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의 선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법|밑줄 그으며 읽는 책

우리 마음의
선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법

『지금 이 순간 자비롭게 살아가기』

신진욱
본지 편집인,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아남 툽텐 지음, 임희근 옮김, 담앤북스 刊, 2019

네가 먹이를 주는 쪽
지금 위험한 늑대가 이기고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선택을 하는 겁니다.
먹이를 주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 사이에 전해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할아버지가 말합니다.
“내 마음속에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단다. 참 꼴사나운 싸움이지.”
손자가 묻습니다.
“무슨 전쟁인가요?”
할아버지가 대답합니다.
“늑대 두 마리 사이의 싸움이란다. 한 마리는 못되고 미움이 많고 화가 나 있고 인색하고 수동적 공격성이 있고, 자기 연민이 많고 남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마음으로 교만에 차 있지. 또 한 마리는 아주 선하고 근심, 걱정이 없고 쾌활하고 남을 용서하고 유머러스하고 연민이 많고 용기 있고 사랑이 많고 너그럽고 가슴이 열려 있단다.”
손자가 묻습니다.
“그럼 어느 쪽이 이 전쟁에서 이길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합니다.
“네가 먹이를 더 주는 놈이 이기지.”

이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남들과 나눠야 할, 울림이 큰 이야기입니다. 남달리 현명한 할아버지는 내면에서 벌어지는 이 전쟁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아예 이런 전쟁조차도 없습니다. 이 전쟁을 알아차리려면 내성(內省)과 자기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의 경우 두려움과 탐욕의 늑대가 항상 이깁니다. 매일매일 크게 이깁니다.

일단 관심을 안으로 돌리면, 이 늑대 두 마리의 싸움이 보이고 그러면 어느 쪽에 먹이를 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 판단, 분노, 자기 연민, 수동적 공격성의 늑대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고 사랑, 친절, 연민, 너그러움 등의 늑대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습니다.

현명한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이 전쟁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항상 일어납니다. 우리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저항의 층과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서 위험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무의식적 전략의 층을 보길 원할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우리가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행여 자신의 마음에 겁먹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붓다는 이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붓다는 가르침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과 광기가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항상 이런 두려움 속에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할애해 어쩌면 일주일에 약간의 시간을 내어 가만히 앉아서 이 신성한 두려움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핵심은 항상 가능한 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마음을 관찰한다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거기 매몰되지는 않는 공간을 만들면서 바로 그 순간 체험하는 생각과 느낌과 정서를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러면 위험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편을 택하게 됩니다. 들여다보면 위험한 늑대가 매우 활동적이며 힘이 세다는 것이 보입니다. 지금 위험한 늑대가 이기고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그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선택을 하는 겁니다. 먹이를 주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또 어떤 때는 내면을 들여다보니 선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둘 중 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티베트 사람들이 ‘선한 마음’이라고 일컫는 수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티베트 스승들은 자애와 연민을 개발함으로써 선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놀랍고도 매우 실제적인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기술로 그들은 깨달은 마음을 개발했습니다. 문을 열면서 “나는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해방시키는 도시의 문을 열고 있다”라고 마음에게 말해보십시오. 설거지를 하거나 손을 씻으면서 “지금 나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서 슬픔을 씻어 내는 중이다”라고 말해보십시오. 걷고 있을 때는 “지금 인간 모두를 해방의 도시로, 열반의 도시로 데려가고 있다”라고 말해보십시오.

정말로는 논리에 안 맞지만 이런 놀랍고 대담한 생각들을 개발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보일 겁니다. 일부러 선한 늑대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선한 마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하자면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내가 도움이 되기를” 하는 기원일 것입니다. 몇 초만 내어 이 문장을 외운다면 가슴이 열리고 의식이 확장되는 것이 보입니다. 판단과 미움과 관련된 이 놀랍고 선한, 숱한 생각들 사이의 차이점이 보입니다. 선한 생각들은 의식에 대단한 힘을 미칩니다.

아침에 시를 읊는 것은 매우 생산적인 일일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올곧은 의도를 확립하는 데 시가 도움이 됩니다. 이건 매우 강력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때 꼭 전통적인 시를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읊을 거룩한 시를 손수 지어도 됩니다.

“오늘 나는 마음챙김을 할 것이다. 알아차린 채로 살 것이다. 선한 늑대에게 먹이를 줄 것이며 위험한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해도 됩니다. 이런 구절을 매일 알아차리면서 외운다면 우리 의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존재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기를” 이런 구절을 큰 소리로 또는 말없이 속으로 읊을 때, 그 구절은 실제로 만트라가 됩니다.

만트라란 마음을 해방시키는 말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만’이란 ‘마음’이란 뜻이며 ‘트라’란 ‘보호한다’는 뜻입니다. ‘만트라’라는 말을 규정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만트라는 우리 마음을 나쁜 늑대로부터 보호하는 주문이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진언이나 선한 문장을 큰 소리로 또는 말없이 외움으로써 마음과 가슴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일단 만트라를 삶 속에 집어넣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마음과 가슴의 내적 변화라는 형태로 긍정적인 결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신진욱
동국대학교 법학과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Worcester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다. 현재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MSC Trained Teacher,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공역서로 『깨달음의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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