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21년 “육식을 줄이자”, 2022년 상반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에 이어
하반기 6개월간 “쓰레기를 줄이자”를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릴레이 칼럼을 싣는다.
쓰레기 찾아 지구 한 바퀴
이동학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전문위원
#장면1
쓰레기로 채워지는 몽골 초원
2019년 2월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비자를 받아 시베리아 열차에 올랐다. 행선지는 몽골의 울란바토르. 사람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들었고 집을 구할 수 없으니 산을 깎아 ‘게르(이동식 집)’를 설치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 중 하나로 알려진 울란바토르에서 겨울을 나려면 게르를 따듯하게 해야만 한다. 그들은 드럼통을 갖다놓고 땔감으로 쓰레기, 숯탄을 태운다. 타이어는 저렴하고 오래가는 난방 연료로 밤새 이를 태운 검은 연기가 몽골 하늘을 덮는다. 이뿐 아니다.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쓰레기의 발생도 필연적으로 늘었다. 산 다섯 개를 넘으면 쓰레기 투기장이 있다. 아무런 관리도 하지 않고 그저 쏟고 붓는 것이 전부다. 이따금씩 배가 고픈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져 음식을 찾는다. 음식물도, 그걸 먹는 이도 멀쩡할 리 없다.
#장면2
쓰레기로 채워지는 동아시아 바다
드넓은 태평양. 해안을 끼고 있는 아시아의 국가들이 버린 연간 수백만 톤의 쓰레기가 해양으로 무자비하게 침투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불법 수출되는 쓰레기는 정확한 파악조차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엔 선진적인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항만에서 쓰레기가 가득 실린 컨테이너가 적발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그 나라의 산골짜기에서 쓰레기 산이 되어버릴 운명.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을 타고 강과 바다로 흘러든다. 이 쓰레기들은 해류를 따라 일정한 곳으로 이동하는데 결국은 쓰레기 섬이 된다.
#장면3
쓰레기로 채워지는 미국 땅
오늘날 미국의 가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80% 이상이 땅에 묻히고 있다. 땅 면적이 넓은 나라여서 마음껏 묻어도 되는 것일까. 재활용은 불과 2% 남짓. 미국은 몇몇 도시와 마을을 제외하곤 분리배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수많은 쓰레기들은 그대로 땅속에 묻힌다. 쓰레기가 매립된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탄가스는 미국 환경부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수십 배나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국가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이 땅을 쓰레기로 채워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현실이라니.
#장면4
경북 의성 쓰레기 산(2020년) |
쓰레기로 채워지는 한국 쓰레기 산
2019년 3월 『CNN』을 통해 보도된 의성의 쓰레기 산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쓰레기 불법 투기를 엄단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쓰레기 불법 투기는 땅속으로, 산속으로,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 불법적으로 수출되는 쓰레기의 양은 실제로 파악이 어렵다. 대량 처리 시설이자 열과 난방,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발전소인 소각장을 늘어난 쓰레기의 양만큼 더 늘려야 하지만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도 결국 쓰레기 땅을 후손에 물려줘야 하나.
인류는 위기다. 개발도상국의 도시화는 넘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쌓아두기 일쑤고 강이 있거나 해안가를 접한 나라들에서는 쓰레기 투기가 일상이다. 투기를 안 해도 홍수 한번 나면 물이 쓰레기를 바다로 가져가버린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선진국들은 자신의 나라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여전히 쓰레기를 개발도상국으로 몰래 수출해버린다. 지구가 쓰레기로 뒤덮여가는 이유다.
우리는 조금 불편한 일이지만 애초에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다회용·재사용을 생활화하고 불가피하게 일회용을 사용한다면 최선을 다해 분리배출해야 한다. 그리고 대량 생산·대량 소비·대량 폐기 시대에 대량 처리 시설을 계속 기피하면 쓰레기 산과 쓰레기 섬은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현세대와 후세대를 위한 공존의 질서를 지금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플랜 B는 없다.
이동학
2년여의 시간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를 유랑했다. 귀국 후 『쓰레기책』을 출간하고 쓰레기센터를 설립해 기후·쓰레기의 위협에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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