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노력과 배움의 산물이다 | 정여울 작가의 책 읽기 세상 읽기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를 향한
통쾌한 어퍼컷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푸른숲 刊, 2023

공감도 노력과 배움의 산물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나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말을 믿는 우리 모두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어떻게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콕 집어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선언할 수 있을까. 그러한 단정이야말로 편견이고 차별이고 억압이 아닐까.

카밀라 팡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고 있는 한 여성 과학자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그녀는 모든 페이지에서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난 자폐스펙트럼장애, ADHD,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를 모두 앓고 있지요. 하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아픔을 뛰어넘는 강인함이 있어요. 바로 ‘앎’을 향한 무시무시한 의지이지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처럼, 카밀라는 그녀에게 금지된 모든 것을 배우려 한다. 사람들이 ‘아마 장애인은 힘들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을, 카밀라는 기필코 배우려 한다. 그녀는 포기를 모르는 열광적인 투사다. 야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그녀는 엄마에게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엄마, 인간 사용 설명서는 없나요?” 기계는 사용 설명서를 읽으면 그 작동 방식을 알 수 있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의 미묘한 표정이나 말로 표현하지 않는 분위기를 읽어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식을 이해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데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물론 그 능력 또한 ‘배움’을 통해서 얻어낸 것이었다. 그녀가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공부’를 통해 터득했듯이, 이토록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감정생활과 인간관계의 모든 것까지도 기꺼이 배우려 했던 것이다.

감정만 중요한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일독을
사람들은 마치 ‘공감’이라는 것이 ‘자폐인이 아닌, 정상인’들의 전유물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자폐인들은 공감을 못하고, 일반인들은 공감을 잘하는가. 공감은 일반인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니다. 공감 또한 ‘노력’과 ‘배움’의 산물이 아니던가. 누가 봐도 ‘정상인’인 사람이 타인의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게다가 아주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들, 권력자이자 유명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며 ‘공감하는 척’만 하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격했는가.

카밀라는 공감 또한 자신이 배우고, 노력하고, 마침내 쟁취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아낸다. 카밀라의 눈에는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하면서도 전혀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허위의식이 너무나 잘 보였다. ‘공감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은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오직 자신의 감정만이 중요한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이 아름다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카밀라는 어느 공동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저 복잡다단한 인간 세상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배우고 노력하고 싸웠다. 그녀에게 ‘과학’은 바로 그 구원의 열쇠가 되어주었다. 과학은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최초의 언어였고, 인간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되었다.

그녀가 마침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롭기도 하며 문득 눈물겹기도 하다. 우리가 너무 쉽게 말하는 ‘공감’이 어쩌면 자폐를 비롯한 많은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행복’처럼 느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밀려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죄책감을 뛰어넘은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공감의 길’을 발견한다. 우리는 저마다 불완전하고, 결핍으로 가득한 존재이기에, 저마다가 지닌 최고의 통찰력과 잠재력으로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바로 그 순간을 향해 매일 쉬지 않고 달려야 함을.

정여울
작가, KBS제1라디오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저서로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문학이 필요한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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