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의 차명상, 마음챙김으로 한 잔의 차 마시기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상 이야기

틱낫한 스님의
차명상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하지만 삶은 늘 지금, 이 순간뿐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를 향해 내디뎌야 한다.” 

틱낫한 스님과 사회적 활동
지난해 입적하신 틱낫한 스님(1926~2022)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정신적 스승이다. 스님은 불교의 승려로서 작가이자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사회운동가로서 7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많은 행적을 남겼다. 틱낫한 스님은 평온하고 고요한 태도와 잔잔한 미소로 행복의 길을 안내해주셨는데, 그의 조용함 이면에는 용감한 전사가 있었다.

베트남 출신의 그는 베트남 전쟁 중에 정부에 용감하게 반대했다. 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수도원에 숨어 영적인 문제를 돌볼 것인가, 아니면 밖에 나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것인가? 둘 다 하기로 한 스님의 결정은 사회 개혁을 위한 평화롭고 적극적인 민중 운동인 “참여불교”를 탄생시켰다. 불교적인 이상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참여불교를 통해 스님은 베트남에 가해진 여러 가지 폭력을 반대하며 폭격당한 베트남 마을을 재건하고 학교와 의료 센터를 설립했고, 노숙자 가족을 재정착시키는 구호 단체를 설립했다. 또한 불교 대학, 출판사, 평화적 사회활동을 홍보하는 잡지를 창간했다. 그 노력에 감복한 마틴 루서 킹 주니어는 스님을 1967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추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1966년 틱낫한 스님이 평화적인 임무를 위해 베트남을 떠나자 귀국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후 스님은 39년 동안 망명 생활을 했다.

비록 망명 생활이지만 스님의 사회적 활동은 그가 세계 어디에 있든 변함이 없었다. 스님은 프랑스에서도 난민 구제 활동에 참여했고, 프랑스 보르도 근처의 ‘플럼 빌리지(Plum Village)’도 그중의 하나였다. 플럼 빌리지는 이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마음을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했다. 불교를 잘 모르는 서양인에게 불교식 명상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주는 플럼 빌리지의 전통은 현재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 있는 열 곳의 사원과 수십 개의 수행 센터 그리고 1,500개가 넘는 마음챙김 수행 공동체로 그 열매를 맺었다.

‘지금 현재’에 머물기
스님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종종 스님을 생각하면, 자유와 행복 그리고 매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한 잔의 차를 떠올린다고 말한다. 작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짐 포레스트(1941~2022)는 틱낫한 스님과 여행하던 한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스님은 매일 아침 나를 깨워 차를 권했어요. ‘짐, 어서 일어나. 생강차 한잔해요.’ 장난기 어린 유쾌한 표정의 스님이 건네주는 차 한 잔과 함께 아침 명상을 시작했지요.”

틱낫한 스님은 차명상을 즐겼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항상 차를 권하셨다고 한다. 스님이 차를 권하는 이유는 차를 마시며 ‘지금 현재’에 머물기를 권하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현재에 머물기를 강조했다. 가령 스님은 비즈니스 점심(식사와 함께 사업을 이야기하는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런 활동은 현재에 머물기를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월남전이 한창일 때, 스님은 미국의 상원의원들과의 점심 식사(business lunch)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식사가 시작되고 먼저 수프가 제공되었다. 그때 로버트 케네디 의원이 스님에게 질문을 하나 했다. 스님은 차분히 답변을 시작했다. 케네디 의원은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수프 한 그릇을 비웠다. 스님이 답변을 마치고 수프 한 숟가락을 뜨려는 순간, 다른 의원이 스님께 질문을 했다. 스님은 숟가락을 수프 그릇에 다시 담그며 차분히 답변을 시작했다. 질문을 한 의원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답변을 마친 스님은 다시 수프로 눈을 돌렸다. 그때 또 다른 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신의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20분이 흘렀고 그동안 의원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식사를 마쳤다. 틱낫한 스님의 수프는 그대로 식어버렸다.

