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 | 도연 스님의 '청년이 묻고 스님이 불교로 답하다'

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

도연 스님
봉은사 명상 지도법사


제가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데 마음먹고 결심한 대로 실천하기가 어려워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아침 일찍 일어나기, 정량을 정시에 먹기, 운동하기, 영어 공부하기 등등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어떻게 해야 이룰 수 있을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고통스럽지요. 그것을 불교에서는 구부득고(求不得苦)라고 해 여덟 가지 고통 중의 하나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행복감은 고통을 줄이는 만큼 늘어납니다. 괴로움으로 채운 자리가 비면 그 공간에 평온함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이지요. 구하는 마음이 없으면 구할 일도 없고 구하지 못해 괴로울 일도 없어요. 다시 말해 애초에 고통의 자리가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이미 행복으로 충만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미 존재 자체로 넉넉하고 채워져 있다고 합니다. 부족함을 느끼고 채우려고 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깨닫고 만족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으로 현존(現存)하고 있는 상태로 한결같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이 어느 정도 채워져야 그것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오늘 여러분에게 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내가 지킨 것이 나를 지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지키기로 한 그것을 지키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나를 지키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일러 지계(持戒)라고 합니다. 매일 아침 6시에 108배를 100일간 하기로 정했다면 그것을 지켜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시간에 그것을 해야 합니다. 방해하는 일이 생기고 어떤 사람으로 인해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전날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과음을 해서 아침에 못 일어날 수도 있고 밀린 업무를 하거나 공부를 하다가 늦게 잠이 들 수도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반성하고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습관이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고 길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익숙하지 않은 생활을 익숙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이러한 수행을 인욕(忍辱)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습관과 인연이 일으키는 저항을 극복하고 선의 습관을 익히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3일이 지나고 30일이 지나면 어느새 습관이 생겨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전날 무리가 되는 약속을 잡지 않고 과다한 업무와 학업에 끌려다니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지나면 어느새 100일을 채울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지킨 것이 나를 지킨다’는 말처럼 내가 만든 습관이 나를 끌어주는 상황이 됩니다. 이것을 정진(精進)이라고 합니다. 꾸준하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내가 정한 그것을 계속하다 보면 고요한 마음 상태가 됩니다. 처음에 108배를 할 때에는 이런저런 잡념이 많이 생기고 몸도 뻐근하고 불편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몸의 움직임을 보고 숨소리를 들으면서 동작을 할 뿐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선정(禪定)이라고 합니다.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입니다. 몸의 불편함과 마음의 번잡함을 넘어서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매일 아침 하기로 한 108배를 하루하루 실천하다 보니 어느새 꾸준히 하게 되었고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으며 고요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결국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통찰력이 생깁니다. 이것을 일컬어 반야(般若) 또는 지혜(智慧)라고 합니다. 시간을 지키며 매일 108배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고 선정의 고요함으로 진입하더니 지혜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마음의 근육도 단단해지고 체력도 좋아졌으며 통찰력을 통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도 얻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매일 아침 108배를 100일 동안 하는 것을 예로 들었지만, 그 외에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독서를 하거나 운동을 할 수도 있고 독경이나 예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필요한 어떤 것을 정해놓고 꾸준히 하다 보면 그것을 통해 내외의 힘이 생기고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공식을 터득하게 됩니다. 성공의 법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를 꾸준하게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현존하면서 존재 자체로 만족하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계속하다 보면 채워지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는 경지가 될 것입니다. 그 정도는 개개인이 가진 업장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고 처한 인연에 따라 다르게 정해집니다. 그래서 어떤 한 지점을 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나둘 이루어가면서 고통이 없는 궁극적 해탈의 상태에 도달하기 바랍니다.

도연 스님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세계적인 물리학자를 꿈꾸었으나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알고 2006년 출가해 탁발과 참선, 마음챙김 명상을 중심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현재 봉은사에서 명상 지도법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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