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헤아리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법 | 일상에서 만나는 뇌 과학 명상 이야기

마음헤아리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법

석정호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강남세브란스병원 부교수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하고 믿음을 돈독하게 키워갈 수 있는 길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헤아리기를 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헤아리기 능력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거나 반복적인 훈련으로 좋아질 수 있다.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의도나 마음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 때 상대는 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나는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화가 나거나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 마음속에 시나브로 깃들여진 나의 마음헤아리기 습관과 상대방의 마음헤아리기 방식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조화와 왜곡이 나타날 때, 서로 갈등과 오해가 커지기 시작한다. 자라면서 갖게 된 마음헤아리기의 습관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믿음과 사랑을 키우며 가까워지기도 하고 상처받고 아파하며 멀어져 가기도 하는 것이다.

마음헤아리기를 잘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점은 마음헤아리기의 틀이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을 헤아리는 과정은 왜곡되기 쉽고 정확하지 않으며 순간순간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 내가 모나리자 그림을 보며 마음속에 떠오른 느낌은 나만의 표상일 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그림 자체는 아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서도 각자가 느끼는 마음속 표상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서로의 마음속 표상들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잊어버리고 내 마음만 알아달라고 주장하거나 속마음과 다르게 겉으로 표현하면서 갈등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내 마음과 상대방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헤아려보는 훈련을 통해 변형된 내 마음헤아리기의 틀을 바로잡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음헤아리기란 생각이나 감정 반응이 시작된 마음속의 출발점과 그것이 흘러온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내부나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고, 그것을 처리한 결과로 감정이나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가령, 지금 내가 무언가를 집어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면, 그러한 감정이 어느 상황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것이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들과 어떻게 연결되는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감정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바로 마음헤아리기인 것이다.

지금 나에게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잘 바라보는 것은 내 의도와 생각, 감정을 정확히 알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 다른 사람이 보이는 행동이나 말에 대해 그것이 시작된 마음을 알려고 노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말에 순간적으로는 화가 난다 하더라도 그 화 속에는 나의 아픈 기억과 수치심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상대의 원래 마음에는 나를 위하고 함께하려는 뜻이 담겨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음헤아리기 과정은 저절로 진행되는 습관적 마음헤아리기 과정(implicit mentalization)과 노력이 필요한 의도적 마음헤아리기 과정(explicit mentalization)이 있다. 습관적 마음헤아리기 과정은 그 시대의 문화와 일상에 맞게 반복되는 인간관계에서 자동적으로 상대방과 내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과정이다. 엄마가 아이의 미소에 웃음으로 반응하는 상황, 은행 창구 앞에 앉는 고객과 직원이 눈맞춤하며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장면에서처럼 서로의 마음을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자동적 마음헤아리기 과정이다. 의도적 마음헤아리기 과정은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감지된 상황에서 의식적 노력을 동원해 자신과 상대방 마음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자세히 관찰하고 상대방 마음의 흐름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나가는 과정이다. 은행 창구 앞에 온 고객이 화를 내고 있을 때 직원은 의도적 마음헤아리기를 잘해서 고객의 마음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해서 소통해야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헤아리기 중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감정 상태를 헤아리는 과정(affective mentalization)이다. 정서적으로 흥분된 상태에서는 지금의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처리되어 이런 감정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부단한 훈련과 노력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능력이다. 훈련으로 점점 더 높은 단계의 마음헤아리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마음헤아리기 치료란?
1990년대 초반, 영국의 정신분석가 피터 포나기(Peter Fonagy)와 앤서니 베이트먼(Anthony Bateman)에 의해 경계성인격장애환자의 치료 프로그램으로 연구, 계발되었다. 2006년 경계성인격장애를 위한 마음헤아리기 치료(Mentalization-Based  Treatment for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에 대한 안내서가 출판되며 전 세계의 정신치료자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석정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의학과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정신과학 전공).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대한생물정신의학회, 한국정신병리진단분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강남세브란스병원 부교수(전공 분야 : 우울증, 인격장애, 정신치료, 뇌영상학)로 있으면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위원과 고시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뇌영상과 정신의 이해』, 『양극성장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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