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으로 낭비되는
개인의 삶
권용진소셜벤처 디어얼스 대표
대한민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세계 1~3위를 오갈 정도로 손에 꼽힌다. 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은 쓰레기 문제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위협이 되는지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2019년 CNN ‘의성 쓰레기 산’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정책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기도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규제는 흐지부지되고 일회용품 사용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게 된 건,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며 일회용품을 매일 쓰는 일상을 통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얼마나 낭비하는 삶을 살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의 쓰레기통에 가장 많이, 자주 버려지는 물건들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그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는데,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선택할 때는 물건을 대하는 생각의 마음가짐이 달랐다. 가성비만 생각하며 구매한 일회용품과 달리 오래 사용할 만한 내구성이 좋은 물건인지부터 살폈고, 사용하기 편리한지, 용도가 너무 한정되지는 않는지, 꼭 필요한 물건인지 등 나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게 되었다. 이러한 습관은 곧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물건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 과정에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신중하게 고른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을 구매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구매한 물건은 사용할 때도 만족감이 매우 높았고, 오래 쓰고 싶어 관리에 신경 쓰게 되고, 관리에 신경 쓰니 오래 곁에 두게 된다.
필자는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에 대해 조금(아니 아주)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모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수록 좋겠지만, 모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면 일회용품을 대할 때마다 일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오히려 개개인의 일상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일회용품 한 가지를 정해 서서히 줄여가며 다회용 대체품을 찾아 쓰는 방법으로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놀라울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용 빈도가 높은 물건일수록 내구성이 좋은 제품을 구매해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일회용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유리, 스테인리스, 철, 알루미늄, 종이 등 모든 원료들은 장단점이 있으며, 폐기 후에는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니 사용 목적에 따라 알맞은 소재로 이루어진 물건을 알아보고, 그중 내구성이 좋아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택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과 환경에 가장 이로울 것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자연환경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대개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적으로는 현대의 개개인, 미래의 개개인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이기적인 삶으로 이어진다.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타인까지 사랑하는 삶, 모든 이에게 낭비 없는 건강한 삶이 이어지길 바란다.
권용진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의학영양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식품 및 헬스케어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2020년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소셜벤처 디어얼스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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