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나누어주는 나의 불교를 만나기까지 | 나의 불교 이야기

자비를 나누어주는
나의 불교를 만나기까지

세광 스님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4학년


출가한 지 3년이 되던 스물셋의 어느 여름, 조계종에서 개최한 <학인설법대회>에 나가기 위해 원고를 쓰다가 내 인생의 첫 번째 불교를 발견했다. 나의 설법 주제는 행복이었고, 글이 써지지 않아 끙끙대다 결국 3년 전 내가 출가한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출가 전 우연히 부처님의 생애를 접하게 되었는데 부처님의 생애는 부처님의 바로 전생, ‘수메다’라는 청년일 때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내용 중에 과거 연등 부처님께서 걸어오시는 걸음걸음마다 꽃비가 내리고, 추운 사람은 따뜻해지고, 배고픈 사람은 배가 부르고, 고통받던 사람은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구절이 있었고 저 구절을 보며 부처님의 신통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마음의 자비심이 흘러넘쳐 주변에게까지 자비의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 대목일 것이라는 나만의 해석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막연히 남을 도와주는 삶을 살겠다며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려던 내가 이 구절을 읽은 것은 훗날 내가 출가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육체적인 고통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다짐을 하며 출가를 결심했던 기억이 났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불교이다.

막 강원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 진학한 나는 편해진 생활에 점점 나태해져 왜 기도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문득 불안해진 나는 황급히 평소 좋아하던 틱낫한 스님의 책, 『기도의 힘』을 구매했고 그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의 불교를 만나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발원문을 읽으며 수행자로서 내 삶에서 이러한 원력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또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칠불회라는 승가 결사체를 만들게 되었고, 또 2년간 석림회 법사부에서 맡게 된 숙명여대 법회도 코로나라는 위기를 극복하며 열심히 임했다.

이 발원문은 지금까지도 내 삶의 방향성인 동시에 내가 나태해질 때마다 나를 다잡아주는 나의 두 번째 불교가 되었다.

나는 대학 4년간 대학생 포교를 해오며, 나의 포교를 이야기할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저는 사람들이 불교를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주기를 바랍니다. 반드시 불자일 필요는 없어요.” 내 목표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지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막연히 이런 마음으로 포교를 해왔다. 그러던 중 불교 전공 수업에 들어간 나는 내 생각에 대한 이유를 정리할 수 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고 신들과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나라’

수업 중, 부처님의 전도 선언에 대한 내용을 듣고 마치 나의 마음속에 비어 있던 퍼즐 조각 하나가 맞춰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의 발원에도, 깨달음의 순간에도, 전도를 말씀하실 때에도 중생에게 이익과 행복을 주기 위한 길을 걸으셨다고 생각한다. 불자가 되는 것은 저절로 따라오는 결과였을 뿐인 것이다.

속이 시원했다. 사실 불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내 말이 혹여나 다른 스님들이나 불자님들 귀에 좋지 않게 들리지는 않을까 하고 고민했는데 이렇게 내 나름의 이유를 찾고 나니 한없이 당당해졌다. 이렇게 나만의 포교 이유를 찾은 것이 나의 세 번째 불교이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내가 만난 모든 불교가 말하는 것은 결국 마음에서 흘러넘친 자비를 나누어주는 불교인 것 같다. 처음 연등불의 불교처럼, 두 번째 발원문의 불교처럼, 세 번째 전도 선언의 불교처럼 앞으로 계속 이어질 네 번째, 다섯 번째 불교를 만나더라도 지금의 마음처럼 세상에 나누어주는 나의 불교를 만들어나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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