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심신 건강 지켜주는 주치의|2024년 캠페인 ‘‘마음챙김하면서 걷자’’

한 걸음에 미소,
한 걸음에 평화

이휘재
심신치유센터 ‘숨터’ 대표


◦ 걷기가 심신 건강 지켜주는 주치의…
걷기 통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알게 돼
약 13년 전 양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어 수술을 한 후 뛰거나 등산하는 것이 불편해져서 걷기 동호회에 가입하며 걷기 시작했다. 그 이후 참 많은 길을 걸었다. 서울 둘레길, 제주 올레길, 한라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해파랑길, 남파랑길, 경기 둘레길, 산티아고 순례길 등 많은 길을 완보하거나 일부 구간을 걸었다.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걷기도 했고, 때로는 지방에 내려가 며칠간 걷기도 했다. 밥 먹듯 일상이 된 걷기가 지금은 심신 건강을 지켜주는 주치의가 되었다.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몸이 지친 상태에서 걸으면 신체의 활력을 되찾게 되고,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걸으면 마음의 활기를 되찾게 된다. 함께 수다를 떨며 걸을 때도 있지만 홀로 걷는 것도 좋아한다. 길을 걸으며 망상과 잡념에 빠져 있거나 일상 속 고민을 안고 걷는 자신을 발견하며 ‘마음챙김 걷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틱낫한 스님의 저서인 『How to Walk 걷기 명상』을 읽으며 나만의 걷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멈추고, 말하기를 멈추고, 발로 땅을 접해보세요. (…) 걸을 때는 걸음을 호흡에 맞추십시오. 호흡을 걸음에 맞추어서는 안 됩니다. 우선 들숨에 두 걸음, 날숨에 세 걸음을 걸어보십시오. (…) 걸으면서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걸음마다 더욱 즐거워질 것입니다. (…) 발바닥에 주의를 집중하며 걷습니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How to Walk 걷기 명상』 본문 중)

◦ 걸으며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마음챙김 걷기
발의 감각에 집중하거나 몸의 감각 전체를 느끼며 걸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잘되지는 않는다. 몸과 마음은 분리된 채 각각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몸은 길을 걷고 마음은 망상을 걷고 있다. 몸과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걸으며 가끔 ‘지금-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찰나에 느끼기도 한다. 꾸준히 ‘마음챙김 걷기’를 하면 이 찰나가 조금씩 늘어나서 ‘지금-여기’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여기’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마음속 평온도 늘어난다. 생각에 빠지지 않고 걷는 행위, 즉 걸으며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마음챙김 걷기’다.

마음챙김이란 무엇일까?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어라”라는 말이 마음챙김을 명쾌하게 정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의 의미는 몸이 머물러 있는 ‘지금-여기’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밥 먹고 있을 때는 먹는 것에 집중하고, 일할 때는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음챙김 걷기’란 걸으며 걷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다. 걷는 행동과 감각에 집중하지 않고 걸으면 몸은 걷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게 된다.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을 빨리 알아차리고 지금 느껴지는 몸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것이 ‘마음챙김 걷기’다.

한때 미국 정신과의사협회장이었던 아서 H. 러글스(Arthur H. Ruggles)는 정신 건강을 위한 치료적 걷기를 자연계에 대한 의식적 사고와 결합한 연구를 실행했다. 주변 환경에 대한 마음챙김하기, 자연 풍경을 시각화하기, 소리를 인식하기,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행위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그가 연구한 치료적 걷기가 바로 ‘마음챙김 걷기’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음챙김 걷기’를 한 집단의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가 통제 집단보다 의미 있게 높았고, 야외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통제 집단보다는 매우 높았다고 한다. ‘마음챙김 걷기’는 걷는 행위를 통해 신체 건강뿐 아니라 마음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마음챙김 걷기 방법
걸으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마음챙김 걷기’ 방법을 소개한다. 걷기 전 자신의 체력과 상황에 맞는 걸을 수 있는 시간과 코스를 결정한다. 그리고 ‘마음챙김 걷기’를 하겠다는 마음을 확립한다.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실행력에 큰 차이가 있다.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 발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 발과 땅의 접점에서 느껴지는 감각도 있고, 발의 열감과 습기도 느낄 수 있다. 10분에서 20분 정도 발의 감각에 집중해서 걸으며 몸과 마음을 안정시킨다. 그 이후 ‘소리 명상’으로 전환한다. ‘소리 명상’은 들리는 모든 소리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소리에 집중하면 할수록 더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한다. ‘시각 명상’이다. ‘마음챙김 걷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느끼려 하지 말고 걸으며 느껴지는 몸의 감각, 청각, 시각, 후각에 집중하며 걷는 것이다. 걷는 도중에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면 빨리 알아차리고 감각으로 돌아오면 된다. 감각에 집중하면 생각이나 감정은 저절로 사라진다. 감각과 생각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진 만큼 편안해진다. 틱낫한 스님은 ‘한 호흡에 미소, 한 호흡에 평화’를 말씀하셨다. ‘마음챙김 걷기’를 하면서 ‘한 걸음에 미소, 한 걸음에 평화’를 이루길 바란다.

이휘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상담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심신치유센터 ‘숨터’를 운영하며, 개인 및 기업체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 심리 검사, 명상 프로그램, 다양한 심신힐링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복지관 상담사, ㈜인터퍼슨 HR컨설팅 및 헤드헌팅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가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