을 좇는 것이다.

진실은 바뀔 수가 없다. 허망한 것, 거짓된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이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저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판단은 100% 진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상만 보면, 그저 내 눈앞에 무엇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 무엇에 대해, 누구라거나, 사람이라거나,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내 편이라거나 적이라거나 하는 등의 온갖 생각을 가지고 대하다 보니, 그 사람으로 인해 괴로울 수도 있고, 행복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만나면, 아무 일이 없다. 그 사람을 허상으로 만나지 말고, 실상으로 만나보라. 머릿속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만나보라. 그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럴 때 그 사람의 참된 진실에 이를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 사람을 통해 깨어 있을 수 있다.

자기 식대로 판단한 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으로 인해 점점 더 중생이 되어가겠지만,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만나면 그를 통해 깨어난다. 내 의식의 색안경을 끼고 분별해서 대상을 볼 때 우리는 그 대상의 진실을 보지 못하지만, 분별을 빼고 있는 그대로 본다면, 거기에서 곧장 진실을 본다. 본성을 보며 부처를 본다. 나와 세계가 하나의 불국토가 된다.


법상 스님|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다가 문득 발심하여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여 년 군승으로 재직했으며, 온라인 마음공부 모임 ‘목탁소리(www.moktaksori.kr)’를 이끌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를 통해 16만 명의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고, 헬로붓다TV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상주 대원정사 주지, 목탁소리 지도법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 『보현행원품과 마음공부』, 『육조단경과 마음공부』, 『수심결과 마음공부』, 『도표로 읽는 불교교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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