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포도 한 알로 하는 먹기 명상

건포도 먹기 명상을 해봅시다
-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기


마음챙김을 하면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음챙김을 한다는 것은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하여 판단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것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다. 잠시 모든 일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당면한 미래의 목표도 제쳐 놓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동의 속도를 늦추고 감각적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건포도의 냄새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혀끝에서는 느껴지는 질감 또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진기한 경험이 될 것이다. 건포도 한 알의 맛 자체가 아무 생각 없이 건포도를 한 번에 20여 개 입안에 털어 넣었을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렇듯 마음을 챙겨서 음식을 먹어보면 음식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건포도 명상하기>
① 살펴보기
이제 함께해 보자. 건포도 한 알을 집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온 신경을 건포도에 집중하면서 마치 세상에서 처음 보는 물건인 것처럼 관찰해 보자. 아주 조심스럽게 온 마음을 기울여 건포도를 주의 깊게 바라본다. 가장 반짝이는 부분과 빛을 반사하는 부분, 움푹 들어가서 어두운 부분, 접히고 주름진 부분을 살펴본다. 이렇게 색깔, 모양, 크기 등을 천천히 살펴본다.


② 질감 느껴보기
이제 손가락으로 건포도를 잡고 질감을 탐색해 본다.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건포도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질감을 최대한 느껴 본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부드러움, 딱딱함, 탄력성, 끈적거림 등 손에 닿는 느낌 그대로 받아드린다. 차갑거나 따뜻할 수도 있다. 건포도 한 알을 손에 들고 집중하며 천천히 상하로 움직여보면 어느 정도 무게감을 느낄 수도 있다.


③ 냄새 맡기
이번에는 코밑으로 건포도를 가져가 숨을 들이쉴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해 본다. 달콤하거나, 톡 쏘거나, 매운 냄새가 나는지? 어떤 냄새든 그대로 온전히 알아차린다. 만약 아무 냄새가 없다면 냄새가 없음을 알아차린다. 냄새를 들이마실 때 입이나 뱃속에서 일어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조금은 엉뚱해 보이겠지만 건포도를 귀에 대고 문질러보면 어떤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④ 입안에 넣어보기
이제 건포도를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면서 손과 팔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본다. 혀가 건포도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도 관찰해 본다. 그리고 천천히 건포도를 입안에 살짝 넣은 뒤 씹지 말고 혀로 이리저리 굴면서 적어도 30초간 건포도의 느낌에 온 신경을 집중해 본다. 혀 위에 놓인 건포도가 촉촉한지 건조한지 열린 알아차림으로 느껴 본다.

⑤ 씹어보고 삼켜보기
씹을 준비가 되었으면 건포도가 입안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아차린다. 의식적으로 한 번 깨물면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를 알아차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간순간 어떻게 변하는지 세세히 관찰한다. 건포도가 내는 어떤 맛이라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본다. 이빨로 건포도를 씹을 때의 질감도 느껴 본다. 아직 삼키지는 말고 천천히 여러 차례 건포도를 천천히 씹는다. 계속 씹다 보면 삼키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삼키기 전에 그 충동을 온전한 알아차림으로 경험해 본다. 건포도를 삼키기 위해 혀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 본다. 그리고 건포도를 삼키면서, 느껴지는 감각을 그대로 따라가 본다. 다 삼킨 후에는 혀가 어떤 일을 하는지 관찰한다. 가능하다면 삼킨 건포도가 위장까지 내려가는 느낌을 의식적으로 감지해 본다. 마지막으로 건포도를 다 먹은 다음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려야 한다
건포도 한 알을 먹는 매우 간단한 행위라도 그것에 주의를 의도적으로 집중하면 전혀 다른 경험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는 모든 기쁨이 우리가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흘러가 버린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 진정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인데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미래나 과거에서 살고 있다.

신진욱
동국대학교 선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Worcester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다. 현재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MSC Trained Teacher,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공역서로 『깨달음의 길』,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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