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5대 적멸보궁
신라의 메타버스,
적멸보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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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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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寂滅)이란 ‘니르바나’를 뜻합니다. 니르바나란 번뇌의 모든 불꽃이 사라진 상태, 이 세상의 모든 이원법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으며 오로지 반야의 지혜만이 성성한 상태를 말합니다. 적멸궁이라는 것은 바로 그러한 자리를 말합니다. 현실의 삶과 2,600년 동안 인류의 스승으로 오롯하게 계신 부처님과의 실제 교감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수많은 사찰이 전국 산천에 존립하고 있지만 실제 부처님의 존재와 확연하게 맞대면할 수 있는 그곳은 바로 통도사, 상원사, 정암사, 법흥사, 그리고 설악산 봉정암의 적멸보궁입니다.
이 다섯 곳에 있는 적멸보궁을 실마리 삼아 좇다 보면 우리는 『삼국유사』와 만나게 되고, 『삼국유사』에서 기술하고 있는 자장(慈藏)(590년 ~ 658년)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선덕과 진덕여왕과도 만나게 되며 김춘추와 김유신과도 만나게 되며 동시에 당시 신라인들이 꿈꾸었던 이상형의 나라 건설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던 엄청난 규모의 대단위 프로젝트 설계도와도 만나게 됩니다. |
영축산 통도사 적멸보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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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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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사는 우리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라는 첨단 기술들이 고도화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져 동양과 서양, 시간과 공간 등의 구분이 사라지는 새롭고도 신기한 메타버스(Metaverse)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만,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자장과 선덕을 비롯한 종교인과 정치가들도 바로 그러한 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어져오던 삼국 전쟁의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처님의 진신 사리’라는 신화적 상징성을 ‘자장의 문수보살 친견 신화’로 전환, 그들이 꿈꾸고 있었던 이상형의 나라 건설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이상과 현실이 조합되는 신라만의 독특한 3차원 공간 플랫폼이 절실했고 그것은 5대 적멸보궁으로 현실화되었습니다. 5대 적멸보궁은 바로 신라의 메타버스 그 자체였습니다. |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
글과 사진|오서암
농부 작가로 활동하며 『자비를 나르는 수레꾼』 부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가 있고, 엮은 책으로 무여 선사의 『쉬고, 쉬고 또 쉬고』, 기후 선사의 『네가 던진 돌은 네가 꺼내라』, 지상 스님의 『꽃은 피고, 꽃은 지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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