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중독 극복과
명상 수행
윤병수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오늘날 중독에 대한 명상 효과의 신경학적 원리들이 밝혀짐에 따라 마약, 알코올, 니코틴과 같은 약물 중독과 게임, 인터넷과 같은 행동 중독 극복을 위한 명상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독, 왜 빠지게 되나?
중독은 좁은 의미로 볼 때 의식의 변화(쾌)를 추구하기 위해 물질을 사용하고 그 결과로 물질 사용에 강박적이 되면서 삶이 파괴적으로 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 넓은 의미로 볼 때 인간은 기본적으로 중독될 수 있는 성향이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쾌를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성향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기체의 행동양식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먹이와 쓰다듬음에 대해서는 그것들을 추구하는 행동양식을 보여주지만 꾸중이나 매 같은 혐오적인 자극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행동양식을 보인다. 쾌를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거나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유기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중독은 약물을 포함한 중독 행동의 빈도가 잦아지고 그 행동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 그 행동에 몰입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독이라고 할 때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마약, 술, 담배와 같은 약물들이지만 오늘날 중독은 행동으로 확대되어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인터넷 중독, 성 중독 및 운동 중독처럼 중독 양상이 더욱 다양해졌다. 오늘날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그만큼 현실의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중독 원인의 심리적 핵심 문제는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에서의 회피이다. 사람들은 현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쾌를 추구하게 된다. 쾌의 경험은 그 행동을 강화시키는데 쾌가 행동을 강화시키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정적 강화라고 한다. 정적 강화는 어떤 행동 뒤에 따라오는 긍정적인 결과(쾌)가 그 행동의 빈도를 높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술을 마시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면 이 좋은 기분이 술을 마시는 행동을 강화해 술을 마시는 행동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독을 유발하게 하는 원인으로 정적 강화 이외에 부적 강화 효과도 있다. 부적 강화란 특정 행동의 결과가 혐오스러운 자극에서 벗어나게 하면 이 혐오스러운 자극에서 벗어난 경험이 그 행동을 강화해 그 행동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앞에서 언급한 술 이야기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 중에 하나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현실의 걱정거리들이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우울하게 한다. 이럴 때 술을 마시고 나면 이러한 걱정거리들을 일시적으로 잊을 수 있어 불안과 우울 같은 혐오스러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이러한 탈출 경험이 술을 마시는 행동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중독되게 되는 궁극적인 심리적 기제는 정적이든 부적이든 강화라는 심리적 기제 때문이다. 인간의 중독을 이야기할 때 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쾌라는 용어는 인간적이고 주관적이다. 동물도 중독 행동을 보인다. 예컨대 쥐가 특정 반응을 한 후에 마약인 헤로인을 주입해주면 그 쥐는 헤로인을 얻기 위해 그 특정 행동을 강박적으로 하게 된다. 이때 쥐가 쾌를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중독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실체인 뇌의 기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독의 신경기제
앞에서 중독이 일어나는 심리적 기제는 강화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강화를 유발하게 하는 신경학적 기제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자연스럽게 강화 역할을 하는 모든 자연적 강화물들, 즉 배가 고픈 동물에게 먹이, 목이 마른 동물들에게 물 등은 생리적 효과가 동일하다. 이러한 강화물은 대뇌에 있는 측핵(nucleus accumbens)이라는 구조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의 방출을 유발한다. 측핵에서 도파민의 방출은 정적 강화가 일어나기 위한 필요조건이므로 측핵 부위를 행동을 강화시키는 강화중추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적 강화물에서만 유발되는 것이 아니고 중독성 약물인 암페타민, 코카인, 니코틴, 알코올 및 대마초 등에서도 나타난다. 측핵에서의 도파민 방출의 증가는 뇌의 아래 부위(중뇌)에 있는 복측 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의 활성화에서 기인된다. 