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처님을 잔소리꾼이라고 했을까? | 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맛지마니까야』

부처님의 라이프스타일로 가꾸는 
예비 수행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부처님의 교육 시스템
모든 사람이 스승에게 동일한 존경심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부처님 제자들 역시 모두 부처님을 존경하고 아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극적인 예로 데바닷다의 부처님 살해 미수 사건을 일화로 들 수 있습니다. 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수밧다 비구가 부처님에 대해 불평한 일화가 있습니다.

“도반들이여, 이제 그만하십시오. 슬퍼하지 마십시오. 탄식하지 마십시오. 도반들이여, 우리는 이제 그러한 대사문으로부터 속 시원하게 해방되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은 그대들에게 적당하다. 이것은 그대들에게 적당하지 않다’라고 늘 간섭받았습니다.”

데바닷다의 경우 승가의 수장이 되기를 원했던 뚜렷한 욕망이 있었다고 하지만, 수밧다 비구는 어떤 이유로 부처님을 간섭쟁이라고 비판한 것일까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부처님은 분명히 제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많이 간섭하셨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대부분은 이를 간섭이 아닌 애정 어린 가르침으로 생각했습니다.

스승으로서의 부처님은 확고하게 고수하는 교육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일상의 말과 행동의 습관이 바르게 교정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마음 수행을 교육하지 않으셨습니다. 태도와 일상의 습관을 교정하는 교육은 평균 5년의 세월을 투자할 정도로 예비 수행의 기본기를 철저히 닦은 후 마음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5년간의 습관 교정 교육을 수밧다처럼 잔소리와 간섭으로 느낀 제자들도 충분히 있었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라이프스타일로 가꾸는 예비 수행
『맛지마니까야』는 부처님과 직계 제자들이 남긴 가르침 중 길이가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152개 경들을 모아 15개의 품으로 분류한 경전입니다. 이 경은 정말 다양한 주제의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메추라기 비유경(MN66)」과 「유학경(MN53)」을 통해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예비 수행,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메추라기 비유경」에서는 부처님께서 우다이 존자에게 오후 불식이라는 건강한 식습관이 4선8정과 상수멸에 이르도록 하고 나아가 아라한과를 이루는 근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의 내용은 경 속에 나오는 우다이 존자의 고백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전에는 저녁에도 아침에도 오후에도 이렇게 때 아닌 때에 먹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승가가 처음부터 오후 불식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초기 승가는 하루 세끼 식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분명한 목적으로 제자들에게 식습관 교정을 이렇게 요구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부디 그대들은 적당한 때가 아닌 오후에 음식을 먹는 것을 버려라.”
“세존이시여, 그런 저희들은 당황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신심 있는 장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는 시간대가 바로 오후인데 그 기회를 포기해야 하니 정신적인 고통이 생긴다는 우다이 존자의 인간적인 반응입니다. 제자들이 이를 힘겹게 수용하자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저녁도 먹지 말기를 권장하셨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비구들의 오후 불식의 식습관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비구들은 이 당황스러움과 정신적 고통을 극복했을까요?

“저희들은 세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존경과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보면서 이와 같이 적당한 때가 아닌 저녁에 음식을 먹는 것을 버렸습니다.”

스승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존경이 없다면, 과연 인이 박힌 악습의 족쇄를 단 하나라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본능은 인간의 원시 뇌에 깊이 박혀 있는 생존 전략이기 때문에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자신의 한심함을 외면하기 위해,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교육하는 스승을 도리어 원망하며 불만을 돌리게 됩니다.

수밧다와 같은 제자들은 과거·현재·미래에도 항상 존재합니다. 병든 메추라기 같은 그들에게는 항상 포기하는 습관과 상대를 원망하는 습관이 함께합니다. 단 하나의 족쇄도 풀어내지 못하는 그들에게 스승이란 항상 잔소리꾼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행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는 예비 수행
『맛지마니까야』의 「유학경」에서는 부처님의 지시로 아난다 존자가 사꺄 사람들에게 설법을 합니다. 그 내용은 성인의 깨달음인 유학의 경지로 나아가는 15가지 수행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행 주제의 시작 역시 계율을 비롯한 식습관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교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먼저 15가지 수행 주제에 대한 경전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마하나마여, 여기 성스러운 제자는 계를 구족하고, 감각 기능들의 문을 잘 지키고, 음식에 적당한 양을 알고, 깨어 있음에 전념하며, 일곱 가지 바른 법을 갖추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머물게 하는, 높은 마음인 네 가지 선[四禪]을 원하는 대로 얻고 힘들이지 않게 얻고 어렵지 않게 얻습니다.”

이 중 앞의 세 가지가 바로 예비 수행입니다. 비구의 경우 250계, 비구니의 경우 348계를 5년에 걸쳐서 익힘으로써 건강한 태도를 지니게 됩니다. 감각 기능의 문을 잘 지킨다는 것은 외부에 주의력을 빼앗기는 악습을 교정하는 것으로써 내면을 바라보는 수행의 태도를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조절을 필두로 수면에 대한 습관과 일상적 움직임에 대한 습관 등 다양한 일상의 습관들을 교정하게 됩니다.

‘비구 250계(태도 교정) + 감각기관 단속 + 건강한 일상 습관 = 예비 수행’

예비 수행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행·주·좌·와 간에 사념처(四念處)에 대한 깨어 있음을 지속하는 사띠의 확립에 대한 마음 수행을 시작합니다. 이는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들을 통해서 볼 때도 매우 합리적인 교육 방식입니다.

야마다 도모오의 『스탠퍼드식 최고의 피로회복법』에서는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한 사람의 두뇌 상태는 ‘뇌진탕’에 빠진 사람의 컨디션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수많은 현대인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으니, 많은 사람이 ‘뇌진탕’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오츠카 구니아키의 『컨디션도 습관이다』에서는 생체 시계를 교란하는 환경에 노출된 현대인이 ‘시차증’을 겪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뇌진탕’ 상태와 ‘시차증’을 겪고 있는 이들의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예비 수행 기간 요구하신 태도와 습관 교정의 목적은 수행하기 딱 좋은 최상의 컨디션을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계율을 통해 거친 번뇌가 가라앉고, 주의력이 내면을 향해 고요해지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활력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생활 습관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일상의 컨디션이 매우 좋아질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사띠 수행을 시작으로 일곱 가지 바른 법과 선정을 실습한다면 기대 성과는 훨씬 높을 것입니다.

선종(禪宗)의 조사들은 깨달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깨닫기는 세수하다가 코를 만지는 것만큼 쉽다.”

간화선을 위해 화두를 주실 때도 이렇게 표현합니다.

“화두가 들리면 똑똑한 놈은 칠일, 둔한 놈은 삼칠일이면 깨닫는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모두 진실입니다. 다만 전제 조건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을 뿐입니다. 이 법문들의 앞부분에 생략된 묵음(默音) 법문은 ‘깨닫기 좋은 조건이 갖추어지면 수행의 성과는 쉽게 나타난다’는 것 아닐까요? 니까야 속 좋은 조건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승에 대한 존중과 사랑 + 건강한 태도와 습관 + 질 좋은 사띠 = 최상의 컨디션’

혹시 하는 일마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세상과 스승을 원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올바른 마음가짐과 좋은 컨디션으로 수행에 임하셔서 원하는 성과를 꼭 거두시기를 기원합니다.

원빈 스님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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