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삶의 등불 밝히는 행복한 인연, 봉국사 불교대학|공부하는 불교, 불교교양대학

참된 삶의 등불 밝히는
행복한 인연
봉국사 불교대학

노희순
프리랜서 기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영장산(靈長山)의 서남쪽, 산자락과 아파트 숲 사이에 천년 고찰 봉국사(奉國寺, 주지 혜일)가 자리 잡고 있다. 고려 현종(19, 서기 1028) 때 세워진 봉국사는 조선 태조(4, 서기 1395) 때 중수되었고 조선 현종(15, 서기 1673) 때 중창되었다.

오늘의 봉국사에는 손꼽을 만한 두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조선 후기의 불전 형식이 잘 보존된 주불전 대광명전(大光明殿,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1호)과 그 안에 모셔진 목조 아미타여래좌상, 후불도인 아미타불회도 등 3기의 문화재들이 첫째가는 자랑거리다. 그리고 못지않게 봉국사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것이 바로 봉국사불교대학이다. 성남시를 통틀어서 조계종 불교대학은 봉국사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2015년 3월, 당시 주지였던 혜일 스님의 원력으로 봉국사에 불교대학이 문을 열었다. 1년 2학기제로, 2024년 6월 현재 12기(토요일 오후 2~4시)와 13기(일요일 오후 2~4시)가 각각 1학기와 2학기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매해 3월과 9월, 6개월마다 한 번씩 신입생을 뽑는데, 정원은 각각 60명이다. 올봄 11기가 졸업함으로써 약 400명이 봉국사불교대학을 거쳐갔다.

졸업하면 동문회를 중심으로 신행과 봉사를 함께 하면서 평생 도반이 된다. 해마다 15명 이상의 불교대학 졸업생들이 포교사 시험을 통과해서 전문 포교사로서 전법과 사회봉사의 일선에 선다.


금쪽같은 주말 오후를 절에서, 봉국사는 공부 중
5월 마지막 일요일, 거친 봄비가 수선스럽게 절 마당을 휘젓기 시작하더니 한여름 소나기처럼 거세게 퍼붓는다. 조용하던 동평당(東平堂, 불교대학 강의실 건물) 입구가 종종걸음으로 뛰어오는 13기 학생들로 인해 북새통이 된다.

금쪽같은 일요일 오후를 기꺼이 반납한 13기 40여 명이 동평당 1층 강의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심술 궂은 봄 날씨임에도 빈자리가 별로 없다. 올 3월에 입학한 13기 총 51명이 매주 일요일 이곳에서 1학기 과정을 밟고 있다.

오늘 강사는 홍인 스님. 교리 초심자들인 만큼 『불교 입문』을 교재로 쓰지만, 스님은 직접 작성한 파워포인트 시청각 교재를 주로 활용한다. 팔상성도(八相成道)를 가지고 부처님 생애를 설명하는데, 팔상도 그림과 내용이 파워포인트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보기도 좋고 이해하기도 쉽다.

봉국사불교대학 홍인 스님 강의 모습

“팔상성도(八相成道)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 가운데 중요한 여덟 번의 순간을 그려놓은 불화입니다.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은 도솔천에 계신 부처님이 흰 코끼리를 타고 인간계로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은 룸비니동산에서 아기 부처님이 태어나는 장면인데, 어머니인 마야 왕비의 옆구리에서 태어납니다. (중략)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은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이 처음으로 녹야원에서 법을 전하는데, 그 상대는 깨달음을 얻기 전에 함께 수행했던 다섯 명의 비구입니다. 이 첫 설법으로 인해 교주와 교리, 교도를 두루 갖춘, 불교라는 종교가 비로소 탄생합니다.”

귀에 쏙쏙 박히는 홍인 스님의 강의에 학생들의 허리가 꼿꼿해진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내용은 무엇일까요? 바로‘연기(緣起)’입니다. 원인과 조건들이 모여서 결과가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이 당시, 기원전 6세기에 연기법을 말씀하셨다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이고 혁명이었어요. 신을 부정하는 혁명이었던 거죠.”


“세상 사는 지혜 얻어”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잘 모르지만, 세상 사는 지혜를 얻은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현실적,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돼요.”

작년 8월, 가족의 사십구재 인연으로 봉국사 불자가 된 정법행(이상선) 13기 회장. 걸음마를 하듯 시작한 불교 공부에서 지혜를 얻고 현실에서도 단단해지는 걸 느낀다고 한다.

직장 여건상 불교대학 공부를 미뤄왔다는 13기 대산(大山, 정일) 거사는 체계적으로 불교를 공부할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간 유튜브를 통해 불교 정보를 찾곤 했는데, 이곳에서 기초 교리나 불교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불교의 인문학적 접근 등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봉국사불교대학은 비교적 젊다. 노트북 등으로 강의 내용을 정리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주말임에도 정장 차림의 남성이나 여성도 보이고, 연령층도 비교적 젊은 편이다. 그런 분위기에는 홍인 스님의 꺼지지 않는 열정이 큰 몫을 하는 듯하다. 2학기는 무여 스님과 지오 스님 등 외부 강사를 초청한다.

비대면 강의가 대면 수업보다 훨씬 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봉국사가 굳이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불교 신행은 기본적으로 절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고 기도하고 봉사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입을 열면 다 죽는 것/ 열지 않아도 다 죽는 것/
언제 어디로 가나/ 따라다니는 의단 덩어리/
이제는 깨뜨려 버려라/ 말할 때가 되었다

동평당의 한글 주련이 마음에 닿아 섬광처럼 번뜩인다. 정신이 번쩍 든다.


봉국사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로 79
031) 755-0329/ 721-0329

봉국사 불교대학
031) 755-0329
1년 2학기제(봄·가을 신입생 모집)
토요반 :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
일요반 : 매주 일요일 오후 2~4시

교육 내용
1학기: 불교 입문, 불교의 이해와 신행
(부처님의 생애)
2학기: 불교문화, 불교사의 이해

노희순|월간 『대중불교』 편집차장을 거쳐 월간 『봉은』과 『실크로드』, 『우바이예찬』 등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 불교 잡지사 및 출판사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판교노인복지관 등에서 하타 요가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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