즉 복측 피개영역에 있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뉴런이 활성화되면 이 뉴런이 측핵으로 뻗어 있어 측핵에서 도파민의 분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코카인을 투여한 동물 연구에 의하면 이 약물의 투여가 측핵에서 도파민의 분비가 150~300% 증가한다. 또 복측 피개영역의 활성화 결과는 측핵 외에도 뇌의 미상핵과 피각(이 두 구조를 묶어서 선조체라고도 함)으로 전달되게 되는데 복측 피개영역과 미상핵 및 피각과의 연결은 학습과 관련된 회로로 이 회로의 활성화는 학습된 자동적 반응을 유발한다. 반복된 경험(학습)에 의한 이 회로의 확립이 중독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독은 정적 강화에 의해 유발되지만 부적 강화에 의해서도 유발 및 유지된다. 약물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약물에 대한 내성과 금단증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내성은 약물이 이전과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로 내성이 생기기 전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약물의 양을 늘려야 된다. 이러한 내성 때문에 중독자들은 복용 양을 점점 더 늘려야 하고 그 결과로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금단증상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 약물 효과와 반대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술이 불안을 해소한다면 술에 의한 금단증상은 불안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중독자가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혐오적인 금단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 증상을 없애기 위해 중독자가 약물을 다시 복용하게 되면 혐오 상황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부적 강화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강화 효과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독 행동을 지속하게 한다. 이러한 부적 강화의 생리적 기제는 앞에서 언급한 정적 강화와 동일한 강화기제에 의해 나타난다.
중독의 재발
약물 중독자들 중에 수개월 또는 수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중독이 재발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오랜 시간이 경과된 후에 다시 재발하는 것은 오랜 기간의 약물 복용이 뇌에 어떤 변화를 유발시킨 결과일 수 있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전전두피질(뇌의 가장 앞쪽 부위로 사고와 관련이 있다)을 활성화시키는 과제를 수행시킬 때 코카인 중독자는 정상인에 비해 전전두피질의 활성화가 저조하게 나타나고 수행력도 떨어진다. 다른 연구들에 의하면 코카인 중독자는 전전두피질의 부피가 평균 5~11% 감소되고 대상피질의 부피도 감소된다. 이러한 전전두피질의 상실이 행동 통제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전전두피질 부피의 감소가 클수록 흡연 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전두피질의 감소는 인지 능력의 상실과 관련이 있고 나아가 정신분열증의 발생과도 관련성이 있다. 한편 약물 중독자의 재발은 스트레스에 의해 초래된다는 증거가 있는데 스트레스는 복측 피개영역의 도파민 뉴런의 활성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복측 피개영역은 중독 행동과 관련이 있다. 복측 피개영역은 뇌의 부정적 정서 유발과 관련된 편도체로부터 정보를 받는데 스트레스에 의한 편도체의 활성화는 복측 피개영역의 활성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거는 약물(담배, 술)을 끊고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 약물에 대한 금욕 행동을 쉽게 포기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할 수 있겠다.
명상은 어떻게 중독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나?
지금까지 조금 어렵지만 중독의 발생, 유지 및 재발에 대한 신경학적 근거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내용을 언급한 이유는 명상이 중독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경학적 설명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명상은 하나의 과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고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명상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마음챙김 명상(위빠사나, 통찰명상, 관법)의 효과에 대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이곳의 경험을 강조하는 명상법으로 현재의 경험에 주의를 두고 그 경험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 현상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러한 명상법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수행되어왔다. 이같은 연구들에 의하면 명상은 전전두피질, 해마(hippocampus) 및 뇌도(insula)의 부피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좌측 전두피질과 전측 대상피질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나아가 면역계를 강화하고 심혈관계, 천식, 당뇨, 만성통증, 생리 전 증후군 등의 질환에 도움이 되며 불면증, 우울, 불안 및 섭식장애 등의 심리적 문제들에도 도움이 된다. 또 명상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낮춰준다.
