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공경하는 불자가 되자|2024년 캠페인 "우리 함께해요!"

지구를 공경하는
불자가 되자
‘자연의 권리를 생각하는 불자들의 모임’ 활동을 소개하며

정성운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필자가 활동하는 ‘자연의 권리를 생각하는 불자들의 모임’이라는 이 작은 모임은 ‘가축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20년 12월, 우리나라 전역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급속하게 퍼졌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번지는 감염병인 AI는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처음 나타났다. 이후 2, 3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으며, 사람에게도 전파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도 있어 방역 당국과 농가를 긴장시킨다. 그런데 유독 이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야마기시즘 실현지인 경기도 화성 산안마을의 닭들도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인 산안마을은 특이한 곳이다. 10여 가구가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는 점이 그렇고, 케이지에 가두지 않고 방사에 가까운 방식으로 닭을 키워 유정란을 얻으며, 닭 사료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한다는 점이 여느 농가와 달랐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이런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야마기시 미요조(山岸巳代藏)의 영향 때문이다. 야마기시는 닭이 건강해야 생명력 있는 달걀을 낳으며, 결국 사람과 닭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으로 그만의 양계 방식을 터득했다.

◦ 수천만 동물 살처분, 이래도 괜찮은가?
산안마을의 닭들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인근의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방역 지침에서는 AI가 발생한 농가에서 반경 3km 이내에 있는 농가들의 닭도 살처분 대상에 포함했다. 이 지침에 따라 산안마을의 닭들이 이른바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되었으며, 끝내 3만 마리에 이르는 산안마을의 닭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살처분되었다. 이 시기에 전국적으로는 2,79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동물을 저렇게 일시에 살처분해도 괜찮은 걸까? 살해 아닌가? 생명 존중을 첫째의 계율로 여기는 불자로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죽이기보다는 백신을 처방해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는 것일까?

우선 공부가 필요했다. 동물 전염병, 살처분 현황과 문제, 현행 동물·축산 관련 법의 문제와 제도 개선안, 불교와 이웃 종교의 생명 존중의 가르침, 불교 생명 윤리와 실천, 동물(자연)과 인간의 관계, 동물 복지 축산의 가능성과 한계, 식량의 생산과 소비, 채식과 육식 등의 주제를 선정해 자료를 읽고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부 광화문청사 앞에서 살처분 동물을 기리는 기도회를 봉행했으며, 채식을 권장하는 그림을 넣은 멋진 손수건을 만들어 나눠 주었다. 산안마을의 농민들을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법회를 봉행하기도 했다.

◦ 뉴질랜드·에콰도르, 자연물에 권리 부여
지난봄부터 모임의 이름을 ‘자연의 권리를 생각하는 불자들의 모임(자생불)’으로 바꿨다. 동물 살처분에 한정했던 관심을 더 넓힌 것이다. 『자연의 권리』라는 책을 읽은 것이 계기였다. 이 책에서는 자연물의 권리를 실정법과 판례로 인정한 뉴질랜드, 에콰도르, 미국, 인도 등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팡아누이강과 테 우레웨라 국립공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면서 이 지역에 기대어 살아가는 원주민들에게 권리 행사를 위임하고 있다. 에콰도로는 2008년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문화했다.

자연물에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자애경』의 가르침을 알고 있는 불자들에게는 익숙하다. “살아 있는 생명이면 약하거나 강하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가늘거나 두텁거나, 볼 수 있든 볼 수 없든,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태어난 것이든 태어날 것이든, 이 세상 모든 존재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자연의 권리가 성립되는 토대는 인간과 모든 생명을 지탱해주는 지구이다. 토마스 베리의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지구중심주의가 태동했다. “인간이 지구로부터 나왔듯이 우리 체제의 타당성의 모든 측면이 지구의 생태 시스템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토마스 베리의 이런 생각은 동아시아 종교와 전통의 가르침과 생태경제학에 뿌리가 닿아 있으며, 법학·경제학·교육학 등의 분야에 영향을 미쳐 문명 전환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 지구를 모시는 종교 - 지구종교론
요즘 우리 모임의 주제어는 ‘지구종교론’이다. 지구종교론은 한마디로 ‘지구를 공경하는 신앙’, ‘지구를 모시는 종교’이다. 여러 원인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원상회복시키는 종교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불교에서는 일찍이 생태불교 또는 불교생태학을 논의하고 제안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생태 인식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그 연장으로서 ‘지구불교’의 가능성을 살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정성운|『현대불교신문』·『불교TV』·『불교포커스』에서 기자와 데스크로 일했으며, 현재는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비상근), 신대승네트워크 소모임 ‘자연을 생각하는 불자들의 모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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