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나, 건강한 지구 | 작은 것이 아름답다

건강한 나, 건강한 지구

김승현
그린 라이프 매거진 『바질』 발행인


운동하기도 힘들구나
이제 겨우 7월 초. 500m도 걷지 않은 것 같은데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빨리 걸으려니 계속 의지가 꺾이려 한다. 2년 사이 10kg 넘게 몸무게가 증가한 탓도 있으리라. 코로나19로 인해 나 역시 확찐자가 되었다. 운동을 하기로 했다. 선선할 때 운동하겠다며 7시가 되기 전에 나왔는데 이건 너무 했다. 아침부터 27℃라니! 그래도 나름 어릴 때부터 운동하며 정신력을 길러왔던 터라 1km도 넘기지 못하고 걷기를 포기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문제였다. 해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모자를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을 발걸음마다 후회하며 결국은 1.5km를 걸었다. 아무래도 내일부터 적어도 30분은 일찍 나와야 맨 정신에 운동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뜨거워지는데 과연 밖에서, 그것도 한여름의 대낮에 운동하는 것이 앞으로도 가능하게 될까?

달리기를 시작하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운동하는 사람의 수만큼 많을 것이다. 내가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텔레비전에서 “엄마!”를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달려가던 애니메이션 속의 하니를 보고 나서였다. 하니의 열정적인 모습이 요즘 말로 나를 ‘심쿵’하게 만들었다. 하니는 너무 멋졌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5학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학교에 있는 육상부에 가입하러 갔다. 당시만 해도 내 키는 130cm가 안 되었다. 난 내가 작다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넌 키가 작아서 힘들어’라고 하셨다. 그 말이 내 달리기에 대한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나는 기어이 육상부에 들어갔다. 중거리 달리기 선수가 되어 제법 성과도 내서 1년 뒤 출전한 3,000m 대회에서는 12분 10초라는 기록으로 경주시 6학년 가운데 4등을 하기도 했다. 달리는 것이 즐거웠다.

사점을 지나면 내게 오는 것
3,000m는 내가 좋아하는 종목이기도 했다. 3,000m는 선수로서는 아주 긴 거리는 아니어서, 기록을 위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며 달린다. 곧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목에서는 피 맛까지 올라오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찾아온다. 사점이다. 신기한 것은 죽을 것 같은 이 순간을 아주 잠깐만 견디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상태가 찾아온다. 이후로 다리는 가볍게 움직여지고, 숨도 편안해진다. 마음도 평화로워진다. 잘은 모르지만 이게 무아의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순간이 좋아서, 그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운동을 그만둔 후에도 상당 시간 달리기를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운동과는 먼 삶을 살았다. 일이 많은 직종을 선택했던 탓에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잦은 주말 근무로 건강도 나빠지고 마음도 많이 지쳤다. 몸이라도 챙기자며 걷기부터 시작했는데, 걷기를 시작한 후 조금씩 건강도 나아졌고 서서히 달리기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읽었던 틱낫한 스님의 걷기 명상에 관한 글들도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걷기에서 달리기로 바뀌었지만,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하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내 안의 화도 다스리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는 결정을 내리게 해주었다.

운동도 하려니 지구가 건강해야 한다
그 후 4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매일 운동을 챙기겠다고 결심했지만 잘 지키지 못한 탓이겠지.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라도 나를 돌보기로 하고 길 위에 섰다. 새소리도 듣고 땅도 밟고 나뭇잎들이 일렁이며 만드는 그늘, 풀 향기 등이 나를 치유하고 걷는 과정이 나를 더 강하게 해주리라.

하지만 첫날부터 맞닥뜨린 더위에 나는 조금 심란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확 느끼는 참이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 속에서 운동한다는 것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새벽 6시 반의 운동에서 제대로 깨닫고 있다. 운동 하나도 지구가 건강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는 내일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운동에 나서겠지만, 동시에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지구를 위한 행동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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