이와 같은 명상의 다양한 효과에서 전전두피질의 발달과 전측 대상피질의 활성화가 중독 극복과 관련해 중요한 명상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중독은 복측 피개영역과 측핵에서의 도파민 분비 증가 그리고 복측 피개영역과 미상핵 및 피각과의 신경회로와 관련이 있고, 재발의 경우 행동을 통제하는 전전두피질의 상실과 관련이 있다. 우선 명상을 통해 전전두피질의 부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행동을 통제하는 센터가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전전두피질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에서 이성의 센터가 된다. 전전두피질은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행동을 지시하며 정서 영역을 통제해 정서를 조절한다. 앞에서 중독의 재발과 관련된 신경학적 영향으로 전전두피질의 기능 저하 및 손실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았다. 명상을 통한 전전두피질의 강화는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 중독 재발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명상을 통한 의식의 명료함은 전전두피질의 강화와 관련이 있다.
명상을 통한 전측 대상피질의 강화가 또한 행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측 대상피질은 일차적인 주의 감독관으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감시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감독하고 생각과 행동을 의도적으로 통제한다. 전측 대상피질은 전전두피질과 편도체 및 측핵과도 연결되어 있다. 전측 대상피질은 전전두피질로부터 이성적 판단 정보를 받아들이고 편도체와 측핵으로부터 정서와 동기의 정보, 즉 감성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이성과 감성의 통합을 이루는 핵심 구조이다. 명상을 통한 전측 대상피질의 강화는 당혹한 정서 상황에서도 명철하게 사고하는 의도적이며 중앙집권화된 강한 의도의 이성적 동기를 발휘하게 한다. 이러한 기능을 비추어볼 때 명상을 통한 전측 대상피질의 강화는 약물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증상에 의해 유발되는 불안과 갈망이 심하게 나타날지라도 목표를 향한 행동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불안, 공포 및 욕망과 관련이 있는 편도체는 전측 대상피질과 전전두피질 그리고 복측 피개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편도체의 기능은 신속하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고보다 감정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 앞의 중독 재발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트레스가 재발을 일으키는 이유는 스트레스에 의한 편도체의 활성화가 복측 피개영역의 활성화를 초래하고 그것이 다시 중독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상을 통한 전전두피질의 강화와 전측 대상피질의 강화는 편도체의 기능을 억제해 복측 피개영역의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의한 재발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명상의 신경학적 효과 중에 명상은 좌측 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데 좌측 전두피질의 활성화는 긍정적인 정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명상은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 민감도의 약화 및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명상은 스트레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중독 유발, 유지 및 스트레스에 의한 재발 가능성을 낮추어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중독에 대한 명상 효과의 신경학적 원리들이 밝혀짐에 따라 마약, 알코올, 니코틴과 같은 약물 중독과 게임, 인터넷과 같은 행동 중독 극복을 위한 명상 효과에 대해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명상이 중독을 극복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장현갑·장주영 (2010), 『붓다 브레인』, 불광출판사
정봉교·형성용·윤병수 (2008), 『생리심리학』, 박학사
Hyman, S. E. & Malenka, R. C. (2001). Addiction and the brain: the Neurobiology of compulsion and persistence. Neuroscience, 2, 695-703
Nutt, D. J. (1996). Addiction: brain mechanisms and their treatment implications. The Lancet, 347, 31-36
Tang, Y. Y. et al. (2010). Short-term meditation induces matter changes in the anterior cingulate. PNAS, 107(35), 15649-15652
윤병수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심리학박사). 고려대 BK21 연구교수, 부산대·영남대·대구대 외래교수를 역임했고, 건강심리전문가와 명상치유전문가(R급)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대처연구소장, (사)한국심리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형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K-MBSR)이 주의체계에 미치는 영향」, 「ADHD에 대한 명상의 치료적 개입 가능성」, 「암 치료에서의 명상의 중재법」 등이 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