“나는 비즈니스 점심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문명인의 식사가 아닙니다.”

지금은 비즈니스 점심이 예삿일이 되었는데, 이러한 문화는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든다는 것이 스님의 말씀이다. “우리는 먹으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일할 때 먹기도 하지요. 쉬면서 생각하고 자면서 고민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일이 동시에 일어나면, 마음은 현재의 순간을 놓치게 된다.

“여기 차 한 잔이 있습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차 한 잔을 위해 여기 있나요? 만일 당신이 여기 없다면, 당신은 차 한 잔을 놓치는 것입니다. 인생은 현재 순간 일어납니다. 만일 당신이 현재 순간을 놓치면, 당신은 당신의 삶을 놓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잔의 차를 마음챙김으로 마시면, 그것은 우리 인생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하는 쇼에 출연한 틱낫한 스님

마음챙김 명상으로 안내하는 한 잔의 차
10여 년 전에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하는 쇼의 한 토막에서 틱낫한 스님이 출연해 진행자인 오프라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장면이 방송된 적이 있다. 스님은 차를 홀짝이는 단순한 행위가 그 순간에 더 많이 존재하는 방법이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그 방송은 수많은 이들에게 마음챙김과 함께하는 차 한 잔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려주었다.

“찻잔을 만질 때, 몸을 중심으로 흐트러졌던 마음을 챙깁니다. 지금 여기에 온전하게 존재하기 위해 숨을 들이쉽니다. 지금 여기서 나는 더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과거로부터, 미래로부터 자유롭고, 나와 차 사이에 진정한 만남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차를 마시는 동안 평화, 행복, 기쁨이 가능합니다.”

과학적인 사실을 선호하는 현대인은 차를 건강한 식물성 화합물이 가득한 카페인 공급원으로 믿고 즐기지만, 선불교 전통에서 차는 우리를 현재의 순간으로 돌아오게 하는 명상의 길로 안내한다. 그런데 차명상을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든다면, 틱낫한 스님의 안내를 들으며 한 잔의 차를 음미하면 된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물이 주전자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주전자에 물을 채웁니다.

주전자가 끓을 때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활동 전반에 걸쳐 시각, 후각, 촉각, 청각 등 모든 감각에 주의를 모으세요.

어떤 차를 마시고 싶은지 시간을 두고 선택하고 오늘 기분이 어떤지 스스로 물어보세요. 차를 만지며 촉감에 마음을 모으세요.

컵이나 찻주전자에 찻잎을 넣기 전에 시간을 들여 차의 냄새를 맡으십시오. 찻주전자에 물이 차는 것을 지켜보고 물의 색이 변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찻주전자의 온기를 느껴보세요. 잠시 멈추고 그 순간에 계십시오.

지금 당신이 머무는 장소에 주의를 기울이세요. 서 있는 경우 땅에 닿는 발의 무게, 앉아 있는 경우 의자나 바닥에 닿는 몸의 무게감에 주의를 기울이세요.

이제 차를 따를 때 컵에 떨어지는 소리, 김, 차의 향기, 손에 있는 컵의 온기를 느껴보세요.

마음을 다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차를 입 안에 머금습니다. 맛이 어떻습니까? 새로운 맛이나 향이 느껴지십니까? 차를 서두르거나 삼키지 않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도록 하세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 일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이것은 단지 지침일 뿐이며, 수련의 정신에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옳다고 느끼는 것을 취하십시오.

틱낫한 스님(1926~2022)
베트남 출신의 스님이며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참여불교(Engaged Buddhism) 운동가다. 프랑스 보르도에 수행 공동체 ‘플럼 빌리지(Plum Village)’를 세우고 명상 공동체 활동을 이끌었으며, 2018년 11월 베트남으로 영구 귀국했고 2022년 입적했다. 1995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다. 대표적인 저서에는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화』, 『틱낫한 스님의 마음 정원 가꾸기』,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예수』, 『힘』, 『화해』 등이 있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심리대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