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폭력에 대한 법적 처벌,
어디까지 왔나?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언어폭력이란?
폭력이란 사전적으로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수단이나 힘을 말한다. 폭력은 상대방을 무력이나 힘으로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실정법체계가 구축된 법치국가에서는 범죄가 된다. 폭력 행위가 범죄 행위가 되면서 다양한 유형의 폭력 행위는 법의 규율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폭력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위시해 가정폭력, 성폭력, 여성폭력,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등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의 폭력 행위에 대해 국가는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런 폭력 행위에는 물리적 수단이나 힘을 이용한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를 이용한 폭력 행위도 포함된다. 언어폭력을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말로써 온갖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욕설, 협박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물리적 수단이나 힘을 이용한 폭력 행위가 범죄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언어를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오늘날 지구상의 인간은 국가 공동체에 소속되어 생활하고 있다.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해 공동체를 이루고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언어를 이용한 소통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고,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은 이를 보호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기본적 권리도 절대적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공동체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혼자 살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의 기본적 권리도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폭력은 언어를 이용한 폭력이란 점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오·남용 내지 악용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언어폭력은 다른 사람에 대해 놀림이나 비난, 조롱, 심한 욕설 등을 통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인격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정신적·심리적 피해를 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언어폭력이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표현이라는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인 수단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언어폭력은 현대 정보 사회에 오면서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 무한하게 확장되고 있는 사이버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언어폭력은 SNS가 보편화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언어폭력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소위 공인 또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심각하고 치명적인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유명 연예인이 언어폭력에 시달리다가 생명을 포기하는 끔찍한 사건을 접하기도 한다. 그만큼 말이나 문자 등 언어를 이용한 폭력의 심각성은 국가의 적절한 법적 대응을 요구하게 된다.
언어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
언어를 이용해 욕설이나 협박 등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는 범죄 행위라는 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형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형법은 제33장에 명예에 관한 죄를 하나의 장으로 해 제307조에는 명예훼손죄, 제311조에는 모욕죄 등을 규정해 언어폭력에 대응해 처벌하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표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경우 허위의 사실을 알리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명예훼손죄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사람들에게 밝혀 명예를 훼손하는 것보다 허위의 사실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더 중한 범죄로 보고 처벌한다.
우리나라는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공연하게 모욕하는 것도 범죄로 처벌한다. 형법은 모욕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욕설과 같은 언어폭력을 처벌하고 있다. 모욕죄는 독일 이외에는 예를 찾아보기 힘든 범죄인데, 체면과 인격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게 범죄로 본다. 특히 최근 사이버상에서 상대방을 비웃고 경멸하는 등 모욕하는 글을 올려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경우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 대상이 된다.
언어폭력은 오프라인에서 보다 온라인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은 전파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그 특수성 때문에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적용되지 않고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거시 사실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해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어폭력과 관련해 기존의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달리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괴롭히는 행위인 스토킹도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이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이 법 제2조 제1호 각 목을 보면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보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제18조에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언어폭력과 관련된 범죄로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느끼도록 언어로 해악을 고지하고 상대방이 이런 글이나 문자 또는 말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면 형법 제283조에 의한 협박죄가 성립될 수 있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협박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법률로 이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이외에도 가정에서 일어나는 언어폭력이나 학교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 등에 대해서는 각각 해당 법률에서 처벌하고 있다. 즉 가정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은 가정폭력의 한 유형으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과 관련해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처리한다. 그렇지만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역시 언어폭력에 대해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언어폭력은 다른 폭력에 수반되는 경우도 많지만, 온라인에서는 언어로 폭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언어폭력은 오프라인에서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히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언어는 일상적인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으로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정신적·심리적으로 상처를 주고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다 보니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물리적 폭력보다 더 심각한 것이 언어폭력이고 온라인을 이용한 언어폭력은 그 전파성 때문에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단순한 한마디가 사람의 인격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희롱하고 비웃거나 욕설을 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하는 언어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이다. 언어폭력에 대해 현행 형사법이 상대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것은, 언어폭력이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 유럽헌법학회 고문, 중앙선거권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행정안전부 공무원제도개선연구회 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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