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가치관, 그리고
세대 차이를 넘어서
이병욱
고려대학교 강사
최근 어느 정치인이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것을 폐지할 것을 공약한 일로 세상이 시끄럽다. 노인의 무임승차로 인해 지하철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 공약의 이유이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노인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반론했다.
이러한 무임승차 폐지 공약은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의 인식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20대와 30대의 청년 세대는 3포 세대(연애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 5포 세대(앞의 3포에 내 집 마련 포기, 인간관계 포기 추가), 7포 세대(앞의 5포에 꿈 포기, 희망 포기 추가)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는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삶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 노인 세대에 대한 청년 세대의 사회적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었고, 이제는 노인 세대가 청년 세대에게 구체적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여러 세대 가운데 대표적 사례로서 ‘20대 청년 세대’와 ‘뉴실버 세대’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의 ‘세대 차이’를 넘어설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20대 청년 세대의 특성
20대 청년 세대는 다음의 다섯 가지 특성을 지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첫째, 디지털 기술에 대해 높은 호용감을 가진다. 20대 청년 세대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등에 친숙한 편이다. 그에 따라 스마트폰 인지도, 인터넷 이용 빈도가 기성세대보다 높고, 또 20대 청년 세대는 디지털 네트워크 공간 정보를 잘 이용하는 편이다.
둘째, 디지털 정보를 효율적으로 소비한다. 20대 청년 세대는 다양한 매체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 따라 시간을 단축해서 여러 정보를 읽고 수집하는 경향이 있다. 또 20대 청년 세대는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온라인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단어를 최대한 간소화해서 사용하고, 글자 대신 이모티콘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셋째, 디지털 매체의 정보에 의거해 소비 활동을 한다. 20대 청년 세대는 주체적인 소비를 한다기보다는 ‘휩쓸리는 소비’, 곧 대중적 관심에 종속되는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따라 대중미디어에서는 20대 청년 세대를 겨냥해서 자극적이고 유희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이처럼 대중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방송 콘텐츠 등이 20대 청년 세대의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20대 청년 세대는 여러 사람과의 공유를 통해 소유의 만족감을 대체하기도 한다.
넷째, 온라인의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20대 청년 세대는 온라인 세계를 통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 20대 청년 세대는 온라인 세계에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을 알리고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다섯째,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충실하다. 20대 청년 세대가 거대 조직에서 권한을 갖는다거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받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20대 청년 세대는 높은 보수와 명예를 추구하기보다는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20대 청년 세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율성은 최대한 활용하고, 부당함과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불만을 제기한다. 그리고 정치 참여, 통일 의식 등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요소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 또는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뉴실버 세대의 등장과 가치관의 변화
뉴실버(New Silver) 세대라는 용어는 서구에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가 고령화되면서 등장했는데, 이 용어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 모습이 전통적인 노인에서 벗어난 것을 지칭한다. 이 뉴실버 세대는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이전의 실버 세대와 구분되는 가치관의 변화를 나타낸다.
첫째, 뉴실버 세대는 사회적인 역할과 실현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뉴실버 세대는 그동안 여러 사회적 활동과 의무로 인해서 ‘잊고 있던 자아’를 찾아가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인다.
둘째, 뉴실버 세대는 독립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노령층의 52%가 자녀와 살고 싶지 않다고 하며, 이는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 단독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와 관련 있다.
셋째, 뉴실버 세대는 자기 성찰을 중시하고 자신의 개성을 찾는 데 주력한다. 그에 따라 대학과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공부하는 평생학습이 강조되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의욕을 강하게 표출한다. 또 어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실버 세대는 자신만의 취미생활과 레저 활동을 하고 있으며(40%),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55.6%). 뉴실버 세대는 연금과 관계없이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74.2%). 그리고 뉴실버 세대는 이제껏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61%). 이는 나이에 구애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세대 차이를 넘어서
다른 세대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세대 차이’라고 한다. 이것을 ‘세대 갈등’이라고 하고, ‘세대 간극’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대 차이’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세대 차이’가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세대 차이’의 원인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거론할 수 있다. 첫째, 한국 사회가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그래서 청년 세대가 양질의 일자리에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고, 이에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의 마찰이 생기게 되었다. 둘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보화의 격차가 발생했다. 청년 세대는 디지털 정보를 빨리 수용할 수 있었고,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에 비해 디지털 정보의 수용에서 뒤처진 위치에 있었다. 셋째, 가족 형태의 변화이다. 이는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구가 보편적 가구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와 관련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청년 세대는 가족의 필요성을 기성세대에 비해 적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이러한 ‘세대 차이’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상식적인 차원에서 거론할 수 있는 것이 역지사지(易地思之), 곧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의 행동이나 말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노인 세대)가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 청년 세대의 불만과 불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지사지’를 공자(孔子)의 언어로 바꾸어서 말하면, 충서지도(忠恕之道)라고 할 수 있다. 이 ‘충서지도’는 인(仁)을 말하는 것이다. 충(忠)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면 먼저 남에게 베푸는 것이고, 서(恕)는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면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세대 차이’에 적용하면, 기성세대로서 자신이 경험하기 싫은 일이라면 청년 세대가 경험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시도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의 CEO, 제임스 링컨은 이러한 이치를 기업 경영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는 “근로자를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하는 관리자가 있다면, 그 관리자의 위치를 근로자와 바꿔보아라. 그들도 아마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근로자는 별종이 아니다. 근로자도 관리자와 동일한 요구와 야망을 가지고 비슷하게 행동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차별하는 프로그램에는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느 관리자가 그러고 싶어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머리로 이해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삶의 원리로 수용하고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역지사지’의 내용을 삶의 원리로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고, 그것을 강조한 것이 불교의 공(空) 사상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는 것이 온전히 수용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병욱
한양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강사이면서 보조사상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고려시대의 불교사상』, 『불교사회사상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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