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말하는 음식의 양에 대한 욕망(多食貪) | 불교의 시선으로 보는 음식

불교가 말하는 
음식의 양에 대한 욕망(多食貪)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대우교수


중세 가톨릭 교회는 ‘식탐,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나태’를 칠중죄(七重罪, Seven Deadly Sins)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식탐은 주로 ‘gluttony’로 번역되는데 ‘과식, 폭식, 과음, 폭음’ 등으로 번역된다. 음식에 대한 절제가 무너진 상태를 말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영혼을 공격하는 욕망 중 첫 번째는 ‘음식에 대한 욕망’이며 음식에 대한 욕망은 맹렬한 불길에 비유되며 과도한 음식 섭취가 무모함과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한다. 그는 “많은 장작은 큰불을 일으키고 많은 음식은 욕망을 살찌운다”고 하면서 “나무는 불에 의해 이용되는 재료이며 음식은 식탐에 의해 사용되는 재료”라고 말하고 있다.  

식탐은 그 자체로서도 문제가 있지만 종교에서 좀 더 경계하는 측면은 1. 식욕의 성욕으로의 전화, 2. 종교 생활의 장애 혹은 포기 등과 같은 전개 양상이다.

식욕의 성욕으로의 전화와 관련해 아퀴나스는 “금욕은 순결을 낳고 과식은 음탕함을 일으키는 모태와 같다”고 주장하며 “만복(滿腹)은 수면욕을 일으키며 위장에 불을 지르면 더 많은 노력 없이 데몬(demon)들은 인간의 영혼을 성적 욕망의 구덩이로 던져 넣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수도자의 목적은 욕망의 불을 끄는 것이며 불에 장작을 넣지 않음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345~399)는 “식탐은 사음(邪淫)의 어머니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퀴나스는 나아가 종교에서 가장 경계하는 식탐이 야기하는 문제는 ‘수행과 종교 생활의 장애와 포기’와 관계된 문제로 이해한다. 그는 식탐이 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부족한 음식은 욕망을 사그라지게 하며 과한 음식은 수행자를 기도와 명상에서 멀어지게 한다.” 초기 사막교부인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식탐 행위는 그 죄인과 신(神) 사이의 건설적인 관계를 위협하며 성직자와 재가자 사회 모두 식탐은 사회적 안정과 조화를 해치는 것으로 비이성적이고 불청정한 것과 연관된다”고 이해한다. 그는 수행자가 종교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과식은 첫 번째 항목이며 과식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수행자적 삶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중세 교회의 수행자와 신학자들은 수행자들에게 검소한 최소량의 식사를 권하며 그 대표적인 음식은 ‘빵, 소금, 물’이다.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수행자는 “좋은 음식을 피하고 재가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기독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종교 일반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불교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히 수행론과 관련해 보다 정교한 논의들이 발달되어 있다. 불교에서 음식에 대한 양적 욕망은 ‘다식탐(多食貪)’이란 술어로 표현한다. 식탐이 야기하는 문제를 가장 폭넓게 다루고 있는 문헌은 부파불교 시기의 논서인 『성실론(成實論)』이다.

『성실론』은 “모든 괴로움(諸苦)이 탐식으로 말미암아 생겨나고 음식은 음욕의 발생을 도우며 욕계에 존재하는 모든 괴로움은 모두 음식과 음욕 때문에 생긴다”고 언급하고 있다. 

“음식에 탐착하기 때문에 음욕이 생기며 음욕에서 다른 번뇌가 생기며 다른 번뇌로부터 불선업(不善業)이 생겨나고 불선업 때문에 삼악취(三惡趣)에 떨어지는 자가 늘어나고 천인(天人)의 무리가 줄어들며 이러한 까닭에 모든 쇠퇴와 괴로움은 음식을 탐착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성실론』은 또한 식욕과 성욕의 생로병사에서의 중대성을 다음과 같이 비교하고 있다.

“또한 노병사의 모습 또한 음식으로 말미암는 것이니, 음식 이것은 사람들이 심히 탐착하는 것이다. 음욕이 비록 중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괴롭게 하지 못하지만,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어린아이나 나이 먹은 사람이나 재가자나 출가자나 음식으로 괴로움을 당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음식을 먹되 마음에 집착하는 바가 없이 먹어야 할지니 욕심을 여의지 않으면 가장 곤란한 바를 당하기 때문이다. 칼을 받는 법과 같고,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고 독사를 키우는 것과 같다.” 

일상생활과 관련해 다식탐은 다섯 가지 괴로움(多食五苦)을 야기한다고 『사분율산법보궐행사초』는 언급하고 있다: “1. 대변을 자주 본다(一大便數), 2. 소변을 자주 본다(二小便數), 3. 잠이 많아진다(三多睡), 4. 몸이 무거워져 수행을 감당하지 못한다(四身重不堪修業), 5. 병이 많아지고 먹는 것을 소화시키지 못한다(五多患食不消化).  

붓다의 음식에 대한 말씀은 다변이거나 번잡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간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붓다는 “사려 깊게 먹어야 할 것이다”라고 짧게 말하고 있다. 사려 깊게 먹는다는 것은 소욕(少欲), 소식(小食),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먹는 것이다. 그러나 수행자의 수행상의 식탐 제거와 관련해서는 정교한 제거 방식을 언급하고 있다. 수행론과 관련해서는 다음 호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공만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 불교사와 초기 불교로 박사를 영국 런던대 SOAS와 킹스컬리지에서 음식학과 종교학을 수학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 대우교수로 있다. 저서에 『불교음식학 - 음식과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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