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경험하는
일상이 수행
고우 스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재학
고우 스님이 컬럼비아대 재학생들과 불교학생회를 홍보하고 있다 |
컬럼비아대학교의 Female Buddhist Monk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먹물 옷을 입고 삭발한 스님은 한 명뿐이다. 한국에서도 수행자는 눈에 띄는 모습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뉴욕의 한복판에서도 삭발염의한 수행자의 모습은 특이하게 보이는 듯하다.
“회색 옷이 너무 멋있네요! 무슨 일을 하나요?”
때때로 수행자라는 것을 알고, 불교를 배우고 싶다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 경비원은 새벽 늦게 공부를 끝내고 나서는 나에게 합장 저두(低頭)를 하며, 나를 향해 안전을 기도해준다. 승복을 입고 캠퍼스를 걷는 것만으로도 불법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미국의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경험하는 일상이 수행임을 느낀다. 어린이 법회와 청소년 법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나에게 있어 불교란 행복이었다. 출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학인 시절, 조계종 학인 염불시연대회에서 랩과 염불을 접목한 창작 염불(2600년 전 부처님과 우리들의 대화)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것도 젊은 친구들과 불교를 보다 쉽게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불법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영어를 잘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학인 외국어스피치대회에 참여했다. 불교 수행 세 가지를 H3 비타민에 비유해 홈쇼핑 형식으로 선보였다.
당시 나는 청암사 강원에서 원주 소임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낮에는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하고, 모두가 잠든 시간이 되어서야 원주실에서 어두운 스탠드 조명에 의지해 원고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새롭고 즐겁게 불법을 느끼고, 행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모여 미국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2017년 11월, 뉴욕의 사찰에서 소임 시작
세계의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는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자 마음먹었다. 또한 세계적인 석학들과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국제 사회와 이들에게 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며 아이비리그 대학교인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다.
현재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인권학(Human Rights)을 전공하면서, 컬럼비아 유나이티드 내이션스(Columbia United Nations)에서 학생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과 사회를 배우고,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힘을 쏟는 인권학은 우리 불교 수행과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낀다. 프레임워크와 국제법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학문이기 때문에, 거대한 국제 사회 속에서 거시적, 미시적인 시야를 배울 수 있었다. 동시에 수행자로서 ‘모든 존재는 평등하며 존엄하다’는 불교적 가치를 현실 세계에서 적용해보는 묘미가 있다.
교내 활동으로는, CUBA(Columbia University Buddhist Association)라는 명상 모임을 이끌면서 매주 7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불교학생회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 또한 큰 영감을 얻고 있으며, 명상에 대한 미국 대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를 몸소 느끼고 있다. 바쁜 학업 일정 속에서도 불법을 나눌 수 있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며, 귀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스님의 가사가 온 우주를 덮으리라.’
대구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에서 고등부 법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출가를 결심했을 때, 우학 스님께서 선물로 써 주신 문구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구는 내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법향을 뿜으며 수행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수행의 연속
낯선 언어와 문화의 장벽 앞에서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갖게 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겸손을 수행하고 있다. 닿는 발걸음 발걸음이 수행터인 이곳에서 나는 매일 부처님을 만난다.
고우 스님
청암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출가 전, 제2회 조계종 청소년 불교교리경시대회 고등부 대상 수상을 비롯해 2014년 조계종 학인 염불시연대회, 2015년 학인 외국어 스피치대회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인권학을 전공하고 있다. 미 동부 교구 포교국장이자 컬럼비아대학 내 불교 수행 단체를 이끌고 있으며 뉴욕 대관음사 주지 소임을 맡아 미주 지역 포교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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