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 |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상 이야기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
“매일 15분씩의 마음챙김 명상은 체력 훈련 못지않게 중요하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 1987~ )는 공격과 수비 양쪽의 기량이 모두 무결점으로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완성형 선수이다. 지금까지 그랜드 슬램을 무려 21번 달성했고, 가장 오랫동안 세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한 선수이기도 하다. 전성기가 지난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에는 연달아 세 개의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우승해 나이를 초월한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조코비치에게 오랫동안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그것은 명상 수행 덕분이라고 대답한다.


“명상이 (제 성취의)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테니스 선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만의 명상 방법을 찾아야 해요. 저는 저만의 명상법을 찾았습니다.”

1987년 세르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당시 세르비아는 기나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그는 열두 살 때,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베오그라드 폭격에서 그의 가족이 겪었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폭탄이 터진 첫날 밤이었어요. 우리는 막 잠들려던 참이었는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엄마가 너무 놀라서 급하게 일어나면서 머리를 벽에 부딪쳐 의식을 잃었어요. 동생들과 나는 모두 울음을 터뜨렸어요. 폭탄이 터지고 엄마가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다행히 아버지가 엄마의 의식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너무 시끄러워 서로 대화가 불가능했어요. 아버지는 동생들을 안고 있었고 엄마는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그때 내가 미끄러져 넘어졌어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비행기가 날아가면서 폭탄을 떨어뜨렸고, 곧이어 땅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것이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조코비치는 어릴 적에 겪었던 전쟁의 기억 때문에 오랫동안 화가 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분노가 그를 더욱 테니스 코트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나는 분노에 사로잡힌 테니스 선수였고, 내 안의 분노가 나를 이기도록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이러한 분노의 감정이 자신을 다스리는 데 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달라졌어요. 누군가에게 증오나 분노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결국 분노의 감정에 갇히는 꼴이 됩니다. 그것은 좋지 않아요.”

시합 중에 화를 내거나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조코비치는 아직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테니스 전문가들은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시합 중에 일어나는 감정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 중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은 집중력을 흩뜨리는데, 일단 이러한 감정에 빠지게 되면, 그것에서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은 기량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므로 승부처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좌절, 짜증과 분노와 같은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로저 페더러는 이러한 정신력을 스스로 연습을 통해 함양했지만, 조코비치는 마음챙김 명상을 배우게 되면서 정신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2011년 윔블던 대회 우승 인터뷰에서 그는 2010년이 자신의 테니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은 조코비치가 마음챙김 명상을 배운 해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라이벌 선수들과의 시합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고비를 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을 경험했던 ‘만년 2인자’ 조코비치는 이듬해 시합부터 줄곧 승리를 쟁취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그는 언제나 맞수인 페더러나 나달에게 정신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마음챙김을 통해 현재 순간에 완전히 집중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지나가도록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의 조코비치는 공황 장애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치유의 방편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배우게 되었다. 꾸준한 명상 훈련 덕분에 그는 2011년부터 맞수와의 시합에서 그를 가로막았던 열등감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조코비치는 시합 중 위기의 상황에서 매우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조코비치의 전성기가 2010년 그가 마음챙김 명상을 배운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그는 주로 호흡 명상과 보디 스캔을 배우고 긴장을 푸는 방식을 연습했다. 또한 생각을 바라보기와 음식을 먹을 때와 움직일 때 동작 하나하나를 알아차리는 방법을 배웠다. 어떻게 위기의 순간에서 항상 이겨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호흡에 의식을 모으는 것입니다.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입니다.”

“제 테니스 경력 내내 수없이 처했던 긴박한 상황마다, 즉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일이나,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상상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마다 호흡 명상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챙김은 나의 육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정서적인 측면에서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합니다.”

테니스의 세계에서 세계 1위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은 단지 한 번의 챔피언십을 거머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선수가 세계 1위의 자리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조코비치는 무려 7년 동안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수했다.

조코비치는 마음챙김이 두려움, 분노, 걱정 및 자기 비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순간에 완전히 집중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챙김 덕분에 건강과 평온을 얻었다고 한다. 마음챙김 훈련에 전념함으로써 그는 자기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항상 활기 넘치는 유쾌한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조코비치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먼저 잘 자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좋은 밤을 보내는 방법을 궁리한다. 그리고 그는 매일 마음챙김 명상을 한다. 매일 15분 정도 반드시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데, 이것은 체력 훈련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 몸으로 하는 일(코트 위의 시합)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테니스처럼 점수로 평가하지 않죠.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이 잘 작동하도록 가능한 한 자주 그리고 많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입니다.” 육체적인 훈련뿐만 아니라 정신적 훈련에도 수년 동안의 헌신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마음 훈련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의 감정적인 문제나 정신적 고통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전문가들은 당신을 격려하고 지지하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배워서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최근에 그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명상을 주제로 토론했다. “명상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이 종교적인 주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명상은 건강과 평온함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통산 90번의 우승을 기록한 테니스 챔피언은 말했다. “오늘날 세상은 모든 것이 매우 빠릅니다. 우리 마음은 변화에 따라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우리의 바깥 환경은 전화, 컴퓨터, 텔레비전에서 오는 수천 가지 정보를 보고 듣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만남에 참석하고 그때마다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하도록 하는 데 명상이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테니스 시합 중에 혼자 있으므로 명상은 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 명상하고 있는데 코트 위에서뿐만 아니라 코트 밖 생활에서도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조코비치가 명상 수행자와 같이 성냄과 좌절에 초탈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혈질의 성격인 그는 여전히 시합 중에 화를 내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저지른 일과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계속 새로운 시합에 집중할 수 있다. 그것은 마음챙김 명상을 꾸준히 훈련한 덕분이었다.

조코비치는 마음챙김이 두려움, 분노, 걱정 및 자기 비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현재 순간에 완전히 집중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챙김 덕분에 그는 감정이 일어나더라도 오래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챙김은 분노가 저항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친다. 오히려 분노를 인식하고 분명히 알아차린 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안내한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르비아에서 성장하고 폭격에서 살아남은 노박 조코비치. 그는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신체적 약점(호흡곤란), 그리고 부상을 극복하고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 중의 한 명이 되었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러한 그의 성취에 큰 도움을 주었다. 마음챙김 훈련에 전념함으로써 자기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항상 활기 넘치는 유쾌한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마음챙김의 전도사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명상 수행을 권하고 있다.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
1987년 출생. 세르비아 국적의 테니스 선수. 통산 90번의 우승을 기록하며10년 이상 꾸준하게 최정상급 기록을 유지하는 테니스 챔피언.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학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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