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 2023년 캠페인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

남이 아닌
자신의 기호와 필요에 따라
물건을 소비하자

진윤주
프로젝트 기획자


소비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기 시작했다. 경제의 힘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기업은 사람들을 소비로 이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며 소비 욕망을 자극한다. 현대 소비사회는 이렇게 제품을 욕망의 대상으로 만들어 유통하기 위해 미디어를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화시켰다. 과잉 소비사회에서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더 이상 새롭고 개선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애쓰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와 필요에 따라 물건을 소비하기보다 시대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각종 미디어와 SNS에 노출된 새로운 제품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이다. 욕구를 충족시켜야 행복해진다고 믿는 우리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경제 시스템은 이 끝없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을 고치려고 저것을 사고,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 식품을 사 먹는 아이러니 속에 놓여 있다.

선박·항공 산업보다 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의류 산업
문제는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많은 학자들 역시 과잉생산, 과잉소비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이제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년 전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글로벌한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의 상징인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낳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우리는 동네 골목에 있는 의류 수거함에 헌 옷을 분리해서 버리면 충분히 재활용될 것이라 기대하고 깨끗이 빨아서 넣는다. 하지만 실제 의류 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은 국내에서 5% 정도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95%는 해외로 수출된다. 한국의 중고 의류 수출 업체에서 컨테이너 단위로 수입된 옷들은 그 나라 시장에서도 그다지 인기가 없다.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낮은 품질로 제작된 ‘패스트 패션’은 이미 짧은 생명력이 끝나 아무도 욕망하지 않는 옷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패션 앱으로 돈을 버는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추천 기능을 만들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며 여전히 ‘울트라 패스트 패션’ 시장을 키우고 있다.

옷감을 염색하는 데 사용되는 물 소비량으로 따지면 의류 산업은 전체 산업이 소비하는 물에서 20%나 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선박·항공 산업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데, 특히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공기의 수분 보유 능력이 약 7% 증가해 집중호우를 비롯한 극단적인 기상 변화를 발생시킨다. 집중호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와 산사태로 생활 터전을 잃는 기후난민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집을 떠나 일시적으로 대피해야 했던 우리나라 이재민은 전국적으로 1만 2,000여 명에 이른다. 집중호우가 잦다는 것은 극단적인 물 순환으로 인해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기 중에 온실가스의 양이 증가하고,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가 날이 갈수록 가속화하는 것처럼 더 격렬한 기상이변이 점점 더 자주, 더 오래, 더 대규모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태학자들은 절박하게 이야기한다.

편리함만 추구하는 인터넷 쇼핑으로 지구는 몸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시대. 식료품과 소비재의 유통 시스템은 도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채우는 데 주안점을 두고 나날이 발전한다. ‘새벽 배송’, ‘로켓 배송’이라는 이름의 도시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인터넷 쇼핑의 결과로 쏟아지는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비닐 포장재를 종이 포장재로 바꾸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하고 풍족하게 누리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끝없는 욕구를 채우느라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를 하나라도 줄인다면 조금이라도 지구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진윤주
홍보 마케팅을 전공하고 서울시청, 서울관광재단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유연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지속 가능한 활동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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