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멍 탄과 마크 베르톨리니
기업 명상의 선구자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명상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됨에 따라 명상은 종교적 수행법이라는 대중적 인식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명상을 스트레스 해소나 심리적 안정 그리고 자기 계발을 위한 도구로 여긴다. 이러한 ‘명상의 세속화’는 그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우려와 상관없이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국내의 유명한 보험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사내 명상 센터에 들러 마음과 몸을 쉬고 재충전한다. 은은한 아로마 향기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곳에서 강사의 안내에 따라 명상을 하는 것이다.
“호흡하다가 다른 생각이 나더라도 생각이나 시끄러운 소리와 다투지 마세요. ‘이런 생각이 났네’ 알아차린 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정수리에 감각을 집중해볼까요.”(『한경매거진』, 2020년 1월 22일)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직원들의 심리건강 증진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마련한 삼성을 선두로 기업들의 명상 도입이 시작되었다. 현재 많은 대기업이 전 사원에게 상시로 또는 정기적으로 명상 교육 및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명상 도입 열풍은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에서 시작되었다. 차드멍 탄이 “내면 탐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을 회사의 전 직원에게 제공한 것이 시초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트인 등 대표적 글로벌 IT 기업에서 시작된 기업 명상의 물결은 점점 퍼져나가서 이제는 미국 전체 직장인의 4분의 1이 명상을 회사에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왜 갑자기 명상에 관해 이토록 관심을 보이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간단한 대답은 마음챙김이 돈을 더 벌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가 명상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기업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좀 더 면밀히 살펴보자면,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기업이 처한 상황은 더욱 긴박해지게 되었다. 기술 혁신이 너무 빨리 일어나고, 시장은 항상 불안정하고, 소비자의 요구는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정보의 과부하와 끊임없는 주의산만을 일으키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마음의 상태는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의식적으로 판단을 보류하고 상황을 차분하게 관찰하며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이다. 기업에서는 변화무쌍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이렇게 잘 대처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최적의 훈련이 명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다음과 같이 조사 결과를 보여주었다.
“명상 특히 마음챙김은 효과적으로 성찰하고,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고, 높은 스트레스 상황을 잘 다룰 수 있게 하고, 빠르게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기업 명상의 선구자들인 차드멍 탄(Chade-Meng Tan, 1971~)과 마크 베르톨리니(Mark Bertolini, 1956~ )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업에 명상이 도입된 것이 반드시 이해타산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차드멍 탄과 베르톨리니는 순수한 열정으로 명상을 했고 자신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선물해준 명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명상 전도사가 되었다. 그들이 자신의 회사에 도입한 명상 프로그램의 빛나는 성공 덕분에 오늘날 기업 명상이 번영하고 있다고 본다.
차드멍 탄(Chade-Meng Tan, 1971~) 구글의 초기 멤버인 엔지니어. 구글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경과학자들과 심리학자, 선승들과 함께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감성 지능 강화 프로그램 ‘내면 탐색(Search Inside Yourself)’을 만들었다. 현재 Tan Teo 자선재단의 이사장이며 창립자, 세계평화 페스티벌의 후원자이다. |
구글과 차드멍 탄
차드멍 탄은 세계적인 기업 구글(Google)이 설립된 이듬해에 구글에 입사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8년을 일하다가 갑자기 회사 안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당신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는 재치 있는 이름의 사내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통해 직원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업무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얻도록 하는 일이었다. 존 카밧진 박사가 개발한 마음챙김 명상을 응용해 만든 이 사원 교육 프로그램은 총 7주 동안 20시간 진행되는 장기 코스와 2박 3일의 집중 코스로 나뉘는데, 두 가지 다 신청한 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매년 수천 명의 구글 직원이 이수하고 있다고 한다.
열심히 회사 일을 하는 한편 자기 계발을 위해 명상을 꾸준히 해왔던 차드멍 탄은 명상의 효과를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품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명함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함을 떼고, ‘Jolly Good Fellow’라는 직함을 새긴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처음부터 회사가 이러한 명상 프로그램을 환영하지는 않았다. 모든 사원에게 자기 계발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던 구글에서조차 차드멍 탄이 명상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 고개를 흔들었다.
“내면 탐색(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회사에 명상 코스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한 적이 있었지만, 임원진의 동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죠. ‘명상은 다 히피(hippie)들이나 하는 짓거리야.’”
궁리 끝에 차드멍 탄은 명상이라는 이름 대신 ‘감정 지능을 위한 작업’이라는 간판을 걸고 내면 탐색을 교육하면 직원들의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감정 지능(EI)이 올라간다는 것으로 설득했다. “(당시에는) 모두 이 감정 지능이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때입니다. 그리고 모든 회사는 감정 지능이 높은 직원이 훨씬 더 생산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차드멍 탄의 명상 프로그램은 구글의 대표적인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 되었고, 기업들이 직원들을 위해 명상을 수용하는 움직임의 신호탄이 되었다.
