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 | 화요 열린 강좌

물리학으로 바라본
인간과 세계의 경이

『떨림과 울림』

화요 열린 강좌, 김상욱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刊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은 물리학의 중요한 발견과 증명,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에세이와 과학 서적의 서평으로 구성된 책이다. 이론물리학자가 물리학의 관점으로 세계와 존재를 증명하는 글이다. 그런데 저자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하는 ‘차가운’ 물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이 책에서는 ‘인간적’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예컨대 원자, 중력, 에너지와 같은 개념의 설명을 이란성 쌍둥이, 알베르 카뮈의 『전락』, 영혼과 같은 인류사와 문화, 그리고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끌어내는 식이다. 제목인 『떨림과 울림』 또한 존재와 우주를 떠받치는 기본적인 법칙을 일컫는 동시에 저자 스스로 물리학 공부를 통해 느꼈던 떨림을 글로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이와 같이 저자는 각각의 장에서 우리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 뒤에 감추어진 물리학적 법칙을, 특정 개념을 통해 설명하면서도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이끌어내 제시해준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 존재, 시간과 공간, 관계, 세계와 인간이라는 테마를 다룬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히 물리학 법칙에 머물지 않고 세계와 인간, 그리고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된다. 존재는 근원적으로는 원자라는 똑같은 단위로 구성되어 있지만, 제각기 다른 모습을 띠게 되며, 결국 이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어울려 관계를 맺게 되는가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물리학은 우리에게 우주에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주는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뜻하지 않은 복잡성이 운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거기에 어떤 의도나 목적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체는 정교한 분자화학 기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여기에 의미나 가치를 부여한다. 물리학은 우주 탄생의 의미나 진화의 목적은 없다라고 말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인간이야말로 경이로운 존재라고 단언한다. 이 의미 없는 우주에 비록 상상의 산물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우주의 탄생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경이롭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 언급에 집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이것은 과학이 알려준 진리인 동시에, 과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은 저자의 신념이면서,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지식과 공동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박형진(문화연구자, 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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