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어떻게 할까?
- 초보 명상-
물 잔과 그 속에 담긴 물
우리 몸은 마음의 물리적인 지지대라고 할 수 있다. 물 잔과 그 속에 담겨있는 물은 마치 몸과 마음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 물이 가득 찬 잔을 안정된 위치에 두지 않고 기울어진 탁자의 모서리에 두면 작은 충격에도 물이 쏟아질 수 있다. 그러나 물 잔을 안정되고 평평하며, 단단하게 지지받을 수 있는 장소에 두면 물잔 속의 물은 고요하게 유지될 수 있다.
안정된 자세 취하기
이렇게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면서 명상하기 위해서는 몸의 안정된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안정된 자세는 두 다리를 교차시킨 후 각각의 발은 반대쪽 다리의 허벅지에 올려놓는 결가부좌다. 아마 처음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이 자세가 힘든 자세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한쪽 다리만 반대쪽 다리의 허벅지에 올려놓는 반가부좌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두 자세가 모두 불편한 사람은 다리를 그냥 단순하게 교차시키는 책상다리 자세나 등받이가 곧은 의자에 앉아도 무방하다.
손 모양과 편안한 자세 잡기
본인에게 가장 적당한 자세를 찾은 후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두고 오른손을 왼손 아래 겹쳐서 양 엄지손가락을 살짝 맞닿게 한다. 그리고 두 손을 배꼽 바로 아래 다리 위에 편안하게 올려놓는다. 이때 팔의 윗부분은 몸통에서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어깨는 굴레 모양이 되게 한다. 가슴은 활짝 연다. 척추는 곧추세우고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면서 균형 잡힌 자세를 찾는다. 머리와 목과 등은 일직선이 되게 한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앞쪽으로 너무 구부러지지 않게 한다. 턱은 목 쪽으로 부드럽게 살짝 당긴다. 그리고 목뼈가 압박을 받지 않는 자세를 찾는다. 입술과 치아 사이는 아주 조금 벌어지도록 놓아두고 입 주위의 긴장은 내려놓는다. 그리고 치아 바로 뒤쪽 입천장에 혀끝 부분을 부드럽게 살짝 닿게 한다. 이렇게 하면 입이 마르거나 침이 많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눈은 떠도 좋고 감아도 좋다. 눈을 감으면 시각적 방해물들이 즉시 제거되어 오직 자신의 마음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눈을 뜬 경우에는 시선을 약 70cm 정도 전방에 편안한 지점에 시선을 뚝 떨어뜨려 놓는다는 기분으로 둔다. 특정 지점을 응시하지 않는다.
자세에서 중요한 것은 척추를 부드럽게 곧추세우고 몸에 있는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마치 거문고 줄이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팽팽하지도 않아야 좋은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이 중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은 5분도 좋다. 명상에 익숙해지면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매일 매일 명상을 하다 보면 어느덧 20분에서 30분 정도 편안하게 명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천천히 호흡하기
이제 편안한 자세를 찾았다면 가슴을 활짝 열고 천천히 심호흡을 서너 번 한다.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며 아랫배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을 무심히 관찰한다. 어떤 식으로든 호흡을 조절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저 호흡을 바라본다. 명상 중에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할 때는 헤매고 있는 마음을 비난하지 말고 다시 호흡으로 부드럽게 돌아온다. 딴생각에 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마음에 잡념이 일어나는 것은 마음의 본래 속성이다. 명상은 마치 몸에 근육이 필요하듯 마음에 근육을 기르는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생각, 감정이나 감각을 날 것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의식적인 노력이다.
신진욱
동국대학교 선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Worcester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다. 현재 MSC Trained Teacher,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공역서로 『깨달음의 길』,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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