“나는 이런 생각은 천천히 퍼져나간다고 봅니다. ‘구글이 하는 걸 보니 멋진데 우리도 해보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구글도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걸 벗어나 스트레스를 낮추는 방법으로 명상을 도입한 것입니다. 한 세대가 지나면 명상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이는 마치 예전에는 회사 내에 체육관이 없었지만, 현재 많은 회사가 체육관을 운영하듯이 이제 곧 회사 내에 명상 센터가 일반적으로 생길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크 베르톨리니(Mark Bertolini, 1956~ ) 대형 보험사 애트나(Aetna)의 전 회장이자 CEO. 2010년 듀크대학과 함께 회사 내에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현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 경영자로 있다. |
애트나와 마크 베르톨리니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고 경영자(CEO) 중의 한 사람인 마크 베르톨리니도 명상의 효과를 직접 체험한 후, 모든 사람과 명상의 효과를 나누고픈 소망과 함께 명상 기반 웰빙 프로그램을 시작한 인물이다. 그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애트나(Aetna, 의료보험회사로서 포천 100대 기업의 하나임)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CEO)로 일할 때, 베르톨리니는 자신의 회사 사람들을 위한 명상 기반 웰빙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그는 명상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2004년, 48세의 베르톨리니는 심각한 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스키를 타던 중 5층 건물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져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빠졌다. 그는 목과 척수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그로 인해 평생 신경병증 통증(neuropathic pain)에 시달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 만성적인 통증은 감정 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그는 매일 다량의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통증을 다스려야 했다. 약물에 찌들어가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베르톨리니는 점점 삶의 희망을 잃어갔다.
어느 날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고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주차한 채 언제 교각을 들이받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다가와 그의 차창을 두드렸다.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목과 팔에 보조기를 차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베르톨리니를 보고 경찰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차를 몰고 저 (고가도로의) 다리를 들이받을까 생각 중입니다.” 베르톨리니가 대답했다.
“술 마셨어요?”
“아뇨, 하지만 난 진통제에 절어 살아요.”
그는 면허증과 열쇠를 즉시 압수당했고 집으로 쫓겨갔다.
이후 그는 마음을 고쳐먹고 오히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통증을 다스릴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그는 이전에는 신뢰하지 않았던 대체의학에서 권장하는 침술, 두개천골 마사지(CST) 요법, 요가, 명상 등의 많은 방법을 꾸준히 시도했다. 그 결과 베르톨리니는 몇 달 안에 심신이 크게 호전되는 효과를 보았고, 그동안 복용했던 진통제들을 모두 버렸다.
베르톨리니는 여전히 신경병증 통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명상을 배운 후, 그는 깊고 의도적인 호흡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통증을 ‘밀어내고’ 사라지게 한다. 다양한 명상 기법 중에서 특히 그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준 것은 요가와 마음챙김 명상이었다.
“요가를 통해 나는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한때 내가 깊이 신봉했던 가톨릭교보다 더 큰 도움이 되는 명상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로 나의 명상 수련은 세상을 보는 방식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베르톨리니는 직장에서 마음챙김을 위한 전도사가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체험한 기적, 즉 명상을 통해 심신의 평화와 행복을 찾는 방법을 전해주고 싶었다. 명상에 회의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는 직원들과 함께 요가와 명상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에 대한 과학적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그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유를 조사해보니 총 직원 수의 10%가 넘는 직원들이 경제적 압박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전 사장이 이윤을 위해 사원들을 희생시켰던 조치를 뜯어고쳐서 사원의 복지를 증진하겠다고 주장했다. 변화를 위한 이런 시도는 당시 인사부 책임자와 이사진과 마찰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는 회사의 이직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급여 인상과 마음챙김 수업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베르톨리니는 자신이 총수로 재직했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애트나의 1만 3,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요가와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공했다. 그는 명상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내부 운영의 변화를 끌어내 많은 환호와 지지를 받았다. 그는 현재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최고 경영자로 있다.
이상에서 소개해드린 기업 명상의 두 선구자의 이야기는 기업 명상의 열풍이 단지 생산과 이익의 증가를 꾀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앞 다투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차드멍 탄과 마크 베르톨리니는 명상이 마음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자신들의 경험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기업 명상을 시작했다. 그들이 일으킨 기업 명상 열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 커지고 있다. 그만큼 명상을 통해 얻은 내면의 힘은 너무나 신선하고 오묘하며 세계관을 바꾸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도 변함없이 내면의 힘을 찾는 명상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학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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