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확고부동한 기쁨의 상태는 어디에서 올까?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행복
- 확고부동한 행복은 마음 작용에 대한 깨침에 달려 있다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부 교수


살리에리의 번뇌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 역사는 1,500년이 넘기 때문에 불교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근한 듯하면서도 ‘출가, 수행, 알 듯 말 듯한 선문답’ 등의 이미지 때문에 여전히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불교를 알아보기 위해 위대한 음악가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명작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한다.

이 영화는 모차르트(1756~1791)를 옆에서 지켜본 살리에리(1750~1825)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살리에리는 궁정 음악의 최고 책임자라는 높은 자리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궁궐로 들어와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 황제는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며 좌절, 시기, 질투 등의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이 위치까지 오게 해준 신을 찬미하던 살리에리였지만 모차르트에 대한 미움이 커져가자 살리에리는 경쟁자를 없애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살리에리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모차르트에게 과도한 일을 주었고 결국 모차르트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모차르트 사후 떠돌던 이야기와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다. 하지만 리얼리티가 훌륭한 영화의 주요 요소임을 생각한다면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쓴 이 영화의 흡입력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살리에리가 보여준 좌절, 시기, 질투, 원망, 미움 등의 감정이 영화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중생’의 일상생활에서 늘 맞닥뜨리는 마음의 파도라는 데 있다.

감정과 불교
우리는 잠들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희열, 공포, 들뜸, 화냄, 짜증, 우울, 불안, 미움, 시기, 무기력 등등의 여러 감정들의 연속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한다. 때로는 잠이 들어도 그런 감정들은 깊은 잠을 방해하거나 악몽을 꾸게 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행복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미워하고 화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남만큼 갖지 못해 짜증 내고 좌절하고 우울해하기보다, 설사 기쁨이라고 해도 곧 사라질 순간의 기쁨이나 상대적 기쁨이 아닌 확고부동한 기쁨의 상태에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러한 감정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보다 근본적으로, 감정이란 무엇일까? 오랫동안 동서양의 사상가들은 감정은 ‘본능적이며 동물적’이고, 이성은 ‘합리적이며 냉철한’ 영역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감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어 뇌과학, 정신의학, 신경과학, 인류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서 감정을 연구하면서 감정과 이성의 이러한 이분법적 시각은 수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감정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존재하고 우리는 여전히 감정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불교는 감정에 대한 심도 깊은 접근과 그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즉 2,500년 전 붓다는 인간의 행복과 고통이 절대적 존재인 신의 힘이 아닌 마음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보았고, 따라서 이성과 감성 역시 마음 작용 아래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붓다는 모든 중생의 확고부동한 행복-해탈과 열반-은 일시적 슬픔과 기쁨 등 감정을 만들어내고 이에 집착하는 마음에 대한 이해와 제어에 달려 있다고 가르쳤다.

물론 이러한 가르침은 관념적 사유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마음 작용에 대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수행이라는 ‘임상 실험’을 통해 뒷받침되었다. 따라서 그 누구든 붓다의 가르침을 와서 보고 그대로 행하면 신과의 합일이 아닌, 내 마음 작용에 대한 깨침을 통해 확고부동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불교는 인간 마음에 대한 심오하고 실증적인 고찰을 보여주므로 불교는 가장 인간답고 인간적인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금강대 불교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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