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법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연기법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삶에는 생존이라는 큰 숙제가 있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살벌한 문제를 일으킨다. 다른 생명을 먹고 나의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세상의 기본적인 규칙으로 작동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법칙을 강조하는 사상이 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으로 지금도 강함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이 생각에 빠져 살고 있다. 세상이 보여주는 자원 독점, 물질 만능, 자본 지상주의와 같은 가치관들은 전적으로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 세계관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이것과 전혀 다른 법칙이 존재한다. 약육강식의 세계인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이 사실은 “모든 존재가 서로 도와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라는 것이다. 즉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다른 존재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기초해 내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도 함께 살려야 한다는 법칙이 우주의 근본 질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자연의 세계에서 더욱 잘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나의 경쟁자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좁고 단편적인 것이라면, 나의 경쟁자도 먹고살도록 해주어야 장기적으로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간 직관적 통찰이라는 것이다.

“나와 남을 함께 해치지 않는 공생이야말로 지혜로운 실존”이라는 사상을 자타불이라고 부른다. 이 자타불이의 가르침의 밑바탕에 있는 우주의 법칙이 연기의 법칙이다. 연기의 요지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계의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에 있으며, 하나의 현상은 반드시 어떤 조건에 의해서 발생하며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루는 조건들 또한 유지되어야 한다.”

불교의 출발점은 고타마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것에 있다. 그것은 ‘연기의 진리’로 불교 경전에 연기의 진리는 매우 간명한 공식으로 천명되어 있다.

“이것이 있다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발생하므로 저것이 발생하며, 이것이 없다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기고, 그러한 원인과 조건이 유지됨에 따라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이 세상의 어느 것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은 붓다의 깨달음의 차원에서 보면, 세상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마음에서 나온 짧은 생각이다.

연기법은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상으로 공간적으로 어떤 조건에 의해 발생해 존재하며 그것을 유지하는 조건이 사라지면, 그것도 곧 소멸하고 만다는 진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존재를 유지하는 조건은 (불교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말해 원인과 조건이라고 하는 의미에서 인연이라고 표현한다) 매우 미세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조차 우리를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지구의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상 중의 하나가 생태주의다. 생태주의(ecologism)는 지구를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연 중심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연기법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생태적 관점에서는 더 큰 ‘우리’가 중요하다. ‘좁은 시각의 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늘날 지구 생태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물질문명에 탐닉한 ‘좁은 시야의 나’에 관한 욕심이다. 드넓은 우주의 생명으로서, 그리고 자타불이 상생 공존하는 생태계의 일원으로서의 우리는 ‘나 하나만 잘 살자’라는 생각에 빠져서 단지 강해지고 지배적인 위치에 서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초기 불교 경전에는 붓다가 깨달음을 얻고 말씀하신 시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열심히 명상하는 수행자에게 존재에 관한 진리가 나타난다. 그때 그 수행자가 품고 있던 모든 의혹이 사라진다. 그것은 그가 연기의 진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명상하는 수행자에게 존재에 관한 진리가 나타난다. 그때 그는 탁한 마음의 영향력을 무너뜨리고 바로 온전히 자리 잡는다. 마치 밝은 해가 온 세상을 비추는 것과 같다.”

이 가르침에서 말하는 존재에 관한 진리를 연기법이라고 한다.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은 ‘나’와 ‘너’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작은 ‘나’를 넘어 서로 돕는 우리를 지향할 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나’뿐이라는 잘못된 생각, 경쟁적인 마음, 그로부터 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학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대한불교진흥원의 평생교육시설 대원아카데미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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