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부터 사랑하고 용서하기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자애

정준영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사랑은 불교에서 말하는 ‘사무량심(四無量心)’ 중의 하나이다. 사무량심은 ‘제한 없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아도 좋은 마음 네 가지’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비희사(慈悲喜捨)’라고 부르며 사랑, 연민, 기쁨, 평온을 말한다.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고도 한다. 여기서 ‘자’는 ‘사랑’으로 모든 존재의 행복과 이익을 바라는 마음을 말한다. 그리고 ‘비’는 ‘연민’으로 모든 존재가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불교의 시작은 자비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랑은 나눌 수 있다.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모두를 위해 사랑의 마음은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사랑은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다. 자기 자비가 가능한 것이다.

붓다는 모든 존재들의 괴로움을 보고 그 해결을 위해 출가했다. 자신의 즐거움을 뒤로한 채로 고난의 길을 선택했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실마리가 되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깨달음을 얻기 이전의 싯다르타와 같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밝은 나뿐만 아니라 어두운 나도 사랑해줘야 한다. 부끄러워 드러내기 어려운 나 자신의 모습도 용기 내어 꺼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괴로운 작업일지라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용서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1. 나 자신부터 사랑, 용서, 존중해야
하루는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둘째 아이가 발등이 다쳤다며 밴드를 떼어 상처를 보여주었다.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다칠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나에게 표정으로 보여주었다. 나 역시 너무나 놀란 표정으로 다칠 때의 느낌을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어떡해. 얼마나 아팠어? 병원 갔다 왔어? 못 걷는 거 아니야?” 내 말이 끝나자 바로 아이는 바로 “아니야 괜찮아! 지금은 안 아파” 하며 미소 지으며 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이까짓 상처가 뭐가 어떻다고 아무렇지도 않구만!” 하고 표현했다면 아이는 어땠을까? 시무룩한 표정으로 상처 난 발을 절룩이며 자기 방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무엇을 원했는가? 내가 자신의 아픔을 공감하고, 자신을 존중해주길 원했다. 아이만 그런가? 어른은 어떤가? 어린아이처럼 대놓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어른도 존중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는가? 내가 나 자신을 칭찬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며,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사랑하고 용서하겠는가.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용서하고 존중해야만 한다.

『우다나』에는 이런 게송이 있다.

“사방을 찾아보아도 나 자신보다 사랑스러운 자 찾을 수 없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운 법, 자신을 사랑하는 자 남을 해치지 마세”(『Ud.』 47)

이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 용서, 존중을 확장할 수 있다.

#2. 내 이익을 위한 사랑은 위기 모면책일 뿐
나 자신을 사랑하고 용서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한다는 것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익을 위해 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위험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사람도 나에게 이렇게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베푸는 것은 위기 모면책에 불과하다. 게다가 나의 자존감을 걸고 하는 도박과도 같다. 왜냐하면 내 예상대로 상대가 반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상관에게 커피 한 잔을 전하며,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오늘은 잔소리를 안 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만약 그가 잔소리를 더 하면 어떡할까?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하며 자존감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랑 혹은 용서라는 허울로 자존감을 건 도박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반대로 이 방법은 어떨까? ‘누구보다 직장을 사랑하는 당신, 오늘 커피 한 잔 마시고 더 힘내세요!’ 하는 생각으로 전했다면, 그가 어떤 반응을 하든지 상관없이 내 자존감에 상처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랑의 방사는 위기 모면책과 다른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용서할 때, 다른 사람에게도 가능할 것이다.

정준영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아대학교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주제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명상학 전공 교수로 있으면서 대원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 다른 명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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