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 일상 속 건강 지키기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정지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식의 힘은 대단했다. 2,500년 전에 공자가 말년에 13년간이나 유랑 생활을 하면서도 73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한 비결에는 식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생강’을 먹었던 덕이 크다. 생강에 해독, 항균은 물론이고 항산화, 항암, 면역 증강 작용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 결핵, 콜레라 같은 전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마늘’을 활용해서 큰 효과를 보았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당뇨병, 신부전, 만성폐질환, 면역 저하 환자를 메르스 감염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면서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을 것을 강조했다. 마늘, 버섯, 고구마 등은 물론이고 특히 참치, 고등어, 꽁치 등의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셀레늄과 엽산, 오메가3 지방산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03년 중국에서 발생했던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원인은 ‘셀레늄 결핍’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소와 네슬연구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셀레늄이 결핍된 쥐를 사람의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면 적당량 먹은 쥐에 비해 더 심하게 감기에 걸린다고 한다. 셀레늄은 발암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해독을 촉진하며 체내의 중금속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고 면역력을 높이며 바이러스 감염에 반응하는 미네랄로서 생선류, 조개류, 소고기, 닭고기, 마늘, 참깨, 호두, 호박씨, 버터 등에 들어 있다. 골고루 먹으면 자연스럽게 섭취되는 것이니, 식사량이 적은 사람은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을 바로 ‘슈퍼푸드’라고 할 수 있다. 슈퍼푸드는 2004년에 식품, 영양, 노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티븐 G. 프랫 박사가 그의 저서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에서 처음 사용했던 용어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 지역을 다니며 식단을 분석해 공통된 식품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슈퍼푸드의 시초가 됐다. 그에 의하면 노년까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쉬운 선택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슈퍼푸드는 세 가지 특징이 있으니,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이 적은 식품, 인체에 쌓인 독소를 해독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품 그리고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노화를 억제하는 식품이다.

『타임』에서 선정한 ‘10대 슈퍼푸드’로는 견과류, 귀리, 밤콩, 브로콜리, 케일, 블루베리, 연어, 오렌지, 요구르트, 호박 등인데, 다른 자료에 의하면 토마토, 시금치, 적포도주, 마늘, 녹차, 머루 등이 포함된다. 또 미국 폭스 뉴스에서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 여섯 가지’로 베리류, 요구르트, 호두, 토마토, 시금치, 당근 등을 선정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소에서 발표한 10대 슈퍼푸드에는 심장질환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있는 식품이 주로 선정됐는데, <타임>과 다른 것으로 정어리, 멸치, 올리브유, 통곡물 등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도 슈퍼푸드급 음식은 많다. 된장, 김치, 양파, 고추, 사과, 포도, 살구, 고등어 등이며 육류도 빠질 수 없다. 특히 노인은 육식을 해야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사기(邪氣 :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으로 세균,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우는 ‘위기(衛氣)’가 면역력에 해당되는데, 위기도 ‘정기(正氣)’ 중의 하나이다. 정기가 충실하면 감염증에 쉽게 걸리지 않는데, 오장 중에 신장(선천의 근본으로서 호르몬에 해당)의 정기가 핵심이고 비장(후천의 근본으로서 소화기관의 총칭)과 폐(기를 소통시키고, 사기에 가장 먼저 맞서 싸우는 곳)의 정기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떤 음식이든 체질에 맞지 않으면 해가 될 수 있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마늘, 양파, 생강, 복분자, 호두, 닭고기 등은 몸이 냉한 편인 사람에게 어울리고,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차가운 성질을 지닌 표고버섯, 브로콜리, 오디, 유자, 돼지고기 등이 좋다. 쌀, 콩, 당근, 토마토, 고등어 등은 중간 성질이라 누구나 먹어도 괜찮다.

정지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학교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 동국한방병원 병원장, 서울 강남한방병원 병원장, 대한한방내과학회 부회장, 동국대의료원 부의료원장 겸일산한방병원 병원장을 역임했으며, 2017년부터 대한체육회 의무위원회 위원, 대통령 한방의료자문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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