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서,
물소리 난다
황학주 시인은 1954년 광주에서 출생했다.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문학대상, 문학청춘작품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황학주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그는 연하고 희미한 그늘을 주로 노래한다. 쓸쓸하고 애처로운 세상의 잔상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그의 시의 주제다”라고 평한다. “고립과 상처와 외로움”이 황학주 시인의 시적 동력이라고 보았다. 황학주 시인의 시편들 대개가 이런 서정을 드러내지만, 이 시 「우물터 돌」은 그보다는 좀 더 밝고 깨끗한 서정을 선보인다.
우물터의 빨랫돌을 시인은 보았을 것이다. 빨래를 할 때에 빨랫감을 올려놓고 문지르거나 두드리기도 하는 넓적한 돌을 본 것일 테다. 그런데 시인의 시선은 빨랫돌을 보기는 하되, 그것보다는 돌에 올려놓았을 맑은 물과 물소리에 가 있다. 그것을 감각적으로 상상한다. 우물에서 막 길어낸, 싱싱하고 차갑고 푸른 물을 생각한다. 돌의 속성이 그러하듯이 좀체 닳지 않아 영구적으로 보이는 그 빨랫돌 위에 올려놓는 우물물의 순수한, 잡스럽지 않고 탁한 것이 섞이지 않은 그 상태를 시인은 흠모하듯 노래한다. 이 시를 읽으면 돌의 안정(安定)과 물의 순백(純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문태준
시인, 『BBS불교방송』 제주지방사 총괄국장,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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