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지혜를 알려주는 책들의 아름다움|정여울 작가의 이럴 땐 이 책을!

사랑의 지혜를 알려주는
책들의 아름다움

『틱낫한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기억 꿈 사상』,
『We-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정여울 작가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수없이 듣고 자라지만,
정작 그 사랑의 본질인 진정한 존중과
이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이 가장 아파하는 이유를 알고 그 아픔을
존중해주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이 아닐까.

틱낫한 지음, 김종만 옮김, 열린서원 刊, 2020

◦ 불교에서 말하는
네 가지의 진정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틱낫한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받는 것이 상처가 될 수도 있을까.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내가 원치 않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주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 사랑이 한없이 조건 없는 해맑은 사랑이 아니라, 무언가 ‘목적’이 있는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사랑하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을까’라는 안이한 판단 때문에 수없이 실수를 한다. 『틱낫한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나는 제대로 사랑하는 법만큼이나 사랑받는 법도 ‘보이지 않는 배움’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틱낫한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법을 모르고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가 설파하는 사랑의 기술은 바로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가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 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수없이 듣고 자라지만, 정작 그 사랑의 본질인 진정한 존중과 이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이 가장 아파하는 이유를 알고 그 아픔을 존중해주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이 아닐까.

틱낫한 스님은 불교에서 말하는 네 가지의 진정한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첫째는 ‘마이트리(maitri)’, 즉 자애로움이다. 자애로움은 타인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고통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애로움의 시작이 아닐까.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가 왜 힘든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자애로움의 싹이 자라날 수 없다. 마이트리, 자애로움의 중요한 요소는 사랑하는 상대방을 향한 ‘이해’다. 진정한 사랑의 두 번째 요소는 ‘카루나(karuna)’, 자비다. 이제 타인의 고통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타인의 고통을 줄여주고, 그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존재의 핵심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그의 아픔을 줄여주는 것이야말로 자비의 본질이다.

진정한 사랑의 세 번째 요소는 ‘무디타(mudita)’, 기쁨이다. 고통을 함께 해나가는 것만으로는 진짜 사랑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함께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이다. 진정한 사랑은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있고, 그가 기쁨으로 흘러넘칠 수 있도록 언제든 그의 미소를 응원하는 마음속에 있다. 나에게는 사랑의 네 번째 요소, ‘우페크사(upeksha)’가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우페크사는 ‘평정’ 혹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험하기 힘든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를 떠날 자유까지 줄 수 있는 사랑, 내가 없는 곳에서도 행복을 빌 수 있는 사랑의 경지까지 이르러야 진정한 사랑이기에. 또한 그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지 않더라도 그를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용기까지를 포함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칼 구스타프 융 지음, 조성기 옮김, 김영사 刊, 2007

◦ 용감한 사랑,
타인을 해방시키는 사랑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는 책, 『기억 꿈 사상』
나는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에서 그 용감한 사랑, 타인을 해방시키는 사랑의 씨앗을 발견한다. 융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권력이 없고, 권력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없다고. 진정한 사랑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권력다툼이나 권력을 향한 의지가 자랄 틈이 없다. 또한 권력만이 판을 치는 곳에서는 사랑은커녕 작은 희망이나 행복 같은 것도 찾을 수가 없다. 융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용기임을 배울 수 있었다.

로버트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동연 刊, 2008

◦ 사랑하는 이에게
자유와 해방을 허락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 설명해주는 책, 『We -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사랑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또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은 로버트 존슨의 『We-로맨틱 러브의 융 심리학적 이해』다. 이 책은 융 심리학 전문가이자 융의 제자이기도 했던 로버트 존슨이 낭만적 사랑 속에 깃든 인간의 열정과 슬픔, 기대와 절망, 희망과 약속의 온갖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펼쳐낸 역작이다. 그를 사랑은 하지만 그에게 자유까지는 줄 수 없었던 수많은 ‘미완성의 사랑’을 향해, 이 책은 마침내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자유와 해방을 허락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우리는 그 사람의 ‘어디까지’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 사람의 어여쁨과 그 사람의 멋진 부분을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 사람의 절망과 그리움과 상처와 배신까지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얼마나 크고 깊은 마음, 얼마나 한없이 넓은 이해와 존중이 필요한 것일까. 타인의 마음을 얻는 데만 급급해 그를 자유롭게 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면, 이 아름다운 책들을 통해 ‘사랑이란 곧 당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기술’임을 깨달을 수 있기를.

정여울|작가. KBS라디오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문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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